한국인은 그냥 지나치는데 외국인들은 줄 서는 서울 장소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들이 관광을 하고 있다 / 뉴스 1

외국인들이 찾는 서울이 달라졌다

예전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했다. 경복궁을 보고, 한복을 입고, 명동에서 쇼핑하고, 남산타워를 가는 식이었다. 한국은 주로 전통과 한류, 쇼핑의 나라로 소비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의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외국인들이 찾는 장소가 훨씬 더 일상적인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광객들은 궁궐만큼이나 베이커리 카페를 찾고, 고급 한정식보다 토스트와 죽, 닭한마리, 미나리 요리 같은 한국인의 평범한 식사를 궁금해한다.

한국인에게는 너무 익숙한 바나나우유, 비요뜨, 마트 과자, 약국 연고, 올리브영 화장품도 외국인들에게는 특별한 여행 기념품이 된다. 서울 관광은 더 이상 “한국의 전통을 보는 여행”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인의 하루를 따라 해보는 여행”으로 변하고 있다.

명동은 외국인 수요로 다시 살아났다

이 변화를 가장 크게 보여주는 곳은 명동이다. 코로나19 이후 명동 상권은 크게 흔들렸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다시 지역을 움직이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처럼 외국인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매장들은 이제 한국 뷰티 관광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매장 안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안내가 자연스럽게 붙어 있고, 세금 환급과 다국어 응대도 기본 서비스처럼 제공된다.

흥미로운 건 약국의 변화다. 명동에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약국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약국들은 단순히 감기약이나 소화제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기능성 연고와 피부 크림, 영양제, 일반의약품 기반 스킨케어 제품을 판매하는 ‘약국형 뷰티숍’처럼 변하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약사가 직접 설명해주는 제품이라는 점이 신뢰를 준다. 한국의 약국 제품은 화장품보다 더 전문적이고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인식도 있다. 그래서 이제 명동에서 약국은 단순한 의료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K-뷰티 쇼핑 코스가 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 뉴스 1

성수는 한국인 핫플에서 글로벌 핫플이 됐다

성수도 변화의 중심에 있다. 한때 성수는 한국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감성 카페와 브랜드 팝업의 거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분위기를 외국인들도 함께 소비한다.

관광객들은 성수에서 카페를 가고, 미나리 곰탕이나 육회비빔밥을 먹고, 무신사와 마뗑킴 같은 한국 패션 브랜드 매장을 방문한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과 한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이 어느 정도 나뉘어 있었다면, 지금은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성수의 변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외국인들이 단순히 “관광객용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실제로 좋아하는 공간을 따라간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요즘 어디가 핫한지, 한국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를 입는지, 어떤 카페를 가는지가 그대로 관광 콘텐츠가 된다.

시장과 마트도 여행지가 됐다

광장시장과 롯데마트 역시 달라진 서울 관광을 보여주는 장소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시장에서 꽈배기, 떡볶이, 빈대떡, 칼국수, 닭한마리 같은 음식을 먹고, 마트에서는 과자와 바나나우유, 비요뜨, 한국식 간식과 기념품을 사간다.

한국인에게는 너무 평범한 마트 쇼핑도 외국인에게는 여행 마지막 코스가 된다. 특히 서울역 인근 대형마트는 공항철도를 타기 전 들러 간식과 선물을 사가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물품 보관함, 해외 배송, 환전, 포장 공간까지 관광객 동선에 맞춘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결국 외국인들은 한국의 특별한 관광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먹고 사고 사용하는 물건을 통해 한국을 경험하고 있다.

서울 상권은 외국인 눈높이에 맞춰 바뀌고 있다

관광객 증가가 서울을 바꾼 가장 큰 지점은 상권의 대응 방식이다. 이제 많은 매장은 외국인을 특별한 손님이 아니라 핵심 고객으로 본다.

메뉴판에는 일본어와 영어가 추가되고, 직원들은 기본적인 외국어 응대를 준비한다. 세금 환급은 물론이고, 해외 배송과 캐리어 보관, 인기 상품 중심 진열, 관광객용 베스트셀러 코너도 점점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상권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에게는 평범한 매장이 외국인에게는 여행 목적지가 되고, 외국인의 소비가 다시 그 지역의 생존력과 매출을 좌우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 대형 전광판 모습 / 뉴스 1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서울은 다시 새롭다

이 흐름이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일상이 외국인에게는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된다는 점이다.

토스트 가게, 죽집, 약국, 올리브영, 다이소, 베이커리 카페, 전통시장, 대형마트. 한국인에게는 너무 평범한 장소들이 외국인에게는 “한국에 왔으니 꼭 해봐야 하는 것”이 된다.

결국 지금의 서울 관광은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방문하는 방식에서, 한국인의 생활 방식을 직접 체험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더 글로벌한 도시가 됐지만, 동시에 한국인들에게도 낯선 방식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오래 기억될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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