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프사 이쁘네?” 외국인이 카톡 보다가 멘붕 온 이유
아이폰을 들고 15 프로 맥스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메신저 카톡 화면에 / 셔터스톡

한국어는 알겠는데 카톡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며 가장 당황하는 순간 중 하나는 의외로 회화가 아니라 메시지 대화다.

나 역시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한국어에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드라마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일상생활도 큰 문제 없이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제 한국어 꽤 잘하는 것 같다.” 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런데 그 자신감은 친구들과 카톡을 하다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열공해”를 보고 갑자기 머리가 멈췄다

처음 정말 당황했던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열공해”였다.

친구가 시험 기간에: “열공해~” 라고 보냈는데, 나는 그 단어 자체를 처음 봤다.

처음에는 오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열심히 공부해”를 줄인 표현이었다. 그 순간 굉장히 신기했다.

분명 단어 하나하나는 알고 있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그걸 너무 자연스럽게 줄여서 완전히 새로운 단어처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프사 이쁘네”라는 말도 처음엔 이해 못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친구가: “프사 이쁘네” 라고 보냈을 때였다. 처음에는 “프사”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 아니면 어떤 인터넷 용어인가 싶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나중에야 “프로필 사진”의 줄임말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순간 정말 충격이었다. 교과서에서는 분명: “프로필 사진”

이라고 배웠는데, 실제 한국 사람들은 그걸 너무 자연스럽게 “프사”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아, 내가 배운 한국어와 실제 한국 사람들이 쓰는 한국어는 꽤 다르구나.” 라는 걸 실감했다.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사업가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친구와 대화 / 셔터스톡

가장 어려웠던 건 초성 메시지였다

하지만 진짜 멘붕은 초성 메시지였다. 처음 친구가: “ㅇㅇ” 이라고 보냈을 때 나는: “왜 갑자기 자음만 보내지?” 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어떤 날은: “ㅇㅈ” “ㅁㅎ” 같은 메시지가 왔는데, 처음에는 친구가 술 마신 줄 알았다.

나중에야: “ㅇㅇ = 응응” “ㅇㅈ = 인정” 같은 식으로 초성만 쓰는 문화라는 걸 알게 됐다. 그때는 정말 문화 충격처럼 느껴졌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어 자체도 배우기 어려운데, 한국 사람들은 그걸 또 줄이고 압축해서 완전히 새로운 언어처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과서 한국어와 실제 한국어는 정말 달랐다. 시간이 지나며 느낀 건 한국어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문법과 단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교과서 한국어는 굉장히 정확하고 정리돼 있다. 하지만 실제 한국 사람들이 쓰는 언어는 훨씬 빠르고, 줄임말이 많고, 분위기와 맥락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메시지 문화는 거의 또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짧게 줄이고, 초성만 쓰고, 감정을 이모티콘이나 말투로 표현하고, 문장 끝만 봐도 친한 정도가 느껴지는 분위기까지.

외국인 입장에서는 처음엔 굉장히 복잡하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굉장히 재미있었다.

끈적끈적한 노트 위의 한국어는 한국어를 뜻하는데 한국동사가 가득한 수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 셔터스톡

이제는 나도 한국 사람처럼 연락한다

재미있는 건 시간이 지나면서 나 역시 이런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제는 친구들에게: “ㅇㅇ” “ㄱㄱ” “열공해” 같은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보낸다. 그리고 가끔 외국인 친구들이 내 메시지를 보고: “너 왜 이렇게 한국 사람처럼 연락해?” 라고 놀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조금 웃기면서도 신기한 기분이 든다.

처음에는 외계어처럼 보였던 표현들이 이제는 내 일상의 언어가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느낀 건 진짜 언어는 교과서 안보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점이었다.

드라마 속 말투, 친구들 카톡, 인터넷 밈, 줄임말, 초성 문화까지. 그 모든 걸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아, 내가 진짜 한국어를 배우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며 가장 어려워하는 건 문법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카톡 말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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