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프랑스 빵집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한국 빵집에서 처음 겪는 ‘달콤한 착각’
넉넉한 크기의 빵에 내용물도 풍성히 넣은 '착!' 한빵 3종을 비롯해, '착!' 한 케이크 시리즈도 출시한다 / 뉴스 1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에게 Paris Baguette와 Tous Les Jours는 묘한 안도감을 준다. 이름은 프랑스어이고, 진열대에는 크루아상과 바게트가 놓여 있다. “드디어 유럽식 빵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곧 알게 된다. 이곳은 프랑스 빵집이 아니라, 아주 한국적인 빵의 세계라는 것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그리웠던 음식 중 하나는 빵이었다. 밥도 좋고, 김치찌개도 좋고, 편의점 음식도 재미있었지만, 가끔은 유럽에서 먹던 담백한 빵과 익숙한 페이스트리가 너무 생각났다.

그러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Paris Baguette 간판을 봤다. 이름부터 프랑스어였다. 파란색 간판, 유럽풍 이름, 진열대에 보이는 빵들까지. 순간 “한국에도 프랑스 빵집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뒤에는 Tous Les Jours도 보였다. 이 역시 프랑스어 이름이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착각할 만했다. 낯선 나라에서 프랑스어 이름의 베이커리 체인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유럽식 빵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그 기대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유럽 빵집처럼 보였지만, 안에는 한국식 빵이 있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익숙해 보였다. 크루아상, 바게트, 식빵, 페이스트리, 케이크. 유럽 빵집에서도 볼 수 있는 이름들이 진열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달랐다. 빵은 더 부드럽고, 더 달콤했고, 속에는 크림이나 소시지, 고구마, 팥, 마늘, 치즈가 들어간 제품이 많았다. 유럽에서 흔히 먹는 투박하고 담백한 빵보다는, 간식과 디저트에 가까운 빵들이 많았다.

처음엔 조금 혼란스러웠다. 겉모습은 익숙한데 맛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크루아상처럼 생겼지만 더 달콤하고, 바게트처럼 보였지만 훨씬 부드러웠다. 빵이라기보다 하나의 ‘간식 문화’에 가까웠다. 그때 깨달았다. Paris Baguette와 Tous Les Jours는 유럽에서 온 빵집이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진 베이커리 체인이라는 사실을. 이름은 프랑스어였지만, 그 안에 담긴 맛은 한국식이었다.

파리바게뜨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 뉴스 1

더 웃긴 건, 이 빵집들이 ‘한국에 들어온 해외 브랜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나중에 알고 가장 놀란 건 Paris Baguette와 Tous Les Jours가 프랑스나 유럽에서 온 브랜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프랑스 베이커리 체인이 한국에 진출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름도 프랑스어이고, 매장 분위기도 유럽식 베이커리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브랜드 모두 한국에서 시작한 베이커리 체인이었다. 더 재미있는 점은, 내가 “한국에 들어온 외국 빵집”이라고 착각했던 이 브랜드들이 이제는 오히려 해외로 나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식 베이커리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꽤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유럽 빵이 그리워 들어간 곳이 사실은 한국 브랜드였고, 그 한국 브랜드가 이제는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도 매장을 운영하며 ‘K-베이커리’의 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Paris Baguette와 Tous Les Jours는 단순히 프랑스풍 이름을 가진 빵집이 아니었다. 외국의 이미지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뒤, 다시 세계 시장으로 나간 한국 베이커리 문화의 사례였던 셈이다.

Tous les Jours 스토어 로고를 닫습니다 / 셔터스톡

그래도 바게트는 향수를 달래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aris Baguette의 바게트는 꽤 큰 위로가 됐다. 완전히 유럽식 바게트와 같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지내며 유럽식 빵이 그리울 때 그 갈증을 어느 정도 달래줬다.

특히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에게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익숙한 아침, 집 근처 빵집, 가족과 먹던 식사, 휴일의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비슷한 모양의 빵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물론 맛은 달랐다. 하지만 그 다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빵의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식감, 달콤한 크림, 하나씩 개별 포장된 빵, 커피와 함께 먹기 좋은 간식형 베이커리. 유럽 빵과는 다른 방향의 편안함이 있었다.

내 친구도 똑같이 속았다

재미있는 건 나만 그런 착각을 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국에 놀러 온 친구도 Paris Baguette와 Tous Les Jours를 보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 프랑스 빵집이야?”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하자, 친구는 웃었다. 프랑스어 이름과 유럽식 빵 모양 때문에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유럽 베이커리를 떠올린다. 특히 유럽에서 온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낯선 도시에서 익숙한 언어를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면 한국식 베이커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마늘바게트, 소보로빵, 단팥빵, 고로케, 생크림빵, 고구마 케이크, 소시지빵. 유럽에서는 보기 힘든 조합이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운 메뉴들이다.

외국인에게 이 경험은 일종의 문화적 반전이다. “아, 한국은 빵도 이렇게 바꾸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파리바게뜨 웨스트필드점의 모습 / 셔터스톡

한국 빵은 왜 이렇게 다를까

한국 베이커리의 가장 큰 특징은 빵을 식사보다 간식으로 즐기는 문화에 가깝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빵은 고기, 치즈, 수프, 샐러드와 함께 먹는 기본 음식인 경우가 많다. 담백하고 단단한 빵이 많고, 매일 먹는 주식에 가깝다.

반면 한국의 빵은 더 부드럽고, 더 달콤하고, 더 다양하다. 한 끼 식사보다는 커피와 함께 먹는 디저트, 출근길 간식, 오후 간식, 선물용 케이크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한국 빵집은 낯설면서도 재미있다. 분명 ‘베이커리’인데 유럽 베이커리와는 전혀 다른 문법을 갖고 있다. 빵 안에 마늘크림이 들어가고, 소시지와 케첩이 올라가고, 팥과 버터가 만나고, 고구마가 케이크가 된다.

처음에는 “왜 빵이 이렇게 달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특정 한국 빵이 생각난다. 부드러운 크림빵, 마늘바게트, 고구마 케이크, 소보로빵처럼 한국에서만 자연스럽게 먹게 되는 맛들이 생긴다.

핑몰에 있는 뚜레쥬르 카페의 앞모습 / 셔터스톡

외국인이 한국 빵집에서 느끼는 진짜 매력

외국인에게 Paris Baguette와 Tous Les Jours는 처음엔 착각으로 시작된다. 프랑스 빵집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한국식 베이커리 문화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착각은 나쁜 경험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작은 입구가 된다. 한국은 해외 음식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한국인의 입맛과 생활 방식에 맞게 다시 만든다. 빵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어 이름을 단 한국 베이커리에서 외국인은 처음엔 유럽을 찾지만, 결국 한국을 발견한다. 익숙한 모양 속에 낯선 맛이 있고, 그 낯선 맛이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그리움이 된다.

처음엔 유럽 빵이 그리워 Paris Baguette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가끔 한국식 빵이 생각난다.

그게 바로 외국인이 한국 빵집에서 겪는 가장 이상하고도 매력적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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