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세면대에서 샤워기가 나온다고?” 외국인이 한국 원룸 욕실에서 처음 겪은 충격
한국 원룸 욕실을 처음 접한 외국인이 세면대에 연결된 샤워기를 들고 당황한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 원룸에 처음 들어왔을 때 가장 놀란 건 방 크기도, 주방도 아니었다. 진짜 충격은 욕실이었다. 샤워부스도 욕조도 커튼도 없는데, 세면대에 연결된 샤워기로 욕실 전체를 적시며 씻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원룸 구조가 루마니아와 많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다. 공간이 작고, 가구가 효율적으로 배치돼 있고, 주방과 침실이 한 공간에 있는 구조도 낯설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건 욕실이었다.

처음 한국 원룸 욕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샤워부스도 없고, 욕조도 없고, 샤워커튼도 없었다. 그런데 세면대 옆에는 샤워기가 달려 있었다. 처음에는 “이걸 어디서 써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알게 됐다. 그냥 그 자리에서 샤워하면 되는 것이었다.

물이 온 욕실에 튀는 구조, 외국인에겐 충격이다

루마니아에서는 대부분 욕실에 샤워부스나 욕조가 있다. 물이 튀는 공간과 마른 공간이 어느 정도 분리돼 있다. 샤워를 해도 욕실 바닥 전체가 젖지는 않는다. 그래서 욕실 바닥에 푹신한 러그나 카펫을 깔아두는 집도 많다.

하지만 한국 원룸 욕실은 전혀 달랐다. 샤워를 하면 세면대, 변기, 바닥, 벽까지 물이 튄다. 처음에는 이게 너무 어색했다. 샤워를 한 뒤 욕실 전체가 젖어 있는 모습이 마치 청소를 한 직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일부 욕실에는 창문도 없다는 점이었다. 대신 천장이나 벽에 환풍기가 달려 있었다. 루마니아에서는 욕실에 창문이 있는 집도 많아 샤워 후 창문을 열어 습기를 빼는 것이 익숙하다. 그런데 한국 원룸에서는 환풍기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구조가 한국 원룸의 현실적인 공간 활용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좁은 공간 안에 세면대, 변기, 샤워 기능을 모두 넣어야 하니 욕실 전체가 샤워 공간이 되는 것이다.

한국 원룸 화장실 모습 / Joe Talks 유튜브

욕실 슬리퍼의 존재를 처음 이해했다

한국 욕실에서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은 욕실 슬리퍼였다. 처음에는 왜 욕실 안에 슬리퍼가 따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샤워 후에도 바닥이 대부분 마른 상태로 유지된다. 샤워부스나 욕조 안에서 물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실에 들어갈 때 맨발로 들어가거나, 바닥에 깔린 러그를 밟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 원룸 욕실에서는 샤워 후 바닥이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양말을 신고 들어가면 바로 젖고, 맨발로 들어가면 차갑고 축축하다. 그때 비로소 욕실 슬리퍼의 필요성을 이해했다.

한국에서는 욕실 슬리퍼가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젖은 욕실을 사용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였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욕실 슬리퍼가 없으면 오히려 불편하다. 한국식 욕실에 적응하면서 가장 빨리 받아들인 물건 중 하나였다.

독일 여자가 화장실 슬리퍼를 보여준 모습 / 독일 엘리 유튜브

샤워기 필터도 낯선 문화였다

또 하나 적응해야 했던 것은 샤워기 필터였다. 한국에 온 뒤 주변 외국인들 사이에서 “샤워기 필터는 꼭 사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처음에는 왜 샤워기에 필터를 달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집에서 샤워기 필터를 따로 사용하는 일이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수돗물 자체보다도 오래된 건물의 배관, 물의 냄새, 피부와 머리카락에 느껴지는 차이 때문에 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한국 수돗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물의 느낌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피부가 예민하거나 머리카락이 쉽게 건조해지는 사람들은 샤워기 필터를 사용한 뒤 더 안심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어느 순간 샤워기 필터를 끼우는 일이 한국 생활의 작은 루틴이 됐다. 한국 원룸에 입주하면 침구, 세제, 휴지와 함께 샤워기 필터를 사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수건 크기도 문화 충격이었다

욕실에서 마지막으로 놀란 것은 수건이었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수건은 루마니아에서 샤워 후 몸을 닦는 큰 수건보다 훨씬 작게 느껴졌다.

루마니아에서는 샤워를 하면 큰 바디 타월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몸 전체를 감쌀 수 있을 만큼 큰 수건이 익숙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교적 작은 수건을 여러 장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이걸로 어떻게 몸을 다 닦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국 생활을 하다 보니 작은 수건을 자주 빨고, 여러 장 돌려 쓰는 방식도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빨래가 빠르게 마르고, 보관하기 쉽고, 좁은 원룸에서도 공간을 덜 차지한다.

그래도 외국인에게는 여전히 신기한 부분이다. 한국 욕실에서 샤워를 처음 해본 외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수건 크기에 놀랄 가능성이 높다.

독일 여자가 작은 수건을 보여준 모습 / 독일 엘리 유튜브

한국 원룸 욕실은 불편하지만,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한국 원룸 욕실이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다. 물은 여기저기 튀고, 바닥은 계속 젖어 있고, 욕실 슬리퍼는 필수이고, 샤워기 필터까지 챙겨야 했다. 루마니아에서 익숙했던 욕실과는 거의 반대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한국 원룸 욕실은 넓고 여유로운 공간이 아니라, 작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다. 샤워부스나 욕조를 따로 넣기 어려운 공간에서 세면대와 샤워기를 연결하고, 바닥 배수구로 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은 현실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다.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적응하고 나면 나름의 편리함도 있다. 욕실 전체를 물로 청소하기 쉽고, 작은 공간에서 모든 기능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루마니아식 욕실의 마른 바닥과 큰 수건이 그리울 때도 있다.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은 음식, 언어, 교통, 문화 차이를 예상한다. 하지만 의외로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 건 일상 속 작은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욕실은 한국 생활의 차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장소다,

세면대에 연결된 샤워기, 물이 튀는 바닥, 욕실 슬리퍼, 샤워기 필터, 작은 수건. 한국인에게는 너무 익숙한 것들이 외국인에게는 하나하나 문화 충격이 된다. 처음엔 “이게 어떻게 가능한 욕실이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한국 원룸 욕실은 작고 낯설지만, 그 안에도 한국식 생활 방식이 담겨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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