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미국 사람이세요?” 한국인이 외국인을 만나면 자주 하는 귀여운 오해들
공원에서 셀카를 찍고 환하게 웃으며 화창한 하늘 아래 함께 시간을 즐기는 즐거운 네 친구 / 셔터스톡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듣는 질문들이 있다. “미국 사람이에요?”, “매운 거 못 먹죠?”, “영어 원어민이죠?”, “빵 없이 살 수 있어요?” 같은 말들이다. 악의는 없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꽤 재미있고 때로는 귀여운 문화적 오해로 느껴진다.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몇 가지 이미지를 떠올린다. 영어를 잘할 것 같고, 빵을 주식처럼 먹을 것 같고, 매운 음식은 못 먹을 것 같고, 어쩐지 미국에서 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런 외국인도 있다. 하지만 모든 외국인이 미국인도 아니고, 모두가 영어 원어민도 아니며, 모두가 빵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외국인마다 나라, 언어, 식습관, 매운맛 취향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한국 생활을 재미있게 만든다. 작은 오해에서 대화가 시작되고, 서로의 문화를 설명하다 보면 “아, 외국인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구나”라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오해, 외국인은 다 미국 사람일 것 같다

한국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미국 사람이에요?”다. 특히 서양인처럼 보이면 많은 사람들이 먼저 미국을 떠올린다. 영어권 국가 이미지가 강하고, 한국에서 접하는 외국 문화 중 미국 문화의 비중이 크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온 사람에게는 이 질문이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모두 미국인은 아니다. 루마니아, 프랑스,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국에 살고 있다.

루마니아 사람에게 “미국 사람이냐”고 물으면 처음에는 조금 당황할 수 있다. 루마니아는 유럽에 있는 나라이고, 공식 언어도 영어가 아니라 루마니아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외국인을 보면 일단 영어권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오해는 불편하다기보다 한국에서 외국인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얼마나 미국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외국인에게는 자신의 나라를 소개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니요, 저는 루마니아에서 왔어요.” 이 한마디로 대화는 갑자기 더 흥미로워진다.

두 번째 오해, 외국인은 매운 음식을 못 먹을 것 같다

또 하나 자주 듣는 말은 “매운 거 못 먹죠?”다. 한국 음식은 매운맛이 강하다는 이미지가 있고, 외국인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을 것이라는 인식도 꽤 흔하다. 하지만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외국인은 김치도 매워하고, 신라면도 힘들어한다. 반대로 어떤 외국인은 한국인보다 매운 음식을 더 잘 먹는다.

실제로 한국 친구와 갈비찜을 먹으러 갔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친구는 기본맛 갈비찜을 주문했고, 나는 매운 갈비찜을 골랐다. 그 순간 친구가 정말 놀란 표정으로 나를 봤다. 본인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데, 외국인인 내가 매운맛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이 너무 재미있었다. 한국인 친구는 당연히 내가 순한 맛을 먹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냥 매운 갈비찜이 더 맛있어 보여서 골랐다. 그날 우리는 음식 취향이 국적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웃으면서 확인했다.

매운맛을 잘 먹는지 못 먹는지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차이라기보다 개인 취향의 차이에 가깝다. 어떤 한국인은 매운 음식을 못 먹고, 어떤 외국인은 불닭볶음면도 즐긴다. 국적보다 중요한 건 각자의 입맛이다.

갈비찜 / 셔터스톡

세 번째 오해, 외국인은 모두 영어를 유창하게 할 것 같다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을 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어가 공통어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도 많다. 하지만 모든 외국인이 영어 원어민인 것은 아니다.

루마니아의 공식 언어는 루마니아어다. 영어는 학교에서 배우는 외국어다. 나 역시 아주 어릴 때,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어를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모국어라는 뜻은 아니다.

이 부분은 한국인들이 의외로 자주 헷갈리는 지점이다. 외국인처럼 보이면 영어가 모국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유럽만 봐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가 훨씬 많다. 프랑스인은 프랑스어를, 독일인은 독일어를, 루마니아인은 루마니아어를 먼저 배운다.

그래서 “영어 원어민이죠?”라는 질문을 들으면 조금 웃기기도 하다. 한국인이 영어를 공부하듯, 많은 외국인도 영어를 공부해서 배운다. 발음이 익숙하게 들릴 수 있어도, 그 사람에게 영어는 제2언어일 수 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영어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도 시험을 보고,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배우며 영어를 익힌다.

영어 학습 글자 D와 글자가 적힌 손전표를 가리키는 어린이의 손. / 셔터스톡

네 번째 오해, 외국인은 빵 없이는 못 살 것 같다

또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 누군가 나에게 “빵 없이 살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아마 유럽 사람은 매일 빵을 먹고, 밥보다는 빵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루마니아에서 빵은 중요한 음식이다. 식탁에 자주 올라오고, 수프나 고기 요리와 함께 먹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루마니아 사람이 빵 없이는 못 사는 것은 아니다.

루마니아에서도 쌀을 많이 먹는다. 필라프 같은 쌀 요리도 있고, 고기나 채소와 함께 밥을 먹는 경우도 흔하다. 나 역시 한국에 와서 밥을 먹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빵보다 밥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더 놀랐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유럽 사람은 빵을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강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마다 식습관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빵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밥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면을 더 좋아한다.

외국인이라는 큰 단어 안에 너무 많은 나라와 너무 많은 입맛이 들어 있는 셈이다.

나무 탁자 위에 딱딱한 빵 한 덩어리를 깨뜨리는 손. / 셔터스톡

오해는 때로 문화 대화의 시작이 된다

이런 오해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귀엽고 재미있는 순간으로 남는다. 누군가 “미국 사람이냐”고 물으면 루마니아를 소개할 수 있고, “매운 거 못 먹죠?”라는 말에는 매운 갈비찜을 주문하며 대답할 수 있다. “영어 원어민이죠?”라는 질문에는 루마니아어와 영어 교육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빵 없이 살 수 있어요?”라는 말에는 루마니아에서도 쌀을 많이 먹는다고 설명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외국인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외국인은 모두 미국인도 아니고, 모두 영어 원어민도 아니며, 모두 매운 음식을 못 먹거나 빵만 먹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다 보면 이런 작은 질문들을 통해 서로를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된다. 처음에는 오해로 시작하지만, 대화가 이어지면 문화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이 된다.

어쩌면 외국인과 한국인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거창한 문화 교류가 아니라 이런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매운 거 못 먹죠?” “아니요, 저 매운 갈비찜 좋아해요.”

그 한마디만으로도 서로의 고정관념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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