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왜 남이 먹는 걸 이렇게 오래 보지?” 외국인이 결국 빠져든 한국 먹방의 이상한 매력
음식 블로거는 카메라에 찍힌 먹는 쇼를 가벼운 배경에 대조한다. / 셔터스톡

처음 한국 먹방을 봤을 때는 충격이었다. 한 사람이 엄청난 양의 음식을 앞에 두고 먹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끝까지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한국 먹방은 단순히 많이 먹는 영상이 아니라, 소리와 식감, 대리만족, 외로움까지 채워주는 독특한 콘텐츠였다.

처음엔 너무 이상했다

외국인으로서 처음 먹방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왜 이렇게 많이 먹어?” 테이블 위에는 치킨, 떡볶이, 라면, 김밥, 피자, 햄버거, 디저트까지 가득했다. 한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많아 보였다. 그런데 영상 속 사람은 너무 자연스럽게 먹었고, 댓글에는 “맛있겠다”, “소리 좋다”, “힐링된다”는 반응이 달려 있었다.

처음에는 이 반응이 더 신기했다. 누군가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왜 재미있을까. 음식 냄새도 맡을 수 없고, 직접 맛볼 수도 없는데 왜 사람들이 계속 보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루마니아에서도 음식 영상은 있다. 레시피 영상이나 맛집 소개, 여행 중 먹는 음식 콘텐츠는 많다. 하지만 한국 먹방처럼 한 사람이 긴 시간 동안 음식을 먹고, 시청자는 그 장면 자체를 즐기는 방식은 훨씬 낯설었다.

한국 먹방은 맛보다 ‘소리’가 먼저 온다

먹방을 계속 보다 보니 한국 먹방의 핵심은 단순히 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중요한 것은 소리였다. 후루룩, 바삭, 아삭, 쩝쩝, 오독오독. 한국어에는 음식 소리와 식감을 표현하는 말이 많다. 라면을 먹을 때 나는 후루룩 소리, 치킨 껍질이 깨지는 바삭한 소리, 오이를 씹을 때 나는 아삭한 소리, 젤리나 무말랭이를 씹을 때 나는 오독오독한 소리까지. 한국에서는 소리도 맛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이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당황했다. 유럽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을 예의 없게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먹방의 가까운 마이크 소리와 씹는 소리는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국 친구들은 말했다. “그 소리가 좋아서 보는 거야.”

그때부터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먹방은 음식을 보는 콘텐츠이면서 동시에 듣는 콘텐츠였다. 시청자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소리만으로 바삭함, 쫀득함, 뜨거움, 매운맛을 상상한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찾은 고객들이 '정원분식'에서 식사하고 있다 / 뉴스 1

다이어트 중에도 보는 이상한 대리만족

먹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왜 보는지 물어보면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다이어트 중이라서 본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이어트 중이면 오히려 먹방을 보면 더 배고파지지 않을까.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먹지 못하는 음식을 누군가 대신 먹어주는 것을 보며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매운 떡볶이, 치즈 가득한 라면, 바삭한 치킨, 달콤한 디저트. 직접 먹으면 부담스럽지만, 영상으로 보면 칼로리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조금 이상하지만, 동시에 이해가 됐다. 먹방은 음식에 대한 욕구를 완전히 채워주지는 못해도, 잠시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먹지 않고도 먹은 것 같은 느낌. 이것이 먹방의 가장 이상하고도 강한 매력 중 하나였다.

메뉴 추천 영상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먹방을 음식 추천용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외국인에게 이 부분은 꽤 실용적이다.

한국 음식은 종류가 많고, 처음 보는 메뉴도 많다. 이름만 보고는 어떤 맛인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먹방을 보면 음식의 비주얼, 양념의 농도, 식감, 먹는 방법까지 한 번에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라탕을 먹는 영상을 보면 어떤 재료를 넣는지 알 수 있고, 불닭볶음면 먹방을 보면 얼마나 매운지 예상할 수 있다. 떡볶이 먹방을 보면 밀떡과 쌀떡의 차이, 치즈 추가의 느낌, 튀김을 찍어 먹는 방법까지 자연스럽게 배운다.

나도 어느 순간 먹방을 보면서 “저건 나중에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던 콘텐츠가 어느새 한국 음식 가이드처럼 느껴졌다.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박 먹방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 1

혼밥할 때 덜 외로운 콘텐츠

먹방을 이해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한국 친구들의 말이었다. “혼자 밥 먹을 때 먹방 틀어놓으면 덜 외로워.” 이 말을 듣고 먹방을 완전히 다르게 보게 됐다. 한국은 혼밥 문화가 많이 발달했지만, 혼자 밥 먹는 시간이 항상 편한 것은 아니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조용한 방에서 배달음식을 먹을 때 누군가 옆에서 같이 먹는 느낌이 있으면 덜 외롭게 느껴질 수 있다.

먹방 진행자가 음식을 소개하고, 한입 먹고, 반응하고, 시청자에게 말을 건다. 실제로 같이 먹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마치 누군가와 식탁을 공유하는 것처럼 만들어진다.

외국인에게 이것은 꽤 인상적이었다. 먹방은 단순히 남이 먹는 것을 보는 영상이 아니라, 혼자 먹는 사람에게 식사 친구가 되어주는 콘텐츠일 수 있었다.

한국 친구들의 말을 듣고 나도 혼자 밥을 먹을 때 먹방을 틀어본 적이 있다. 이상하게도 조용한 방이 조금 덜 조용하게 느껴졌다.

씹는 소리가 잠을 부른다는 사람들

더 신기했던 것은 먹방을 잠들기 전에 보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씹는 소리나 국물 소리, 음식이 부서지는 소리가 안정감을 준다고 했다. 일종의 ASMR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누군가 라면을 먹고 치킨을 씹는 소리를 들으며 잠든다는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먹방 ASMR 영상을 보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반복적인 소리, 가까운 마이크, 일정한 리듬이 있다. 음식이 바삭하게 부서지는 소리나 국물을 후루룩 마시는 소리는 어떤 사람에게는 자극적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편안한 배경음이 된다.

한국 먹방은 그래서 단순한 음식 콘텐츠가 아니라 감각 콘텐츠에 가깝다. 보는 맛, 듣는 맛, 상상하는 맛이 함께 있다.

처음에는 먹방이 너무 이상했다. 왜 이렇게 많이 먹는지, 왜 씹는 소리를 크게 듣는지, 왜 남이 먹는 영상을 보며 만족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먹방을 보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먹방을 보면 한국 음식을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이 인기 있는지, 어떻게 먹는지, 어떤 조합이 맛있는지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리고 영상에서 본 음식을 나중에 실제로 먹어볼 때 재미가 있다. “아, 이게 그 먹방에서 봤던 맛이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먹방은 결국 나에게 한국 음식 체험의 예고편이 됐다.

한국 먹방은 음식보다 감정을 먹는 콘텐츠다

이제는 먹방이 왜 인기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먹방은 단순히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영상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대리만족이고, 누군가에게는 메뉴 추천이고, 누군가에게는 ASMR이고, 누군가에게는 혼밥 친구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맛으로만 즐기지 않는다. 소리, 식감, 양, 조합, 분위기까지 함께 즐긴다. 먹방은 그 감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다. 외국인에게 처음 먹방은 충격이다. 하지만 한 번 빠지면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된다. 왜냐하면 먹방은 결국 음식 영상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음식을 즐기는 방식을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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