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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친구들이 “여름엔 에어컨 없으면 못 산다”고 말했을 때 처음엔 조금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집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도 흔하고, 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 살아보니 알게 됐다. 한국 여름은 단순히 더운 것이 아니라, 습도가 온몸을 감싸는 계절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 나는 한국 친구들에게 루마니아에서는 집에 에어컨이 없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오히려 나보다 더 놀랐다. “진짜? 그럼 여름에 어떻게 살아?”
처음에는 그 반응이 조금 신기했다. 물론 루마니아도 여름에는 덥다. 기온이 높게 올라가는 날도 있고, 햇볕이 강한 날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집 안에서 선풍기만 틀고 지내거나, 창문을 열어두고 버티는 경우가 있다. 저녁이 되면 바람이 조금 불고, 야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한국 친구들이 “에어컨 없이는 절대 못 산다”고 말할 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얼마나 덥길래 그렇게까지 말하지?’ 하지만 한국 여름을 직접 겪고 나서야 그 말을 이해하게 됐다.
한국 여름은 내가 상상한 더위와 달랐다. 단순히 햇볕이 뜨겁고 기온이 높은 것이 아니었다. 공기 자체가 무겁고 축축했다. 밖에 나가면 땀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마치 거대한 수족관 안에 들어와 사는 것 같았다. 숨을 쉬어도 시원하지 않고, 그늘에 있어도 가볍지 않다. 햇볕을 피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한국 여름은 그늘도 습했다.
루마니아의 여름은 더워도 상대적으로 건조하게 느껴지는 날이 많다. 뜨거운 햇볕은 피하고 싶지만, 저녁에는 산책을 하거나 야외 테라스에 앉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저녁이 되어도 공기가 식지 않는 날이 많았다. 해가 졌는데도 더위가 끝나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한국 친구들이 말한 “에어컨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에어컨을 너무 오래 틀면 몸에 안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기요금도 걱정되고, 실내외 온도 차이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국 여름을 겪다 보면 선택지가 많지 않다.
집에 돌아왔는데 방 안 공기가 답답하고, 샤워를 해도 금방 다시 땀이 나고, 창문을 열어도 시원한 바람 대신 뜨겁고 습한 공기가 들어온다. 선풍기를 틀어도 공기만 섞일 뿐 시원해지지 않는 날도 있다. 결국 나도 한국 친구들처럼 말하게 됐다. “에어컨 없으면 못 살아.”
예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여름에 에어컨을 너무 많이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한국의 습한 여름에서 에어컨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 도구처럼 느껴진다.

한국 여름을 버티는 또 다른 방법은 얼음 음료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티, 아이스 라떼, 얼음컵 음료까지 한국에서는 차가운 음료가 정말 흔하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 사람들은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아이스 음료를 자주 마신다는 것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사람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훨씬 많이 봤다. 특히 여름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손에 차가운 음료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루마니아에서도 여름에는 아이스커피나 차가운 음료를 마신다. 하지만 그래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많다. 아침에는 에스프레소나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카페 테라스에 앉아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한국 여름에서는 뜨거운 음료를 들고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조금 용감해 보인다. 이미 공기가 뜨거운데, 손에 뜨거운 커피까지 들고 있으면 몸이 더 지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도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말한다. “아이스로 주세요.”

한국에서 또 놀란 것은 여름 생존 아이템이다. 길을 걷다 보면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있는 사람, 양산을 쓴 사람, 목에 쿨링 제품을 건 사람, 이마나 목에 쿨링패치를 붙인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양산을 쓰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햇빛이 강해도 선글라스나 모자를 쓰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여름 저녁에 밖을 걷고, 테라스에 앉고,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밖에 오래 있는 것이 정말 힘들다. 특히 한낮에는 걷는 것 자체가 고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얼굴에 열기가 올라오고, 등에는 땀이 흐르고, 공기는 무겁고,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짧은 거리도 길게 느껴진다.
그제야 알게 됐다. 한국 사람들이 휴대용 선풍기와 양산을 들고 다니는 것은 유난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응이었다. 한국 여름에서는 조금이라도 몸의 온도를 낮춰야 한다.
루마니아에서 여름 저녁은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대일 때가 많다. 낮에는 더워도 해가 지면 조금 선선해지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산책하거나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름밤 특유의 여유가 있다. 하지만 한국 여름은 저녁이 되어도 쉽게 식지 않는다. 해가 졌는데도 공기는 여전히 뜨겁고 습하다. 밤에 밖을 걸어도 시원한 느낌보다는 따뜻한 수증기 속을 걷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점이 나에게는 가장 충격적이었다. 낮이 더운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밤까지 덥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더위가 계속되니 몸이 쉬는 시간이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여름에 실내를 더 찾는 것 같다. 카페, 쇼핑몰, 지하상가, 영화관처럼 에어컨이 잘 나오는 공간이 피난처가 된다. 여름의 한국에서는 시원한 실내가 하나의 목적지가 된다.
처음에는 한국 친구들이 여름을 너무 무섭게 말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더워”, “습해서 죽을 것 같아”, “에어컨 없으면 못 살아” 같은 표현이 조금 과장처럼 들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을 내가 하고 있다. 한국 여름은 숫자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기온보다 중요한 것은 습도다. 공기가 몸에 달라붙고, 땀이 마르지 않고, 밤에도 열기가 남아 있는 느낌은 직접 겪어봐야 안다.
외국인에게 한국 여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충격이다. 에어컨, 아이스 아메리카노, 휴대용 선풍기, 양산, 쿨링패치가 왜 이렇게 흔한지 이제는 너무 잘 이해된다.
한국 친구들이 말했던 것처럼, 한국 여름은 정말 만만하지 않다. 예전의 나는 “에어컨 없이도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다르다. 한국 여름을 한 번 겪고 나면, 에어컨 리모컨이 집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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