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 여행 중 미술관을 찾는다…달라진 ‘K문화 관광’

과거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코스는 비교적 익숙했다. 고궁을 방문하고, 명동에서 쇼핑하고, 한국 음식을 맛본 뒤 좋아하는 K팝 가수나 K드라마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가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의 역사와 예술, 문화를 더 깊이 경험하려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박물관과 미술관이 새로운 필수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수천 년의 역사를 담은 문화유산부터 현대미술, 사진, 미디어아트, 몰입형 전시까지 한국의 문화 공간은 많은 외국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전통 상차림에 사용된 가구와 식기 등 한국의 옛 생활문화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세계적인 문화 명소로 떠오른 한국 박물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다. 2025년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650만 명을 넘어 전년보다 약 70% 증가했으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박물관으로 기록됐다. 외국인 관람객 역시 23만 명을 넘어서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K팝과 드라마를 넘어 역사와 전통문화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선사시대 유물과 불교 조각, 전통 회화, 도자기, 국보 등 한국의 오랜 역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을 대중문화를 통해 처음 접한 외국인에게는 오늘날 한국 문화가 어떤 역사와 예술적 전통 위에서 발전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상설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여행객에게 큰 장점이다.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 유물부터 현대미술까지…예상보다 다양한 한국 전시

한국 박물관과 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고대 유물과 전통 예술을 전시하는 국립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고, 현대적인 작품을 선호한다면 설치미술과 사진, 영상, 미디어아트를 다루는 미술관을 선택할 수 있다.

서울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문화 경험이 가능하다. 대형 국립미술관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과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삼청동과 한남동, 성수동 등에 자리 잡은 소규모 갤러리에서는 신진 작가와 최신 예술 흐름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전시뿐 아니라 독특한 건축과 정원, 카페, 포토존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면서 미술관이 더 이상 예술 전문가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여행 중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문화 명소로 변화하고 있다.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외국인 관람객. / 뉴스1

K콘텐츠로 시작된 관심, 한국 문화 전체로 확대됐다

K팝과 K드라마의 세계적인 인기도 외국인의 박물관·미술관 방문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처음에는 음악이나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이후 한복과 전통 건축, 역사, 디자인, 현대미술 등 더 넓은 문화 영역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사극을 보고 한국의 왕실 문화와 전통 유물에 관심을 갖거나, K팝을 좋아하면서 한국의 패션과 사진, 현대 디자인을 찾아보는 경우도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화면 속에서 접했던 현대 한국 문화와 그 배경이 되는 역사·예술을 연결해 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의 2024년 상반기 외국인 관람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5.6% 증가했다. 이는 외국인의 한국 문화 관심이 관광과 대중문화를 넘어 더욱 깊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만 보는 곳이 아닌 새로운 여행 공간

최근 한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넓은 정원과 전망 공간, 감각적인 카페, 체험형 전시 등을 함께 운영하며 관람객이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구성한 곳도 많다.

한국 전통 회화와 문화재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박물관 굿즈도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엽서와 문구류뿐 아니라 액세서리와 생활용품까지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평범한 기념품 대신 한국의 역사와 예술이 담긴 상품을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다국어 설명과 오디오 가이드, 디지털 전시도 외국인의 관람 장벽을 낮추고 있다. 한국어를 잘 알지 못해도 유물과 작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전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전통 식문화와 시대별 식기를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 / 뉴스1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문화 여행

한국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은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주에서는 신라의 역사와 고대 유물을 만날 수 있고, 제주에서는 자연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진 전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부산과 광주, 대전 등에서도 지역의 역사와 예술적 특색을 담은 다양한 문화 공간을 찾을 수 있다.

지역 박물관은 유명 관광지만 방문해서는 알기 어려운 한국 각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보여준다. 이에 따라 박물관과 미술관을 중심으로 여러 지역을 여행하는 문화 관광도 새로운 국내 여행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

한국 박물관과 미술관의 인기는 외국인의 관심이 더욱 넓고 깊어지고 있다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제 많은 여행객은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거나 유명 연예인이 소개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게 된 한국 문화가 어떤 역사와 예술적 배경에서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어 한다.

K팝과 K드라마가 한국을 처음 발견하게 만든 계기였다면, 박물관과 미술관은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박물관은 더 이상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잠시 들르는 임시방편의 관광지가 아니다. 오랜 전통과 현재의 창의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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