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25만 명 돌파”…서울 넘어 전국서 채용박람회가 늘어나는 이유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들을 국내 기업과 연결하려는 채용박람회도 서울을 넘어 부산·울산·경남, 강원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 한국 유학은 학위를 받은 뒤 본국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졸업 후 한국에서 경력을 쌓거나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연구개발, 정보기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려는 유학생이 늘면서 취업 준비까지 포함한 ‘유학 이후의 삶’이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외국인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와 기업 관계자가 채용 및 직무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2025년 외국인 유학생 25만3000명…1년 만에 21.3% 증가

교육부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고등교육기관에서 공부한 외국인 유학생은 약 25만3000명으로, 2024년보다 21.3%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학위과정 유학생의 비중은 70.7%로 확대됐다. 단기 어학연수만을 위해 한국을 찾는 사람뿐 아니라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장기간 머무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교육부가 인증하는 교육부가 인정하는 교육국제화역량 인증대학도 늘었다. 2025년 학위과정 인증대학은 전년 158개교에서 181개교로, 어학연수과정 인증대학은 103개교에서 123개교로 증가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관리가 일부 대학만의 사업이 아니라 국내 대학 전반의 주요 과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유학생 수가 늘면서 취업을 원하는 인원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어와 전공 지식을 함께 쌓은 학생에게 한국 취업은 유학 경험을 실제 경력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이며, 기업에는 해외 고객과 시장을 이해하는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2026 글로벌 탤런트 페어 외국인 유학생 채용관을 찾은 구직자들이 기업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국내 최대 박람회에 외국인 유학생 채용기업 100곳 참여

대표적인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KOTRA, 국립국제교육원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탤런트 페어’다.

2025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에는 전체 330개 기업과 약 1만7000명의 구직자가 참여할 예정이었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 채용관에는 국내 기업 약 100곳이 배정됐다. 다만 1만7000명은 외국인 유학생뿐 아니라 해외 취업과 외국인투자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전체 행사 구직자를 합친 규모다.

외국인 유학생 채용관에서는 기업 담당자와의 일대일 면접 및 상담뿐 아니라 채용설명회, 취업 특강, 네트워킹, 이력서 컨설팅 등이 함께 진행됐다. 학생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전공과 한국어 수준, 비자 조건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기업은 서류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지원자의 의사소통 능력과 해외 경험을 현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과 구직자들이 2026 글로벌 탤런트 페어 채용관에서 기업 정보와 취업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KOTRA의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는 일회성 행사도 아니다. 2026년 행사는 18회째를 맞았으며, 국내 기업 약 100곳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유학생 전문 채용행사로 안내됐다.

지난 행사 규모를 보면 기업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점도 확인된다. 2022년 박람회에는 115개 기업과 88개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 약 1600명이 참가했으며, 참여 기업 수는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당시 참가 학생 가운데 석·박사 인력이 56%를 차지했다.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을 찾는다

최근의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유학생 채용행사가 수도권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KOTRA와 부산대학교는 2025년 부산·울산·경남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별도의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부산에서도 외국인 유학생과 기업을 연결하는 행사와 함께 취업비자 설명, 외국인 졸업생의 한국 기업 적응 경험을 공유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강원도 역시 2025년 강원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지역 기업의 일대일 면접을 중심으로 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 서울시는 같은 해 외국인 채용을 원하는 약 80개 기업이 참여하는 별도의 취업·채용 박람회를 열어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등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현장면접과 멘토링 기회를 제공했다.

외국인 구직자가 채용박람회에 마련된 인공지능 기반 한국어 면접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 뉴스1

세종대학교에서 시작된 외국인 유학생 취업·창업박람회도 2024년 가을 4회째를 맞았다. 여러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각자의 행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문제가 전국적인 대학·산업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기업 입장에서는 외국어와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고, 지방 대학에서 공부한 유학생이 졸업 후 해당 지역에 남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학생에게도 서울에 집중된 일자리뿐 아니라 제조업과 첨단산업, 관광, 무역 등 지역별 산업과 연결된 진로를 탐색할 기회가 된다.

기업은 글로벌 인재를 찾지만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다

채용박람회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기업의 현실적인 수요도 있다.

해외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은 수출 대상 국가의 언어와 소비문화를 이해하면서 한국 조직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 대학에서 전공을 공부하고 한국 생활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해외 현지 인재와 국내 인재 사이를 연결할 수 있다.

특히 정보기술, 연구개발, 해외영업, 무역, 마케팅, 콘텐츠 현지화 분야에서는 전공지식과 모국어 능력을 동시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KOTRA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 판로 개척과 제품 현지화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채용을 필요로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실제 국내 취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아직 높지 않다. 교육부의 202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졸업자는 3만6271명이었고, 이 가운데 취업자는 4993명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약 13.8%에 해당한다. 다만 공식 취업률은 조사대상과 제외 기준에 따라 별도로 산정되므로 이 수치를 그대로 공식 취업률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졸업을 기념하고 있다. / 뉴스1

서울시도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률이 낮은 상황을 지적하며, 기업과 인재를 직접 연결할 전용 채용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의견을 박람회 개최 배경으로 설명했다.

학생들은 한국어 능력뿐 아니라 학생비자에서 취업비자로의 전환, 기업별 채용방식, 경력 인정, 직무 정보 부족 등의 장벽을 마주한다. 기업 역시 외국인 채용 경험이 없다면 비자와 행정절차, 조직 내 의사소통 문제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박람회는 단순히 채용 부스만 설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비자 상담, 이력서 작성, 모의면접, 외국인 현직자 멘토링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유학의 의미가 ‘입학’에서 ‘취업과 정착’으로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의 확대만으로 한국이 유학 목적지로 인기를 얻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학생 수가 25만 명을 넘어섰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취업과 정착을 지원하는 행사를 잇달아 운영한다는 사실은 한국 유학의 구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이제 대학의 순위나 전공뿐 아니라 졸업 후 인턴십과 취업 가능성, 비자 전환, 한국에서의 장기적인 경력까지 고려해 유학지를 선택한다. 따라서 채용박람회와 취업지원 프로그램은 유학생에게 부가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한국 유학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공부한 외국인 학생이 졸업 후 자신의 언어와 전공, 한국 생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다면 유학은 학위 취득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에는 새로운 해외 인재가 되고, 지역에는 정착 인구가 되며, 한국 대학에는 다시 다른 유학생을 끌어들이는 경험이 된다.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가 서울의 대형 행사에서 전국의 대학과 지역 산업 현장으로 확대되는 모습은 한국이 단순히 외국 학생을 유치하는 단계를 넘어, 이들이 공부한 뒤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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