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밥반찬인데”…외국인들이 과자처럼 사가는 제품

한국 가정에서 김은 특별한 음식이라기보다 냉장고나 식탁 한쪽에 늘 준비돼 있는 익숙한 밥반찬에 가깝다. 따뜻한 밥을 한 숟가락 올려 싸 먹거나 잘게 부숴 볶음밥과 국수에 뿌리고, 아이들의 반찬이 마땅하지 않을 때 간편하게 꺼내는 식품으로 소비되는 만큼 한국인에게는 화려한 기념품보다 일상적인 식재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김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이라는 설명을 듣기 전부터 바삭하고 짭짤한 얇은 스낵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으며,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발라 구운 조미김부터 김부각, 와사비맛·매운맛·치즈맛을 더한 김스낵까지 여러 제품을 비교해 구매한 뒤 여행 중 과자처럼 먹거나 가족과 친구에게 나눠 줄 한국 기념품으로 챙긴다.

한국인들에게 너무 평범해 관광 상품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김이 이제는 해외 소비자들이 일부러 찾는 대표적인 K푸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따뜻한 밥과 함께 먹는 조미김.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밥반찬이지만 해외에서는 간편하게 즐기는 해조류 스낵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 셔터스톡

외국인 관광객의 마지막 쇼핑 목록에 들어간 김

이 같은 변화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에서도 확인된다. 공항철도가 연결된 서울역 인근 대형마트는 귀국을 앞둔 관광객들의 대표적인 쇼핑 장소로 자리 잡았으며, 해당 점포에서 외국인 구매 비중이 높은 주요 식품으로 과자와 견과류, 김 등이 꼽혔다. 매장에서는 외국인 고객이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해 손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묶음형이나 손잡이가 달린 여행용 포장 상품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김이 기념품으로 매력적인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비교적 작아 여행가방에 넣기 쉽고, 개별 포장된 제품은 여러 사람에게 나눠 주기 편하며, 별도의 조리 없이 봉지를 열자마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장식품이나 지역 기념품은 취향을 탈 수 있지만 김은 간식이나 음식으로 소비할 수 있어 선물받는 사람의 부담이 적고, 한국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자주 먹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여행 경험을 전달하기에도 적합하다.

참기름과 깨를 더해 만든 김자반. 밥이나 주먹밥, 비빔밥 등에 곁들이는 반찬으로 활용된다. / 셔터스톡

한국에서는 반찬, 해외에서는 ‘시위드 스낵’

김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는 제품 포장에서도 드러난다. 국내에서는 ‘구운김’, ‘재래김’, ‘식탁김’처럼 밥반찬 용도를 강조하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roasted seaweed snack’이나 ‘crispy seaweed snack’처럼 과자에 가까운 표현으로 판매되는 사례가 많다.

한국에서는 한 장씩 밥을 싸 먹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지만 해외 소비자는 감자칩이나 크래커처럼 손으로 집어 그대로 먹는 저칼로리 해조류 스낵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실제로 한국산 조미김을 판매하는 해외 업체들도 김을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식품인 동시에 단독으로 즐기는 바삭한 간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방식은 김이 특정 국가의 반찬에 머물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독립적인 스낵 제품군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한 전장 조미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한국 여행 기념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 셔터스톡

참기름김에서 들기름김까지, 외국인들이 발견한 다양한 맛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마트의 김 코너에서 놀라는 또 다른 이유는 제품의 종류가 예상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같은 김이라도 원초의 종류와 굽는 방식, 소금의 양, 기름의 종류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며, 도시락김과 전장김(큰 김), 김자반(조린 김), 김부각(튀긴 김), 스낵김처럼 형태도 세분화돼 있다.

특히 해외에서 흔히 접하는 기본 조미김 외에도 참기름김, 들기름김, 돌김, 곱창김(김의 한 종류)처럼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름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어 외국인에게는 하나의 식품 카테고리를 탐험하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중 들기름김은 참기름을 사용한 제품보다 고소한 향이 진하고 특유의 들기름 풍미가 강해, 한국적인 맛을 찾는 관광객이나 기존 조미김과 다른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흥미로운 선택지가 된다. 모든 외국인 관광객이 들기름김을 가장 많이 구매한다고 단정할 공식 통계는 없지만, 들기름과 천일염처럼 기름과 양념을 달리한 한국산 조미김이 해외 온라인몰과 수출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은 김이 하나의 맛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와사비맛, 불닭맛, 치즈맛처럼 해외 소비자에게 익숙하거나 강한 인상을 남기는 양념을 더한 제품도 늘어나면서 김은 전통 식품과 현대적인 스낵 사이의 경계를 더욱 넓히고 있다.

개별 포장된 조미김 제품. / 셔터스톡

2025년 김 수출 11억3000만 달러, 역대 최대

김의 세계적인 인기는 관광객들의 장바구니를 넘어 수출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김 수출액은 11억3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13.7% 증가했으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김은 전체 수산식품 가운데 수출액 1위 품목으로 집계됐고, 일본과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수요가 고르게 확대됐다.

2024년에도 김 수출액은 9억9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8% 증가했으며, 이미 2년 연속 원화 기준 1조 원을 넘어선 상태였다.

불과 2010년 1억1000만 달러 수준이던 김 수출액이 빠르게 성장하고 수출 대상 국가도 64개국에서 122개국으로 늘어난 것은, 김이 더 이상 한국이나 동아시아의 식문화에만 머무는 식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이 해외에서 통하는 이유는 ‘한국적이면서 어렵지 않아서’

모든 전통 음식이 해외에서 간편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향이 강하거나 조리 과정이 복잡한 식품은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 높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지만, 김은 한국적인 정체성을 분명히 갖고 있으면서도 먹는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봉지를 열어 바로 먹을 수 있고, 짭짤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익숙한 스낵의 특성과 닮아 있으며, 밥이나 면 요리에 곁들이거나 샐러드와 수프 위에 부수어 올리는 등 기존 식문화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한 봉지씩 나뉜 소포장, 낮은 무게, 긴 보관 편의성, 다양한 맛이라는 장점이 더해지면서 김은 해외 소비자가 특별한 설명 없이도 시도해 볼 수 있는 K푸드가 됐다. 해양수산부 역시 해외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제품 개발과 한류를 통한 한국 식품 인지도 확대가 김 수출 증가를 이끈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밥반찬이 한국을 기억하는 기념품으로

외국인들이 김을 사가는 현상은 최근 한국 관광 기념품의 변화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전통 문양이 들어간 물건이나 관광지 이름이 적힌 상품이 대표적인 기념품이었다면, 이제는 한국 사람들이 실제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직접 경험하고 가져가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단순한 기념품 구매에서 한국의 일상과 문화를 경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식품과 생활용품의 외국인 대상 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김은 밥이 허전할 때 꺼내 먹는 평범한 반찬이지만, 외국인에게는 한국에서 처음 맛본 바삭한 간식이자 귀국 후에도 여행을 떠올리게 만드는 식품이 된다. 참기름김과 들기름김, 김자반과 김부각처럼 작은 차이를 가진 제품을 하나씩 골라 담는 모습은 한국인에게 익숙했던 김의 가치를 오히려 새롭게 보게 만든다.

결국 외국인들이 김을 과자처럼 먹고 기념품으로 사가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니다. 한국의 맛을 담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고, 가볍게 나눌 수 있으며, 제품마다 조금씩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국 식탁의 가장 평범한 밥반찬이 세계 시장에서는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K스낵이자, 여행가방에 담아 가는 한국의 일상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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