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전소미가 증명했다…해외가 직접 만드는 K팝 축제의 시대
K-POP DAYS NIBIRU 태민와 전소미 / K-Pop Days 인스타그램

K팝의 세계적 인기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흔히 코첼라와 롤라팔루자 같은 대형 음악축제가 언급된다. 한국 가수들이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같은 무대에 오르고, 수만 명의 관객이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는 모습은 K팝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한다. 하지만 최근 해외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K팝 아티스트가 현지 종합 음악축제의 라인업에 포함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나라가 K팝만을 위한 축제를 별도로 기획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티스트 공연뿐 아니라 랜덤 플레이 댄스, 커버 경연, 팬 커뮤니티 행사와 한국문화 체험까지 한 공간에서 열리는 형태다.

최근 루마니아와 스리랑카에서 이어진 움직임은 K팝이 더 이상 일부 해외 팬이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음악이 아니라, 현지에서 직접 사람을 모으고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내는 문화가 됐음을 보여준다.

루마니아 해변에 등장한 첫 대규모 K팝 축제

지난 8월 1일부터 2일까지 루마니아 흑해 연안의 코스티네슈티에서는 ‘K-POP DAYS NIBIRU’가 열렸다. 루마니아에서 K팝 팬 커뮤니티를 위해 이 정도 규모로 마련된 첫 전용 축제로 소개된 행사다.

7월 31일에는 팬 커뮤니티를 위한 ‘데이 제로’가 진행됐고, 핵심 아티스트 공연은 8월 1일과 2일 열렸다. 현지 매체가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1일에는 에버글로우와 샤이니 태민, 2일에는 휘브와 전소미가 무대에 올랐다. 루마니아와 유럽의 퍼포먼스 팀들도 함께 프로그램을 채웠다.

특히 태민과 에버글로우에게는 루마니아 팬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상징적인 무대였다.

루마니아 팬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입장을 기다렸고, 한국어 가사와 응원법을 따라 하며 아시아의 K팝 콘서트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태민은 첫 루마니아 방문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뜻도 밝혔다.

행사 주최 측이 현지 언론을 통해 밝힌 수치에 따르면 데이 제로에는 2만 명 이상, 첫 번째 본공연일에는 4만5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개막 후 첫 이틀간 누적 참가자는 6만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관객은 루마니아뿐 아니라 한국과 그리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불가리아, 몰도바, 이탈리아,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수치는 주최 측이 발표한 집계이며, 최종 전체 참가자 수는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첫 행사부터 수만 명의 관객이 모였다는 사실은 의미가 작지 않다.

루마니아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K팝 아티스트의 월드투어가 자주 열리는 핵심 시장은 아니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다른 유럽 국가로 이동하거나 오랫동안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팬도 많았다.

그런 나라에서 태민과 전소미, 에버글로우, 휘브를 중심으로 한 K팝 전용 행사가 열린 것은 현지 팬덤이 티켓과 관광, 공연 소비를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신호다.

주최 측은 행사 도중 이미 2027년 K-POP DAYS 사전 판매도 시작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중·동부 유럽을 대표하는 연례 K팝 축제로 키우려는 움직임이다.

KPOP DAYS 축제 태민과 전소미, 에버글로우, 휘브 / K-pop Days 인스타그램

공연만 본 것이 아니라 팬들이 축제를 완성했다

K-POP DAYS NIBIRU의 또 다른 특징은 유명 아티스트의 콘서트만으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료로 개방된 데이 제로에는 랜덤 플레이 댄스와 댄스 배틀, 팬들의 교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현지 팬들은 자신이 외운 안무를 함께 추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노래를 공유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K팝 축제가 일반적인 해외 가수 공연과 다른 이유를 보여준다.

팬들은 무대를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관객에 머물지 않는다. 직접 춤을 추고 응원법을 만들며 포토카드와 팬 제작물을 교환한다.

공연 전부터 이미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아티스트가 무대를 떠난 뒤에도 관계가 계속된다.

K팝이 해외에서 강한 이유는 노래와 퍼포먼스의 완성도만이 아니다. 팬들이 같은 음악을 중심으로 스스로 활동하고, 현지에서 새로운 문화를 재생산하는 구조가 함께 존재한다.

스리랑카에서는 팬이 직접 K팝 스타에 도전한다

루마니아가 정상급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대형 공연형 축제를 보여줬다면, 스리랑카에서는 팬들이 직접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주스리랑카 한국대사관은 오는 8월 23일 오후 5시 30분 스리랑카 콜롬보의 반다라나이케 기념 국제회의장, BMICH 메인홀에서 ‘2026 K-POP World Festival’ 스리랑카 예선을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K-POP World Festival은 한국 외교부와 KBS가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K팝 경연 프로그램이다.

각 나라에서 예선을 거친 참가자 가운데 일부가 선발돼 한국 무대에 도전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한국 아티스트의 공연을 관람하는 행사가 아니라, 현지 팬들이 노래와 춤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참여형 축제다.

스리랑카 예선은 개인과 그룹 모두 지원할 수 있으며 댄스와 보컬 부문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는 원하는 K팝 노래를 선택해 약 3~4분의 공연 영상을 제작해야 했다. 특히 댄스 지원자는 동작이 잘 보이도록 정면에서 촬영해야 하며, 불필요한 영상 효과나 리믹스 버전 사용은 피하도록 안내됐다.

지원자는 자신의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뒤 신청서와 함께 7월 12일까지 이메일로 제출해야 했다. 대사관은 지원자 가운데 개인과 그룹을 합쳐 약 14팀을 선발해 8월 23일 현장 예선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평가 항목에는 안무와 구성, 팀의 통일성, 매력과 표정, 무대 장악력 등이 포함된다.

현지 예선 상위 3팀의 공연 영상은 한국 측에 전달된다. 이후 최종 참가자로 선정될 경우 한국에서 열리는 K-POP World Festival 무대에 설 기회를 얻게 된다. 스리랑카 대사관의 2026년 공식 안내문은 최종 선발자가 2027년 10월께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일정은 잠정적이며 추후 세부 내용이 다시 안내될 예정이다. 여권이 없어도 스리랑카 국내 예선에는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먼저 실력과 열정을 평가한 뒤 실제 한국행이 확정된 참가자에게 필요한 절차와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2026 K-POP World Festival / 스리랑카 대사관 공시 페이지

K팝은 이제 현지 청년들의 ‘참여 문화’다

스리랑카 행사는 K팝의 해외 인기를 단순히 음원 재생 수나 팬 계정의 규모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참가자들은 한국어 노래의 발음을 익히고, 원곡 안무를 반복해서 연습하며, 의상과 표정까지 직접 준비한다. 한 곡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K팝은 외국에서 만들어진 음악을 듣는 취미를 넘어선다. 친구를 만나고, 춤과 노래를 배우며, 자신을 표현하는 지역 청년문화가 된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없는 팬도 자신이 사는 도시의 연습실에서 K팝 커버팀을 만들 수 있다. 현지 대회에서 우승하면 한국 무대에 설 가능성까지 생긴다. K팝이 서울에서 해외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팬들이 다시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공연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두 행사는 규모와 목적이 전혀 다르다.

루마니아의 K-POP DAYS NIBIRU는 유명 K팝 아티스트를 자국으로 불러 수만 명의 관객이 함께 즐기는 상업적인 대형 축제다.

스리랑카의 K-POP World Festival 예선은 현지 팬들이 직접 노래하고 춤추며 한국 무대 진출에 도전하는 문화교류형 경연이다.

하지만 두 행사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한국에서 누군가 행사를 가져다주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루마니아에서는 현지 기획자가 K팝 전용 페스티벌을 만들었고, 스리랑카에서는 현지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K팝 무대를 준비한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탄자니아 등 다른 국가의 한국 공관에서도 2026 K-POP World Festival 지역 예선이 진행됐다. 세계 곳곳에서 같은 음악을 듣는 단계를 넘어 직접 공연하고 경쟁하는 지역 기반의 K팝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팬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숫자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해외 팬덤을 음원 순위와 유튜브 조회 수, 앨범 판매량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숫자는 크지만 실제 해외 팬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K팝을 즐기는지는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루마니아 해변에서 새벽부터 입장을 기다린 관객과, 스리랑카에서 3분짜리 무대를 위해 안무를 연습하는 참가자는 해외 팬덤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한국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가사를 외우고, 자신이 사는 곳에서 커버팀과 팬 커뮤니티를 만든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오지 않으면 직접 공연 유치를 요구하고, 행사가 생기면 다른 나라에서까지 이동한다. K팝의 세계화는 한국 가수가 해외 유명 축제에 초청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해외 도시가 K팝을 위해 공연장을 준비하고, 현지 기업이 티켓을 판매하며, 팬들이 자국어로 행사를 홍보할 때 비로소 하나의 독립적인 시장이 된다.

세계 각국이 K팝을 위해 새로운 축제를 만들고, 자신들의 스타와 팬 문화를 길러내기 시작했다.

코첼라에 K팝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변화는, 루마니아와 스리랑카 같은 나라에서 K팝을 중심으로 한 무대가 스스로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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