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줄만 서도 돈을 번다고?”…외국인이 한국에서 놀란 이색 일자리 5가지
한국 도심에서 외국인 여성이 교통안전 도우미와 줄서기 대행처럼 낯선 일자리 풍경을 발견하고 놀라는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일반적인 채용 공고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

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친구나 친척을 연기하고, 호텔에 일반 고객처럼 투숙해 객실 상태를 평가한다. 학교 앞에서는 형광색 조끼를 입은 어르신들이 아이들의 등굣길을 지키고, 백화점 앞에서는 누군가를 대신해 한정판 상품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들이 모두 정규직으로 매일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 의례에서 이어진 역할도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공공 일자리도 있으며, 행사 기간에만 모집하는 체험단이나 초단기 아르바이트도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에게는 “이것도 돈을 받고 하는 일이 될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을 준다. 루마니아와 비교하면 더욱 흥미로운 차이가 보인다.

1. 한국의 ‘상여꾼’, 전문적으로 우는 사람은 아니다

한국의 특이한 전통 직업을 소개하는 해외 콘텐츠에서는 종종 상여꾼을 ‘전문 곡꾼’ 또는 ‘돈을 받고 우는 사람’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상여꾼은 전통 장례에서 관을 실은 상여를 메고 장지까지 운구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발을 맞추고 상여소리를 주고받으며 장례 행렬을 이끌었다. 상여는 규모에 따라 여러 사람이 함께 메야 했고, 운구 과정에는 노래와 의례가 결합돼 있었다.

오늘날에는 장례식장과 운구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전통적인 상여꾼을 일상적인 직업으로 만나기는 어렵다. 지역의 전통 장례 재현 행사나 일부 마을 공동체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오히려 ‘전문적으로 우는 사람’은 루마니아인에게 더 익숙한 전통이다.

루마니아에는 장례식에서 죽은 사람을 위해 애도의 노래를 부르고 통곡하던 여성들을 뜻하는 보치토아레(bocitoare) 문화가 있었다. 이들은 즉흥적인 가사로 고인의 삶과 가족의 슬픔을 표현했으며, 일부는 대가를 받고 장례에 참여했다. 현재는 일부 농촌 지역에서 드물게 남아 있는 전통으로 설명된다.

한국과 루마니아 모두 장례의 슬픔을 개인의 감정만이 아니라 노래와 집단적인 의식으로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한국의 상여꾼은 주로 관을 운반하고 행렬을 이끄는 역할이고, 루마니아의 보치토아레는 목소리로 슬픔을 표현하는 역할에 더 가깝다.

통 장례 행렬에서 상여를 메고 이동하는 상여꾼들의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2. 결혼식에서 친구와 가족을 ‘빌리는’ 서비스

한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놀랄 수 있는 서비스는 하객 대행이다.

신랑이나 신부의 친구, 직장 동료, 대학 동기처럼 결혼식에 참석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일부 업체는 단순한 하객뿐 아니라 사회자, 친척, 부모의 지인 역할까지 제공한다고 소개한다.

처음 들으면 영화 촬영을 위한 엑스트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의뢰인은 결혼식장에서 양가 하객 수가 지나치게 차이 나는 상황을 피하고 싶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초대할 사람이 부족한 경우 서비스를 찾을 수 있다.

한국 결혼식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참석하고 단체사진을 찍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하객 수가 인간관계의 넓이나 사회생활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결국 ‘행복을 축하하는 자리’에서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는 문화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 셈이다.

루마니아에서도 결혼식 규모와 하객 수는 중요하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을 친구나 친척으로 고용하는 전문 서비스는 한국만큼 눈에 띄거나 상업화된 형태로 접하기 어렵다.

외국인의 시선에서는 사람 자체를 잠시 빌릴 수 있다는 사실보다, 누군가가 결혼식 날까지 자신의 인간관계를 증명해야 한다고 느낀다는 점이 더 낯설게 다가온다.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의 친구나 지인 역할로 참석한 하객 대행의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3. 잠을 자고 돈을 받는 ‘호텔 수면 테스터’

“호텔에서 자는 것이 직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상상을 현실처럼 보이게 하는 일이 호텔 수면 테스터다. 다만 한국에서 이를 안정적인 정규직 직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는 호텔 체험단이나 숙박 리뷰어, 미스터리 쇼퍼에 더 가깝다. 선정된 사람은 객실에서 숙박한 뒤 침대의 편안함과 방음, 청결 상태, 직원 서비스, 조식 등을 평가하고 후기나 보고서를 제출한다.

한국에서는 숙박을 제공받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호텔 체험단이 운영되고 있으며, 서비스 품질을 고객의 입장에서 비공개로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도 하나의 전문 평가 업무로 활용된다.

단순히 침대에 누워 잠만 자면 되는 일은 아니다. 사진을 촬영하고 객실의 작은 문제를 기록해야 하며, 광고성 콘텐츠라면 정해진 기간 안에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만들어야 한다.

루마니아에도 호텔 리뷰어와 서비스 평가 업무는 존재할 수 있지만, 일반인이 공개 모집을 통해 무료 숙박을 받고 온라인 콘텐츠를 만드는 ‘체험단 문화’는 한국에서 특히 쉽게 발견된다.

한국에서는 맛집과 화장품, 병원, 숙박시설까지 사용 경험 자체가 마케팅 노동으로 바뀐다. 소비자가 손님이면서 동시에 광고 제작자가 되는 것이다.

호텔 객실의 침구와 편안함을 직접 확인하며 평가표를 작성하는 숙박 테스터의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4. 길 위의 ‘인간 신호등’

한국의 학교나 공사장 주변에서는 밝은 형광색 조끼를 입고 깃발이나 안전봉을 든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은 이들을 농담처럼 ‘인간 신호등’ 또는 ‘사람 교통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역할은 보행안전 도우미, 교통안전 지도원, 스쿨존 안전요원 등에 가깝다.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도록 돕거나, 차량이 보행로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안내한다. 지역에 따라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돼 은퇴한 고령층이 참여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는 지역사회 안전과 공공서비스를 지원하는 유형이 포함돼 있으며, 신청은 시·군·구청이나 노인복지관, 시니어클럽 등 수행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루마니아에도 경찰과 학교 관계자, 안전요원이 교통을 통제하는 모습은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파트 출입구와 초등학교 앞, 공사 현장 등 일상적인 공간마다 안내 인력이 비교적 촘촘하게 배치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에게는 사람이 신호등 옆에서 다시 한번 차량을 멈추게 하는 모습이 과도해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어린이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인간의 판단을 한 단계 더 추가한 시스템으로 볼 수도 있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돕는 교통안전 도우미의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5.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줄만 서는 아르바이트

마지막은 줄서기 대행이다. 유명 카페의 한정 메뉴와 명품 매장의 신제품, 인기 캐릭터 팝업스토어, 새 스마트폰 출시일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에서 의뢰인을 대신해 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업무만 보면 간단하다. 약속된 장소와 시간에 도착해 줄을 서고, 의뢰인이 오면 자리를 넘겨주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다. 새벽부터 추위와 더위를 견뎌야 하고, 매장이 줄 교대를 금지할 수도 있다. 단순히 자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자신의 명의로 번호표를 받거나 상품을 대신 구매하도록 요구받는 경우도 있어 거래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실제 오픈런 대기 아르바이트 경험담에서도 줄서기뿐 아니라 본인 명의로 구매해야 했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이 일은 특정 회사에 소속된 직업이라기보다 중고거래 플랫폼과 단기 아르바이트 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회성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루마니아에서도 콘서트 티켓이나 한정 상품을 위해 줄을 서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시간당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은 한국의 빠른 배송 문화와 오픈런 경쟁, 활발한 초단기 노동시장이 결합된 모습처럼 느껴진다.

인기 매장이나 한정판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대신해 줄을 서는 대기 대행의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의 이색 일자리는 무엇을 보여줄까

이 다섯 가지 일을 단순히 ‘이상한 직업’이라고만 부르기는 어렵다. 상여꾼은 사라져 가는 공동체 장례문화를 보여주고, 하객 대행은 결혼식에서 체면과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지를 드러낸다.

호텔 체험단은 개인의 경험이 온라인 마케팅 콘텐츠가 되는 시대를 보여준다. 교통안전 도우미는 고령층의 사회활동과 안전관리 정책이 결합한 사례이고, 줄서기 대행은 돈으로 상품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간까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과 루마니아의 차이도 직업의 존재 여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루마니아의 보치토아레처럼 한국인에게 더 낯선 전통 직업도 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빠른 유행과 치열한 경쟁, 온라인 플랫폼이 작은 불편을 빠르게 유료 서비스로 바꾸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이색 직업은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불편해하며, 어떤 문제를 돈을 주고 해결하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이상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을 실제 서비스와 일자리로 만들어내는 속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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