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으로 라면을 산다”…외국인의 한국 편의점 장바구니가 달라졌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편의점에서 고르는 상품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한국 여행 기념품으로 초콜릿 과자와 바나나맛 우유처럼 해외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간식이 주로 거론됐다면, 최근에는 미역국라면과 김부각, 청양고추 맛 과자처럼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의 맛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 제품까지 장바구니에 들어가고 있다.

여행 중 바로 먹을 간식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귀국한 뒤에도 한국의 국물과 김, 마늘, 고추 맛을 떠올릴 수 있는 식품을 골라 가져가는 것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관광객에게 단순한 생필품 구매 장소를 넘어 한국의 일상적인 식문화를 발견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운영된 K라면 체험 행사 현장. / 뉴스1

편의점이 한국 여행의 한 코스가 됐다

편의점은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한 생활 공간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종류의 한국 음식을 살펴볼 수 있는 작은 식품 전시장에 가깝다. 도시락과 김밥, 라면, 우유, 과자, 아이스크림이 한 공간에 모여 있고 대부분의 상품이 전문 식당보다 저렴해 처음 보는 음식도 비교적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다.

외국인의 편의점 이용 증가세는 결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편의점 업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5월 CU의 해외 결제수단 결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65.7%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GS25의 외국인 간편결제 매출은 78% 늘었다. 여기에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결제수단이 포함됐다.

관광객이 집중되는 점포에서는 외국인 소비가 매장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다. CU 명동역점은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52%였고, GS25 뉴안녕인사동점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70%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전국 편의점의 평균이 아니라 명동과 인사동처럼 외국인 방문이 많은 관광 상권의 일부 점포에서 집계된 수치다.

외국인 방문이 늘면서 편의점은 김과 식혜, 바나나맛 우유, 견과류, 파우치 음료처럼 관광객이 자주 찾는 상품을 한곳에 모으거나 통역과 해외 결제, 세금 환급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이 여행객에게 맞춰 변하고 있지만, 이 현상의 핵심은 단순히 상품이 많아졌다는 데 있지 않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무엇을 기념품으로 인식하는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라면 체험 공간에서 컵라면을 맛보는 외국인 관광객들. / 뉴스1

초콜릿 과자 옆에 미역국라면이 놓였다

외국인의 K푸드 장바구니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미역국라면이다. 한국경제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외국인 관광객 판매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한 미역국라면 제품은 2026년 1월 외국인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뒤 3월 2위, 4월 3위, 5월 5위에 오르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서울역점은 공항철도를 이용하기 편리해 출국을 앞둔 외국인의 마지막 쇼핑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점포다. 따라서 이 결과를 외국인 관광객 전체의 구매 순위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매운 볶음면과 유명 과자 외에도 미역국처럼 한국적인 음식의 특징이 뚜렷한 상품이 기념품으로 선택되고 있다는 사실은 보여준다.

반대로 포장과 선물하기 좋은 형태를 앞세운 과자의 인기도 여전히 강하다. 태극기와 한국 관광 이미지를 활용한 한 초콜릿 과자는 같은 점포에서 2026년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연속 외국인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즉 기존의 간식형 기념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옆에 국과 찌개, 김을 간편하게 재현한 식품이 새롭게 자리를 잡은 셈이다.

다양한 라면이 진열된 매장에서 컵라면을 맛보는 외국인 관광객. / 뉴스1

무조건 매운 라면만 찾는 것은 아니다

한국 라면의 해외 인기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맛은 대개 매운맛이다. 그러나 국내 관광 상권의 판매 자료를 들여다보면 외국인의 선택은 그보다 다양하다.

롯데마트가 외국인 고객 방문이 많은 10개 점포를 대상으로 집계한 자료에서는 2025년 1월부터 11월 10일까지 미역국라면이 전체 라면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해당 제품은 백합과 홍합을 이용한 비교적 맑은 국물을 특징으로 하며, 강한 매운맛과는 거리가 있다. 이 자료 역시 특정 유통업체의 외국인 특화점에서 나온 결과지만, 외국인이 K라면을 선택하는 이유가 매운맛에 도전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역국은 한국에서 생일에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고, 부대찌개와 김치찌개는 한국 여행 중 접하기 쉬운 국물 요리다. 관광객이 이런 음식을 라면으로 다시 구매한다는 것은 제품의 맛뿐 아니라 여행 중 알게 된 음식의 배경까지 함께 소비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특정 제품의 판매 순위만으로 모든 외국인이 한국 전통의 의미를 이해하고 구매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맵지 않은 맛과 간편한 조리법, 여러 사람이 나누기 좋은 포장, 귀국할 때 운반하기 쉬운 형태도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자도 ‘한국에서 먹어본 맛’을 담기 시작했다

라면과 함께 눈에 띄는 변화는 과자와 김 스낵의 맛이다. 외국인 대상 인기 상품에는 단맛을 중심으로 한 과자뿐 아니라 김부각과 미역, 마늘, 청양고추처럼 한국 음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재료를 강조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품은 식당에서 먹은 한식을 그대로 가져갈 수 없는 관광객에게 작은 대안이 된다. 국물 음식은 이동이 어렵고 김치는 보관과 냄새를 걱정해야 하지만, 라면이나 김 스낵은 가볍고 실온에서 보관할 수 있어 여행 기념품으로 활용하기 쉽다.

특히 김부각은 김의 짠맛과 튀김의 바삭한 식감을 함께 경험할 수 있고, 청양고추나 마늘을 사용한 과자는 한식에서 느낀 풍미를 익숙한 스낵 형태로 다시 전달한다. 한식당에서 처음 만난 맛이 포장식품을 통해 귀국 후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먹는 장면을 본 뒤 같은 음식을 찾는다

외국인이 한국 편의점에서 식품을 고르는 과정에는 K콘텐츠와 소셜미디어도 영향을 미친다. 드라마와 예능, 애니메이션 속 인물이 김밥이나 라면을 먹는 장면을 본 시청자가 한국 여행 중 같은 음식을 찾아보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작품 속 음식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틱톡과 유튜브에 편의점에서 라면을 조리하고 김밥을 고르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공유된다. 관광객은 유명 식당을 예약하지 않아도 화면에서 봤던 음식을 편의점에서 직접 구매하고, 전자레인지나 즉석 조리기를 이용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은 단순한 소매점이 아니라 콘텐츠 속 장면을 재현하는 체험 공간이 된다. 음식을 구입하고 조리해 먹는 평범한 행동 자체가 한국 여행의 한 장면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특정 디저트나 그릭요거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뒤 외국인 판매 상위권에 오르는 사례도 나타났다. GS25에서는 과일과 시리얼을 곁들여 먹는 방식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한 그릭요거트 제품이 월간 외국인 식품 매출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 역시 해당 업체가 집계한 특정 기간의 판매 결과로 봐야 한다.

대형마트 과자 코너에서 한국 과자를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 / 뉴스1

라면 수출 증가와 국내 관광 소비가 함께 움직인다

관광객이 국내에서 라면을 구매하는 현상은 해외에서 커진 K라면 시장과도 연결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15억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1.9% 증가했다. 2026년 1∼4월에도 라면 수출액은 6억166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9% 늘었다.

수출 증가는 외국인이 자국에서 한국 라면을 접할 기회를 넓힌다. 이미 유명 제품을 먹어본 관광객은 한국에 도착한 뒤 자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맛과 한정 제품, 현지 편의점에서만 쉽게 볼 수 있는 상품을 찾게 된다. 한국 여행이 새로운 라면을 발견하는 쇼핑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국내 관광객 구매와 전체 라면 수출 증가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수출 통계는 세계 시장에서 K라면의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는 배경을 보여주는 자료이며, 관광객의 국내 구매 순위는 개별 유통업체와 점포 자료를 통해 제한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이다.

‘비싼 기념품’보다 일상의 맛을 가져간다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 카드 결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외래객 관광 지출 가운데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51%였으며, 2019년과 2025년을 비교했을 때 구매 1건당 평균 지출액은 15만원에서 12만원으로 감소한 반면 1인당 전체 소비금액은 83% 증가했다. 구매 횟수가 124% 늘면서 고가 상품 몇 개보다 비교적 가격이 낮은 상품을 여러 번 구매하는 방향으로 소비가 변화했다는 것이 공사의 분석이다.

라면과 김 스낵, 과자처럼 부피가 작고 가격 부담이 낮은 식품은 이러한 변화와 잘 맞는다. 거창한 전통 공예품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먹었던 한 끼와 편의점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릴 수 있다면 여행자에게는 충분한 기념품이 될 수 있다.

2026년 상반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071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3%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편의점은 여행 동선에서 더 자주 발견되는 공간이 되고 있으며, 관광 상권의 일부 점포에서는 외국인 소비가 상품 진열과 서비스까지 바꾸고 있다.

한국 편의점 장바구니에서 유명 과자와 바나나맛 우유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그 옆에는 미역국라면과 김부각, 청양고추 맛 과자처럼 한국 식탁의 특징을 더 직접적으로 담은 상품이 함께 놓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져가려는 것은 단순히 ‘한국에서 만든 식품’이 아니라, 여행 중 자신이 직접 맛본 한국의 일상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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