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걸프국에 사과"… 수 시간 뒤 두바이 공항 또 드론 공격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 페제시키안 대통령 인스타그램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이웃 걸프 국가들에 공식 사과하고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수 시간 만에 두바이 국제공항이 이란 드론 공격을 받는 등 걸프국가들이 잇달아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이란 대통령의 선언과 군의 실제 행동이 따로 노는 모양새가 나오면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비롯한 자국 군부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국영TV 연설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웃 국가들에 개인적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임시 지도자위원회가 이웃 국가들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 한 해당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웃 국가들을 공격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연설 뒤 X에 올린 후속 성명에서 "이란은 이웃 국가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역내 미군 기지와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조건 항복' 요구에 대해서는 "그것은 그들이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꿈"이라며 거부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전 공격에 대해 "우리 지휘관들과 최고지도자가 목숨을 잃으면서 군이 스스로 판단해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유로뉴스는 임시 지도자위원회가 이란 군에 이웃 국가를 공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사무실은 연설 직후 낸 추가 성명에서 "미군 기지로부터의 어떠한 공격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조건부 중단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이란 군부는 대통령의 발언과 엇갈리는 행보를 이어갔다.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 군 대변인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이란은 미국의 이란 침공을 허용하지 않은 국가들을 공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군 기지를 허용한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은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사과 선언 직후 두바이 국제공항이 이란 드론 공격을 받았고, 카타르도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두바이 마리나 지역의 한 고층 건물 외벽도 공격을 받았다. 바레인에서도 공습 경보가 울렸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샤이바 유전을 향해 날아오던 드론과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를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격추했다.

강경파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뒤집으며 "이란의 방위 정책은 순교한 이맘의 지침에 따라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며 "역내 미군 기지가 계속 존재하는 한 이들 국가는 평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X에 밝혔다. 임시 지도자위원회 위원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도 "일부 국가의 영토가 적의 손아귀에 들어가 이란을 상대로 한 공격에 사용되고 있다"며 "이들 목표물에 대한 강화된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X에 썼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X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웃 국가의 영토가 이란 공격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긴장 완화에 열린 자세를 보였음에도, 이 같은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즉시 묵살됐다"며 책임을 미국에 전가했다. 그는 "전쟁이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지 않을 것임을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들에게 경고했다"며 "이 경고가 전달됐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제시키안의 사과 발표를 두고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중동 이웃들에 항복했다"고 규정하면서도 "오늘 이란은 매우 강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까지 표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지역과 집단이 이제 완전한 파괴와 확실한 죽음의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미 중부사령관 브래드 쿠퍼 제독은 성명에서 "이란은 지난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12개국을 공격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1억51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무기 판매도 승인했다. 미국은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을 중동에 추가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세 번째 항모 전단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 분석가인 레술 세르다르는 "이란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지도자들은 전략적 사안, 즉 대외정책과 안보 정책에 있어서는 발언권이 없다"며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실질적인 군 통제력에 의문을 표했다. 이란 전문가 술탄 알훌라이피는 "이란이 걸프 국가들에 미사일을 날림으로써 이들이 이란을 위협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미국·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하게 될 수 있다"며 이란의 전략적 실수 가능성을 지적했다.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사아드 알 카비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전쟁이 계속되면 수 주 안에 걸프 지역 에너지 수출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며 "세계 경제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유 가격은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UAE는 주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했고, 테헤란 주재 대사관도 철수시켰다. UAE와 미국,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는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의 무차별적이고 무모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자국 영토, 시민, 거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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