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미군, 해병대·공수부대 8000명 투입 검토... "자살 임무" 지적도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공중전을 넘어 지상 작전까지 검토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핵심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처리하는 하르그섬 장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한 강력한 압박 카드로 이 섬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뉴욕타임스(NYT)가 82공수사단 투입 검토 사실을 보도하면서 단순 공습 위협을 넘어 실제 점령 작전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NYT는 23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고위 당국자들이 82공수사단 전투여단과 사단본부 인원 일부를 이란 작전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투입 병력은 명령 하달 후 18시간 안에 세계 어디든 전개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IRF) 소속 여단 약 3000명이다. 관계자들은 현재 신중하게 계획을 수립 중인 단계라며 아직 국방부나 중부사령부 차원의 차출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미 이란 방향으로 이동 중인 해병원정대의 규모도 상당하다. 일본 오키나와 배치 제31해병원정대 약 2500명이 먼저 출발했고, 캘리포니아 주둔 해병원정대 2200명과 군함 3척도 추가로 중동으로 향했다. 82공수사단 3000명까지 더해지면 미군이 이란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지상군은 최대 약 8천명에 달하게 된다.

미 군 당국이 구상하는 작전 시나리오의 핵심은 해병대와 공수부대의 역할 분담이다. 전직 미군 지휘관들은 최근 미군 공습으로 하르그섬 비행장이 손상된 상태여서 전투공병 능력을 갖춘 해병대가 먼저 섬에 진입해 비행장을 복구하고, 이후 공군 수송기(C-130)로 82공수사단 병력과 물자를 후속 투입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31해병원정대 병력이 가장 먼저 동원되는 시나리오대로라면 공수부대는 해병대가 먼저 장악한 하르그섬을 교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82공수사단 신속대응군이 이번 작전 검토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 것은 속도 때문이다. 이 부대는 2020년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피습 대응,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동유럽 전선 방어 등 수차례 급파 전례를 갖고 있다. 미 육군은 이달 초 사단사령부의 루이지애나 포트폴크 훈련 참가를 돌연 취소하고 노스캐롤라이나 포트브래그 대기 태세를 유지 중이다. 유사시 즉각 파병 명령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그러나 작전 구상의 이면에는 만만치 않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공수부대는 장갑 차량 등 중장비 없이 투입되는 탓에 이란군의 반격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하르그섬은 이란 본토 해안에서 불과 32km 거리에 위치해 있어, 이란 본토의 미사일·포병·드론 전력의 사거리 안에 완전히 들어간다. 이란 해군이 주변 해역에 기뢰를 부설하고 드론 보트를 동원해 해상 접근로를 차단할 경우 병참 지원이 끊길 위험도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 '리스판서블 스테이트크래프트'는 섬의 길이가 약 8km에 달하고 상당수 민간인이 거주하며, 기습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점령 이후 무기한 방어까지 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이 작전이 사실상 '자살 임무'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헬기로 병력을 투입할 경우 V-22 오스프리 등 항공기가 착륙하는 순간부터 이란군의 드론·미사일·포병 사격의 표적이 되며, 해병대 헬기 전력으로 병력 전체를 실어 나르려면 최소 세 차례 이상 왕복 비행이 필요해 이란군이 조준을 맞출 충분한 시간을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하산 강습이 그나마 가장 확실한 진입 방법이지만, 이란군이 아직 사용하지 않은 로켓포와 포병 전력이 건재한 데다 해안 기반 드론 보트까지 동원될 수 있어 위험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의 작성자는 전직 미 육군 소령 출신인 해리슨 만이다. 만은 미군이 설령 하르그섬을 점령하더라도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보다 장기 소모전을 선택할 경우 주둔 미군이 사실상 인질과 다름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략적 의도와 군사적 현실 사이의 간극도 주목된다. 미 당국자들은 하르그섬 점령의 목적이 반드시 영구 점령이 아닌 이란에 대한 압박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지난 13일 공습에서 하르그섬 군사 시설 90여 곳을 타격하면서도 원유 수출 시설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섬을 장악해 이란 정부 수입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되, 협상 카드로서의 가치를 보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처드 블루멘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상원 군사위원회 비공개 이란 전황 브리핑을 마친 뒤 미군 지상군의 이란 파병 가능성이 의원 경력 15년을 통틀어 가장 큰 분노와 우려를 자아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현재로서는 지상전이 계획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결국 이번 82공수사단 투입 검토 보도는 공습만으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 수 없다는 미국의 판단이 굳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병대 선봉·공수부대 후속이라는 2단계 시나리오는 군사 전략의 정교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란이라는 복잡한 전장에서 미국이 감수해야 할 위험과 불확실성의 무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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