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 합친 것보다 크다'…이란 땅 크기, 당신은 알고 있나요?

전 세계는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 핵심 인프라를 향한 미군의 연쇄 타격이 시작될 것인가를 두고 숨을 죽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이른바 최후통첩의 시간은 7일(이하 현지 시각) 오후 8시였다. 그러나 마감 1시간 30분 전 반전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32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즉각적이고 안전하게 개방하는 조건으로 2주간의 공격 중단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국기와 지도. / akashsikder1-shutterstock.com

파키스탄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중재로 성사된 이 극적인 휴전 제안은 겉보기에는 트럼프식 압박과 협상의 결과물로 보인다. 하지만 군사 전략가들은 이 2주간의 유예 기간이 단순히 협상의 기술 때문만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이란을 향해 연쇄 타격이라는 위협적인 카드를 꺼내 들면서도, 끝내 본토 점령이나 지상전을 입에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도를 펼쳤을 때 마주하게 되는 압도적인 164만 8,195㎢의 국토와 그 속에 설계된 지정학적 잔혹사 등이 그 이유로 손꼽힌다.

한반도의 7.5배, 압도적 체급이 주는 전략적 종심의 공포

이란의 국토 면적은 세계 17위다. 단순히 숫자로 나열하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이를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 위용이 드러난다. 이란은 대한민국(남한) 면적의 약 16배,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전체의 약 7.5배에 달하는 영토를 보유하고 있다. 서유럽의 맹주인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을 모두 합쳐도 이란의 면적을 다 채우지 못한다.

이 압도적인 크기는 군사적으로 무한한 종심의 극대화를 의미한다. 종심이란 국경선에서 수도나 핵심 거점까지의 물리적 거리를 말한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은 쿠웨이트 국경에서 바그다드까지 약 500km를 진격하며 정권의 심장부를 타격했다. 하지만 이란은 다르다. 남부 해안에서 수도 테헤란까지의 직선거리는 1000km를 훌쩍 넘으며, 그 경로 또한 이라크의 평탄한 평원과는 차원이 다른 험난한 지질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전략적 종심이 깊은 국가를 상대로 한 지상전은 침공군에게 '보급의 재앙'을 강요한다. 설령 국경 수비대가 뚫리더라도, 수도까지 진격하는 수백 킬로미터의 경로 자체가 거대한 덫이 된다. 보급로가 길어질수록 공격측의 화력은 분산되고, 수비측은 국토 전역에 분산된 거점을 활용해 게릴라 전술을 펼치며 적의 보급선을 끊어버릴 수 있다. 이란은 자국 영토 안으로 적을 깊숙이 유인해 서서히 고립시키고 말려 죽이는 '거미줄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최적의 체급을 갖춘 셈이다.

사방이 거대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 이란의 험준한 지형적 실체를 보여주는 3D 릴리프 지도. / Paulo Figueiredo Junior-shutterstock.com

하나의 거대한 성벽…천혜의 요새화된 지형

이란 지도를 입체적으로 살펴보면, 왜 이곳이 역사적으로 이민족의 침입을 물리쳐온 요새인지 알 수 있다. 이란은 거대한 고원 지대를 중심에 두고 사방이 험준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장벽의 국가'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장벽은 서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자그로스 산맥이다. 총 길이가 1500km에 달하며, 평균 고도 2000m, 최고는 4000m를 넘나드는 이 산맥은 이라크 국경부터 호르무즈 해협까지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서 있다. 현대전의 핵심인 기갑부대(탱크)가 이 바위산을 넘는 것은 물리적 불가능에 가깝다. 좁은 협곡과 가파른 고갯길은 침공군의 전차 대열을 일렬로 세우게 만들며, 이는 이란군의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 부대에게 최적의 사격장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북쪽의 알보르즈 산맥 또한 만만치 않다. 카스피해와 테헤란 사이를 가로막아 북쪽으로부터의 접근을 원천 차단한다. 수도 테헤란은 이 산맥의 남쪽 기슭에 자리 잡아, 북쪽은 산맥이, 남쪽은 거대한 사막이 지켜주는 기묘한 방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이란은 침공하는 입장에서는 '성벽(산맥)을 기어올라 성 안으로 들어갔더니 끝없는 함정(사막과 고원)이 기다리는 구조'인 것이다.

산맥 깊숙이 숨은 지하 미사일 도시…공략 어려운 요새

이란의 지형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단순히 험해서가 아니라, 그 험준한 지형을 군사 기술로 요새화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의 교훈을 바탕으로 주요 군사 시설을 지하 수백 미터 깊숙이 숨기는 지하 미사일 도시 전략을 완성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공개된 오그합 44 지하 공군기지다. 이 기지는 거대한 산맥 아래 수백 미터 깊이의 암반을 뚫고 건설되었으며, 전투기뿐만 아니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와 탄약고, 연료 저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외부 공습으로는 파괴가 불가능한 수준의 방호력을 갖춘 셈이다.

미국과 이란 양국 간 군사적 갈등이나 외교적 긴장 가능성을 대변하는 자료 이미지. / Ivan Marc-shutterstock.com

미군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벙커버스터인 GBU-57 MOP조차 자그로스 산맥의 단단한 화강암과 수백 미터의 지층을 뚫고 단번에 핵심 시설을 파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이란은 이러한 지하 기지를 전국 수십 곳에 분산 배치하고 이들을 거미줄 같은 지하 터널로 연결했다. 이는 공격측이 한두 곳을 타격하더라도 나머지 기지에서 즉각적인 반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존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한 발전소와 교량 타격은 이란 경제에 타격을 줄 순 있지만, 이 산맥 속에 숨겨진 군사적 실체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역사적 증명…이란-이라크 전쟁이 보여준 지형의 힘

이란의 지리적 방어력이 단순한 이론이 아님은 역사가 증명한다. 1980년 당시 중동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던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은 이란의 혁명 혼란기를 틈타 전격 침공했다. 당시 이라크는 최신 소련제 탱크와 프랑스제 전투기로 무장하고 있었으나, 결과는 8년간의 처절한 소모전 끝에 무승부였다.

이라크 기갑부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자그로스 산맥의 험난한 지형과 습지대였다. 이란군은 지형지물을 활용해 수적으로 우세한 이라크군의 진격을 늦췄고, 산맥의 고지대를 점령해 이라크 보급로를 포격했다. 현대 미군이 아무리 첨단 무기를 보유했다 해도,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벌어지는 보병 중심의 지연전 앞에서는 기술적 우위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란이 자국 지형에 대해 가진 근거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물류의 대재앙…생각보다 더 가혹한 보급 환경

미국이 이란 침공을 시뮬레이션할 때 가장 골머리를 앓는 지점은 바로 로지스틱스다. 이란 지상전의 보급 난이도는 지난 20년간 미군이 겪었던 전쟁들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라크 전쟁은 탁 트인 사막 평원을 가로지르는 전쟁이었다. 미군의 압도적인 기동력이 십분 발휘될 수 있었고 보급선 확보도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반면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의 게릴라전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영토가 좁고 인프라가 미비했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및 중동 지도. / Ali Creations 2020-shutterstock.com

이란은 이 두 전쟁의 최악의 단점만을 모아놓은 전장이다. 이란의 면적은 이라크의 4배이며, 아프가니스탄의 2.5배다. 여기에 현대화된 정규군과 90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결합되어 있다. 군사 분석가들은 이란을 점령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 명에서 150만 명의 지상군이 상시 주둔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병력을 먹이고, 입히고, 무장시키기 위한 보급로를 자그로스 산맥과 데슈테 카비르 사막을 가로질러 유지하는 것은 현재의 미군 보급 역량으로도 한계에 가깝다.

침공군의 보급 트럭 대열은 산맥의 협곡을 지날 때마다 이란군 보병의 손쉬운 타깃이 될 것이며, 이란 전역에 퍼진 드론 기지들은 미군의 보급 창고를 정밀 타격할 것이다. 이라크에서 겪었던 늪이 이란에서는 바다처럼 커져 미군의 국력을 통째로 삼켜버릴 수 있다는 공포가 지상전 실행 가능성을 낮게 하는 근본적 이유다.

호르무즈 해협과 지형적 인질극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2주 휴전의 조건으로 내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이란의 지형이 가진 파괴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란 영토의 남부 해안선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협을 안방처럼 내려다보고 있다. 해협의 가장 좁은 폭은 약 33km에 불과하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땅 크기를 비교하는 자료 이미지. / Barks-shutterstock.com

이란은 험준한 남부 해안선의 복잡한 지형을 활용해 수많은 소형 고속정 기지와 지대함 미사일 포대를 숨겨두었다. 트럼프가 인프라 타격을 언급하며 압박하자 이란은 즉각 해협 봉쇄 카드로 맞불을 놓았고, 이는 세계 경제의 목줄을 쥐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이 지상군을 상륙시키기 위해 해안으로 접근하는 순간, 복잡한 해안선 뒤에 숨어있던 수천 발의 미사일과 자폭 드론이 쏟아져 나오는 시나리오는 미 해군에게도 악몽이다. 결국 트럼프의 2주 유예는 이란의 지형적 인질극 앞에 미국이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합리적인 후퇴였을지도 모른다.

지리가 곧 국방이며 불멸의 억지력

첨단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가 전장을 지배하는 AI 전쟁의 시대라 할지라도, 결국 전쟁을 끝내려면 지상군이 발을 딛고 깃발을 꽂아야 한다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봤을 때 이란이라는 거대한 요새는 그 발걸음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전략 전문가들은 이를 지리적 억지력이라 부른다. 이란의 산맥은 방패가 되고, 사막은 함정이 되며, 지하 요새는 심장이 된다. 중동 정세를 바라볼 때 정치인들의 화려한 수사(Rhetoric)와 SNS상의 위협보다 자그로스 산맥의 등고선과 이란의 면적을 먼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65만㎢의 대지는 오늘도 테헤란을 지키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유일한 불멸의 무기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2주의 시간 동안 이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거대한 지형의 덫이 존재하는 한 그 어떤 강대국도 이란이라는 요새 안으로 뛰어드는 무모한 도박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지리는 때로 핵무기보다 무서운 평화의 억지력이 되기도 한다.

세계 지도에서 이란 영토가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자료 이미지. / macondofotografcisi-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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