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를 17초로 2시간 내내...마라톤 ‘2시간 벽’ 깨졌다

마라톤 풀코스에서 처음으로 공식 2시간 벽이 깨졌다.

사바스티안 사웨가 마라톤 역사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든 뒤 소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 유튜브 'London Marathon Events' 캡처

2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케냐의 마라톤 선수 사바스티안 사웨(30)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마라톤 남자부 경기에서 42.195㎞ 풀코스를 1시간 59분 30초에 완주하며 우승했다.

사웨는 켈빈 키프텀(케냐)이 2023년 10월 미국 시카고마라톤에서 세운 기존 세계기록 2시간00분35초를 1분05초 앞당기며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정식 대회에서 ‘서브 2’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정식 대회에서 42.195㎞를 2시간 안에 달린 선수는 사웨가 처음이다.

사웨는 케냐의 켈빈 키프텀이 2023년 10월 미국 시카고마라톤에서 세운 종전 세계기록 2시간 00분 35초를 1분 05초 앞당겼다. 1시간 59분 30초는 100m를 평균 약 17초에 달리는 속도로 42.195㎞를 쉬지 않고 뛴 기록이다. 1㎞로 환산하면 평균 2분 49초대에 해당한다. 일반인이 전력 질주로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속도를 풀코스 내내 이어간 셈이다.

이날 레이스는 초반부터 빠르게 전개됐다. 사웨는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 등과 선두권을 형성한 뒤 후반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후반부 흐름이 압도적이었다. 사웨는 마지막 2㎞를 남기고 케젤차를 따돌리며 단독 선두로 나섰고 런던 버킹엄궁 앞 더 몰에 마련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기록은 사웨 한 명에게만 쏟아진 것이 아니었다. 케젤차는 1시간59분41초로 2위에 올랐다. 마라톤 데뷔전에서 곧바로 2시간 벽을 깬 기록이다. 키플리모도 2시간00분28초로 3위를 차지했다. 1∼3위가 모두 종전 세계기록보다 빠르게 들어오면서 올해 런던마라톤 남자부는 역대 가장 빠른 레이스 중 하나로 기록됐다.

사웨는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도 2시간 02분 27초로 우승했다. 당시에도 강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1년 만에 다시 런던으로 돌아와 기록을 3분 가까이 줄였다. 2024년 발렌시아마라톤에서 2시간 02분 05초로 마라톤 데뷔전을 치른 뒤 런던과 베를린 등 주요 대회에서 정상권 기록을 이어온 그는 네 번째 풀코스에서 세계기록 보유자가 됐다.

그동안 마라톤 2시간 벽은 육상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한계로 여겨져 왔다. 엘리우드 킵초게가 201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1시간 59분 40초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당시 경기는 정식 대회가 아니었다. 다수의 페이스메이커가 교대로 투입됐고 기록 달성을 위해 설계된 별도 이벤트였기 때문에 세계육상연맹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웨의 기록이 더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런던마라톤이라는 정식 대회에서 나온 첫 ‘서브 2’ 기록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Sky News' 캡처

기록 단축에는 사웨의 경기 운영과 함께 대회 조건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런던 코스는 비교적 평탄한 편이고 이날 기온도 기록 도전에 불리하지 않았다. 최근 마라톤 기록 경쟁에서 큰 변수로 꼽히는 탄소섬유 플레이트 러닝화도 다시 주목받았다. 다만 이날 사웨는 초반부터 무리하게 치고 나가기보다 선두권에서 흐름을 유지하다 후반에 승부를 거는 방식으로 레이스를 풀었고 후반 하프를 전반보다 더 빠르게 달리며 기록을 완성했다.

여자부에서도 새 기록이 나왔다. 에티오피아의 티그스트 아세파는 2시간 15분 41초로 우승하며 여자 단독 레이스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케냐의 헬렌 오비리는 개인 최고 기록으로 2위에 올랐고 조이실린 젭코스게이가 3위를 차지했다. 남자부에서 공식 첫 2시간 이내 기록이 나오고 여자부에서도 단독 레이스 최고 기록이 작성되면서 올해 런던마라톤은 세계 마라톤 기록사에 남을 대회가 됐다.

마라톤 130년 역사…‘2시간 벽’은 어떻게 깨졌나?

마라톤은 고대 그리스 전설에서 출발한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490년 마라톤 전투 이후 병사 페이디피데스가 승전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약 40㎞를 달린 뒤 숨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이 전설이 현대 마라톤의 기원이 됐다.

현대 올림픽에서 마라톤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896년 아테네 대회였다. 당시 코스 길이는 일정하지 않았지만 이후 대회마다 거리가 조금씩 달라졌고, 현재의 42.195㎞는 1908년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확정됐다. 영국 왕실의 요청으로 윈저성에서 출발해 런던 올림픽 경기장 왕실석 앞에서 끝나도록 코스를 조정하면서 지금의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후 마라톤은 인간의 지구력 한계를 상징하는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중반까지 기록은 꾸준히 단축됐지만, 2시간대 진입 이후에는 기록 향상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가 맨발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후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장거리 종목을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2000년대 이후에는 과학적 훈련과 영양 관리, 경기 운영 전략이 고도화되면서 기록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특히 2010년대 후반부터는 탄소섬유 플레이트가 들어간 러닝화가 등장하면서 기록 단축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엘리우드 킵초게가 2018년 2시간 01분 39초로 세계기록을 세운 데 이어 2023년 켈빈 키프텀이 2시간 00분 35초까지 기록을 끌어내렸다.

마라톤에서 ‘2시간 벽’은 오랫동안 마지막 남은 한계로 여겨졌다. 킵초게가 2019년 비공식 이벤트에서 1시간59분40초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정식 대회에서는 누구도 이 기록을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바스티안 사웨가 런던마라톤에서 1시간 59분 30초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공인 ‘서브 2’를 달성하면서, 마라톤 기록사는 또 한 번 전환점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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