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최대 10만명 가능성…베네수엘라 덮친 ‘사상 최악’ 강진

베네수엘라 중부와 북부 지역을 강타한 연쇄 강진으로 수도 카라카스 일대에서 건물 붕괴와 정전, 통신 장애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공식 인명 피해 규모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미국 지질조사국은 대규모 인명 피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BBC 보도화면 캡처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 4분쯤(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산펠리페 인근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약 22㎞로 파악됐다. 이어 약 39초 뒤 유마레 인근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다시 관측됐다. 두 번째 지진의 진원 깊이는 약 10㎞로 첫 지진보다 얕았다.

두 지진은 모두 수도 카라카스에서 서쪽으로 약 160㎞ 떨어진 카리브해 연안 인근 지역에서 발생했다. 짧은 시간 안에 규모 7을 넘는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미 흔들린 건물과 기반시설이 다시 강한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외신들은 이번 지진이 베네수엘라에서 관측된 지진 가운데 손꼽히는 강한 규모라고 전했다.

카라카스 건물 붕괴, 공항도 차질

피해는 수도 카라카스와 주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카라카스 일부 건물과 주택이 무너졌고 도심 곳곳에는 잔해가 쌓였다. 주민들은 강한 흔들림을 느낀 뒤 급히 건물 밖으로 대피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과 휴대전화 통신 장애도 발생했다.

카라카스 인근 마이케티아 국제공항에서도 피해와 혼란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영상에는 공항 안에 있던 사람들이 흔들림을 피해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안전 점검을 위해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일부 외신은 카라카스 지역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진동은 카라카스뿐 아니라 카라보보, 야라쿠이, 아라과, 미란다, 라과이라 등 여러 주에서 감지됐다. 일부 보도에서는 트루히요 등 내륙 지역에서도 건물 피해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흔들림은 베네수엘라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와 카리브해 섬 지역, 브라질 아마존 일부 지역에서도 느껴진 것으로 알려졌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은 국영방송을 통해 카라카스의 일부 건물과 주택이 붕괴했다고 밝혔다. 그는 손상된 건물에 머물지 말고 즉시 대피하라고 당부했다. 여진이 이어질 경우 균열이 생기거나 구조가 약해진 건물이 추가로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다.

현지에서는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도로와 광장 등 야외에 머무는 장면도 포착됐다. 구조대는 무너진 건물 잔해 주변에서 생존자 수색을 시작했다. 도로 파손과 정전, 통신 장애가 겹친 지역에서는 피해 확인과 구조 작업이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USGS “광범위한 피해 가능성”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에 대해 막대한 인명 피해와 광범위한 재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피해 지역에 철근 보강이 충분하지 않은 벽돌 건물과 흙벽돌 구조물이 많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USGS의 피해 예측 모델은 사망자가 최소 1만명에서 최대 1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이 수치는 공식 사망자 집계가 아니다. 지진 규모와 진원 깊이, 진앙 주변 인구 밀도, 건물 취약도 등을 바탕으로 산출한 예측치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재까지 공식 사망자와 부상자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초기 피해 발표가 늦어지면서 현지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야권 인사들은 정부가 피해 상황과 구조 계획을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국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각 지역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USGS 지진 지도에 표시된 베네수엘라 강진 발생 지점. / USGS 홈페이지 캡처

지진 직후 쓰나미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쓰나미경보시스템은 베네수엘라 북부 해안과 아루바, 퀴라소, 보네르 등 카리브해 인근 섬 지역에 위험한 파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지역에 내려졌던 경보는 이후 해제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해안가 주민들에게는 당분간 주의가 요구된다.

베네수엘라 북부는 카리브판과 남아메리카판이 맞물리는 지질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과거에도 강한 지진이 발생한 지역이다. 1967년 카라카스를 강타한 지진으로 200명 이상이 숨졌고 1812년에는 대지진으로 수만 명이 희생된 기록도 있다. 이번 지진이 과거 대형 참사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피해 규모 확인까지 시간 걸릴 듯

이번 지진은 베네수엘라의 노후 인프라와 경제난이 겹친 상황에서 발생했다. 오래된 건물과 취약한 주거시설이 많은 지역에서는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구조 장비와 응급의료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면 인명 구조와 피해 집계도 지연될 수 있다.

카라카스와 라과이라, 카라보보 일대에서는 소방과 민방위 조직이 붕괴 현장 수색과 부상자 이송에 나섰다. 당국은 균열이 생긴 건물 주변 접근을 통제하고 여진에 대비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안전 문제로 수업을 중단했고 피해 지역의 공공시설도 점검에 들어갔다.

국제사회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카리브해 인근 국가들은 쓰나미 가능성과 지진 영향 여부를 확인했고 일부 정상과 해외 정치인들은 베네수엘라에 위로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본격적인 국제 지원 여부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피해 규모 발표와 요청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공식 사망자 집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1분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발생했고 수도권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건물 붕괴가 보고된 만큼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베네수엘라 당국의 공식 발표와 구조 현장 상황에 따라 이번 지진의 실제 피해가 점차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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