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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상호 공격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군사 공격을 멈추고 오는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은 당초 스위스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자리로 추진됐으나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장소는 도하로 바뀌고 의제도 해협 통항 문제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에 합의한 지 11일 만에 다시 군사 충돌을 벌인 뒤 나왔다. 양측은 일단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선박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항로와 사전 조율 방식, 군사적 안전 보장 절차는 30일 도하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전쟁 종료를 위한 양해각서를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고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실제 이행 방식을 놓고 양측 주장이 엇갈리면서 긴장은 다시 높아졌다.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이란은 선박들이 해협을 통과하기 전에 자국과 조율해야 하며 이란 쪽 해역에 가까운 북쪽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국제 수로인 만큼 특정 국가가 선박 통행을 좌우할 수 없다고 보고 오만 연안에 가까운 남쪽 항로를 통한 자유 통항을 요구해 왔다.
이견은 곧 군사 충돌로 번졌다. 미국 측은 카타르 국영 에너지 회사의 원유를 싣고 가던 파나마 선적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이를 상선 통항을 위협한 행위로 보고 이란의 감시 시설과 통신 체계, 방공망, 드론 저장소, 기뢰 부설 능력 등을 겨냥해 공습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 공습을 항행의 자유와 상선 보호를 위한 방어권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사실상 통제하려 하고 상업용 선박을 위협했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이 공격을 계속할 경우 미국이 더는 인내하지 않을 수 있다며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란도 즉각 반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공습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쿠웨이트와 바레인에 있는 미군 관련 시설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은 미국이 양해각서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란 안보를 위협했다고 맞섰다.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 해제와 관련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양측은 모두 자신들의 군사행동이 방어권 차원의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란의 선박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했고 이란은 미국의 공습에 대한 반격이라고 맞섰다. 서로가 먼저 휴전 취지를 깼다고 주장하면서 양해각서 발효 11일 만에 확전 우려가 다시 커졌다.

이번 도하 회담의 핵심 의제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 아닌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다.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이 해협을 통해 대거 이동하기 때문에 통항 불안은 국제 유가와 글로벌 물류 비용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
양측은 지난주 스위스 협상에서 해상 교통 조율을 위해 미군과 이란 혁명수비대 사이의 직통 연락망, 이른바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연락망은 아직 정상 가동되지 않은 상태다. 선박 이동을 놓고 오해가 생겼을 때 이를 바로 조율할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군사 충돌이 맞대응으로 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도하 회담에서 상선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구체적 절차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선박의 항로 선택과 사전 통보 여부, 군함 호위 가능성, 이란 혁명수비대의 접근 제한, 위험 상황 발생 시 핫라인 운용 방식 등이 논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자국 연안 안보와 해협 관리 필요성을 들어 일정한 조율권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 자국 안보와 직결된 해역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미국과 서방의 군함 활동, 상선 호위, 제재와 항구 봉쇄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 있다.
당초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기술 회담이 무산된 점도 주목된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공격과 미국 측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지난 28일 예정됐던 기술 회담 참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 관련 기관 인사도 국영 TV 인터뷰에서 협상 불참 결정이 미군 공격과 합의 불이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도하 회담은 무너질 뻔한 휴전을 다시 붙잡기 위한 긴급 협의 성격이 강하다. 양측이 핵 문제보다 호르무즈 해협을 먼저 다루기로 한 것은 당장 해상 충돌을 막지 못하면 핵 협상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가 회담 장소로 선택된 것도 중동 긴장 완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타르는 미국과 긴밀한 안보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란과 외교 채널을 열어둔 국가다. 그동안 여러 중동 현안에서 중재 역할을 맡아온 만큼 이번에도 양측의 충돌을 막는 완충지대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회담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 양측이 공격 중단에는 합의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둘러싼 근본적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다. 미국은 자유 항행 원칙을 강조하고 이란은 자국 안보와 해협 관리권을 주장한다.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기술 협의는 곧바로 정치·군사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최근 충돌은 민간 피해까지 낳았다. 카타르 당국은 28일 현지시간 군사 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으로 자국민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쿠웨이트와 바레인에서도 이란 측 공격 주장과 관련한 요격 및 시설 피해 보도가 이어졌다. 미군 사상자나 주요 시설 피해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걸프 지역 전체가 군사 충돌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공격을 이어갈 경우 “군사적으로 일을 끝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역시 미국의 공습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추가 공격이 계속될 경우 외교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고 맞섰다. 도하 회담이 열리더라도 양측 지도부와 군부의 발언 수위에 따라 긴장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대목은 선박 통항 보장 방식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이 이란과 사전 조율해야 하는지, 미군이나 다국적군의 호위를 받을 수 있는지, 북쪽 항로와 남쪽 항로 가운데 어떤 항로를 우선 사용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 사안은 단순한 해상 교통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중동 군사 영향력과 이란의 해역 통제권이 맞부딪히는 문제다.
에너지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흔들리면 원유와 LNG 운송 리스크가 커지고 보험료와 운임이 오를 수 있다. 이는 국제 유가와 물가, 각국 산업 비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국처럼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도 호르무즈 해협 안정은 직접적인 경제·안보 현안이다.
30일 도하 회담은 미국과 이란이 확전을 막을 수 있을지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양측이 일단 공격 중단에는 합의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지를 두고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선박 통항 절차와 핫라인 가동, 이란 항구 봉쇄 해제 문제까지 정리되지 않으면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다시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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