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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 폭력과 정치 혼란으로 10년간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지 못한 아이티가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실시한다.

로이터통신과 아이티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아이티 임시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는 12월 13일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와 총선,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해 2월 21일 결선 투표가 실시되며 같은 날 지방선거도 진행된다. 최종 대선 결과는 3월 7일 발표될 예정이다.
아이티에서 전국 단위 선거가 열리는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로이터통신은 아이티가 당초 올해 8월 1차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장 갱단과의 충돌로 치안이 악화되면서 일정을 12월로 미뤘다고 전했다. 선관위도 실제 투표가 진행되려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수준의 치안과 충분한 재정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이티가 장기간 선거를 치르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사실상 국가 기능을 위협하는 갱단 폭력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무장 갱단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으며 도로와 항구, 병원, 교도소 등 주요 시설과 교통망까지 통제하고 있다. 갱단은 납치와 살인, 성폭력, 고문을 일삼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들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이며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엔은 올해 들어 아이티에서 갱단 폭력으로 최소 2300명이 숨지고 약 1100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납치된 사람도 100명에 달하며 집을 떠난 국내 피란민은 150만명으로 늘었다. 이는 아이티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규모다.
갱단의 활동 범위도 수도를 넘어 농촌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아르티보니트 지역에서 무장 갱단이 주민들을 공격해 사흘 동안 최소 70명 이상을 살해하고 주택을 불태웠다고 보도했다. 갱단은 주요 도로와 밀수 경로를 장악해 주민과 상인들에게 돈을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아이티가 질서를 회복할지 완전한 혼란으로 빠질지 갈림길에 서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유엔은 선거 준비가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투표 여부는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치안을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아이티의 정치 공백은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암살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과도정부와 임명된 총리가 국가를 운영해 왔다.
아이티에서는 2016년 이후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총선도 제대로 치러지지 않았다. 선출직 정치인의 임기가 잇따라 끝나면서 민주적 정통성을 갖춘 중앙 권력이 사실상 사라졌고, 약해진 국가의 틈을 갱단이 차지했다.
유엔은 아이티의 위기를 약한 국가기관과 정치적 불확실성, 광범위한 갱단 폭력,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가 동시에 얽힌 복합적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치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유엔이 지원하는 갱단 진압 부대는 포르토프랭스에 전진기지를 설치하고 갱단 시설을 겨냥한 작전을 시작했다. 아이티 정부도 올해 말까지 경찰과 군 병력을 추가로 충원할 계획이다.
다만 수도 일부와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이 여전히 갱단의 영향권에 있어 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아이티 선관위가 10년 만의 선거 일정을 발표했지만 투표소와 유권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실제 선거 성사의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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