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 20대 사망자, 회사 '지시' 때문에 건물 다시 들어갔다가 참변

일본 구마모토 강진으로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형 쇼핑몰에서 숨진 직원 일부가 회사 지시를 받고 다시 매장으로 돌아갔다가 목숨을 잃은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40도를 넘는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2차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본 구마모토현의 대형 쇼핑몰 이온몰에서는 강진 직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쇼핑몰 안에 있던 방문객과 직원 등 약 3000명은 긴급 대피했지만, 입점업체 직원 7명이 끝내 숨졌다.

특히 숨진 직원 가운데 일부는 이미 건물 밖으로 대피한 뒤 회사의 지시를 받고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마모토 지진으로 사망한 오타케 구루미 / 유튜브 'SBS 뉴스'

희생자 가운데 잡화점 직원이었던 22살 오타케 구루미 씨는 대피에 성공했지만 회사로부터 매출금을 금고에 보관하라는 연락을 받고 다시 매장으로 향했다.

유족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에서 매출금을 금고에 넣으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온몰의 재난 대응 매뉴얼에는 지진 발생 후 건물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매장으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사고는 이러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숨진 직원의 빈소를 찾은 해당 업체 대표는 유족들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유족은 "우리 딸은 이제 돌아올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진 피해를 당한 일본 구마모토 / 유튜브 'SBS 뉴스'

경찰은 오타케 씨 외에도 다른 입점업체 직원들이 비슷한 지시를 받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일본 경찰은 단순 사고를 넘어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생명을 우선해야 하지만, 업무 지시 때문에 위험한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간 정황이 확인되면서 회사의 안전관리 책임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마련했더라도 현장에서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경찰은 사고 당시 통화 기록과 직원들의 동선을 분석하며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유족에게 사과하는 업체 대표 / 유튜브 'SBS 뉴스'

한편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까지 이어지며 생존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구마모토 일부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었고, 냉방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이재민들이 열사병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했던 히카와 마을에서는 차량에서 생활하던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량은 연료가 모두 소진돼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에서는 열사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지진 이후 처음 확인된 '재해 관련 사망' 사례로 알려졌다.

재해 관련 사망이란 지진이나 홍수 등으로 직접 숨진 경우가 아니라 피난 생활이나 건강 악화, 스트레스 등 재난의 영향으로 이후 사망한 사례를 말한다.

지진 피해 이재민들을 찾아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유튜브 'SBS 뉴스'

현재까지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38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피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약 4만6000가구는 단수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160여 개 대피소에는 8300명 이상이 머물고 있다.

이 밖에도 차량이나 텐트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대피 생활은 폭염뿐 아니라 탈수와 감염병,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함께 키울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진 발생 엿새 만에 현장을 찾아 이온몰과 피해 지역을 둘러보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정부는 호텔과 여관 등을 활용한 2차 대피소 운영을 시작했으며, 응급 가설주택 설치와 차량 연료 확보, 식수 공급 등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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