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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원정 출산’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온 출생시민권 원칙을 다시 제한하려는 조치다.

AP통신과 미국 CBS뉴스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출생시민권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원정 출산을 단속하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첫 번째 행정명령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는 현행 제도의 예외 대상을 넓히는 내용을 담았다.
적용 대상에는 출산 목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면서 관광이나 취업 등 다른 입국 사유를 내세운 외국인의 자녀가 포함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부모가 입국 목적을 속여 미국에 들어왔다면 자녀에게도 출생시민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외국 정부를 대표해 미국에서 근무하는 일부 직원의 자녀와 미국 정부가 테러단체 또는 적성국 소속으로 분류한 인물의 자녀도 시민권 제한 대상에 들어갔다.
AP통신은 이번 행정명령이 모든 미국 출생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조치가 아니라 원정 출산이나 외국 정부 소속 인사 등 일부 사례에 적용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이 기존에 인정한 출생시민권 예외 범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정 출산 알선업체를 겨냥한 별도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와 국토안보부에 원정 출산 목적의 입국을 차단할 규정과 지침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안팎에서 임신부의 입국과 출산을 알선한 업체와 관계자도 조사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백악관은 원정 출산 업체들이 외국인 임신부에게 미국 시민권 취득을 홍보하고, 비자 심사 과정에서 여행 목적을 다르게 설명하도록 도왔다고 주장했다.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도 원정 출산 알선업체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해브 마이 베이비 인 마이애미’라는 이름으로 영업한 업체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미국에서 원정 출산으로 태어나는 아이의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다. 관련 추산은 매년 수천 명에서 수만 명까지 차이가 난다.
이번 조치를 이해하려면 국적을 정하는 기준인 속지주의와 속인주의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속지주의는 아이가 태어난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을 부여한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사람에게 시민권을 인정해 왔다. 외교관 자녀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시민권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속인주의는 출생 장소보다 부모의 국적을 기준으로 삼는다. 한국은 속인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적용한다. 아이가 해외에서 태어나더라도 출생 당시 부모 가운데 한 명이 한국 국민이면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 외국인 부모의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국적을 자동 취득하지는 않는다.
미국도 해외에서 태어난 미국인 자녀에게 일정한 조건 아래 시민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속인주의 요소를 함께 갖고 있다. 다만 미국 국적제도의 대표적인 특징은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는 출생시민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 직후 불법 체류자나 임시 체류 외국인의 미국 출생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수정헌법 제14조에 어긋난다며 해당 행정명령을 무효로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이후 원정 출산과 외국 정부 관계자 등으로 적용 대상을 좁힌 새 행정명령을 내놨다.
다만 부모가 입국 목적을 속였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AP통신은 이번 행정명령도 수정헌법 제14조 위반 여부를 둘러싼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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