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부채 40조달러 돌파...생각보다 심각한 현재 미국 상황

미국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40조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4년 7개월 만에 10조달러가 더 불어난 데다 고금리 여파로 이자 비용까지 빠르게 늘면서 미국 재정 부담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미국 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총 국가부채는 18일(현지시간) 기준 40조 470억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약 5경 5560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 가운데 민간과 금융기관, 해외 투자자 등이 보유한 시장 보유 부채는 32조 2660억달러 수준이다. 미국 국가부채가 30조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1월로, 4년 7개월 만에 10조달러가 더 늘었다.

현지 언론도 가파른 증가 속도에 주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국가부채가 최근 1년 사이에만 약 3조달러 늘었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가장 빠른 증가 속도라고 전했다. 재정 감시단체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크 골드웨인 선임 정책국장은 이를 자동차 계기판에 켜진 거대한 경고등에 비유하며 재정 상황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40조달러보다 무서운 ‘이자’…올해 벌써 1조달러 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학자들이 단순한 총부채 규모뿐 아니라 정부가 실제 시장에서 빌린 돈이 경제 규모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달러를 발행하고 세계 최대 국채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근에는 부채 규모와 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종료를 두 달가량 남긴 현재 미국 정부의 누적 이자 비용은 1조 17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이자 비용은 현재 미국 연방정부 예산에서 세 번째로 큰 지출 항목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집계하는 순이자 비용으로 범위를 좁혀도 증가세는 가파르다. 올해 7월까지 순이자 지출은 9000억달러를 넘어섰고 이자 비용은 미국 연방예산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지출 항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과거에 빌린 돈의 이자를 갚는 데만 하루 수십억달러가 들어가는 수준이다.

장기 국채금리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 13일 실시된 미국 30년 만기 국채 입찰 금리는 5.22%까지 올라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새로 국채를 발행할 때 미국 정부가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국가부채 증가와 고금리가 맞물리는 흐름도 경계하고 있다. 부채가 늘어나면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고,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비용이 커져 추가 차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도 FT에 국가부채가 이자 비용을 통해 스스로 몸집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39조달러 찍은 지 5개월 만에 40조달러

미국 국가부채는 지난해 10월 38조달러를 넘어선 뒤 올해 3월 39조달러를 기록했고 약 5개월 만에 다시 40조달러를 돌파했다. AP통신은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같은 고정 지출, 국방비, 이자 비용 등이 동시에 늘면서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부채 증가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WSJ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쟁과 경기 침체, 감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의료비 증가 등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세입보다 지출이 많은 재정 구조가 장기간 이어진 영향도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차례 임기 동안 현재까지 늘어난 국가부채는 총 11조 6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8조 4000억달러가 증가했다.

FT는 지난해 통과된 대규모 감세·재정 법안이 향후 수년간 미국 연방부채를 수조달러 추가로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지출을 줄이고 경제성장을 끌어올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낮추겠다는 입장이지만 감세와 국방비 확대가 동시에 이어지면서 재정 부담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 성장 중인데도 매년 2조달러 가까운 적자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 뉴스1

CBO는 2026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1조 9000억달러로 전망했다. GDP의 5.8%에 해당하는 규모로 지난 50년 동안 평균 재정적자 비율인 3.8%보다 높다.

현재 미국 정부가 시장 투자자들에게 진 부채는 경제 규모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CBO는 시장 보유 연방부채가 올해 GDP의 101%에서 2036년 12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기록한 106%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했다.

연간 재정적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CBO는 올해 1조 9000억달러 수준인 적자가 2036년 3조 1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보장과 의료비뿐 아니라 이자 비용 증가도 주요 부담으로 꼽았다.

주택담보대출·기업대출에도 영향 가능

국가부채 증가는 금융시장과 가계의 대출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계속 발행할 경우 시장에서 자금을 놓고 민간과 경쟁하게 되고,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학자금대출, 기업대출 금리에도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피터 G. 피터슨재단도 국가부채 증가와 높은 금리, 생활비 부담을 함께 주시하고 있다. 재단은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국가부채와 금리, 생활비 문제를 연결해서 보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치권이 다시 부채한도 문제를 마주할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미국의 법정 부채한도는 41조 1000억달러로 총 국가부채와의 차이가 1조달러 남짓이다. 현재와 같은 증가세가 이어지면 부채한도 상향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다시 본격화할 수 있다.

마이클 피터슨 피터 G. 피터슨재단 최고경영자(CEO)는 40조달러 돌파를 두고 워싱턴 정치권이 국가부채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국가부채가 38조달러에서 39조달러로 늘어나는 데 약 5개월, 다시 40조달러에 도달하는 데도 약 5개월이 걸리면서 증가 속도와 이자 부담을 둘러싼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