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검색창 켰다면 필독…헷갈리는 '설 차례상 지방' 이렇게만 쓰세요

민족 대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고 조상님께 예를 올릴 준비를 한다. 전 부치고 나물 무치는 건 몸이 고되지만 어떻게든 해낸다. 그런데 차례상 차리기 직전, 가장 큰 난관이 찾아온다. 바로 '지방(紙榜)' 쓰기다.

설 차례상 (AI로 제작됨)

일 년에 한두 번 쓰는 것이다 보니 당최 외워지지가 않는다. 매번 포털 사이트 검색창을 열고 '지방 쓰는 법', '아버지 지방'을 검색해 남들이 써놓은 것을 보고 그림 그리듯 따라 그린다. 혹시라도 글자 획 하나 틀려서 조상님이 노하실까 붓펜을 쥔 손이 떨리기도 한다. 도대체 이 알 수 없는 한자들은 무슨 뜻이고, 꼭 이렇게 어렵게 써야만 하는 걸까. 이번 설에는 기계적으로 따라 쓰는 것을 넘어, 지방이 무슨 뜻인지 알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해 보자. 어려운 한자 용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누구나 알기 쉽게 풀었다.

지방, 조상님을 모시는 임시 명패

지방은 쉽게 말해 제사를 지낼 때 조상님의 '임시 명패'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조상님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제사나 차례를 지낼 때 종이에 조상님의 자리를 표시해서 잠시 모셨다가, 제사가 끝나면 태워서 없애는 것이다.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종이다. 깨끗한 흰색 한지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없다면 일반 A4 용지를 써도 무방하다. 종이의 크기는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보통 어른 손 한 뼘 정도 길이(약 22cm)에 너비는 손가락 세 개 정도(약 6cm)로 자르면 적당하다. 위쪽 양 모서리는 살짝 접거나 잘라서 둥그렇게 만든다. 이는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모양을 본뜬 것이다. 글씨는 붓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나, 요즘은 간편하게 붓펜을 많이 사용한다. 검은색 먹이나 잉크로 정성스럽게 쓰면 된다.

네 가지만 기억하자: 관계, 직위, 이름, 자리
지방 사진 (AI로 제작됨)

수많은 한자가 나열된 것 같지만, 지방의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딱 네 부분으로 나뉜다. '누구를 모시는가(관계)', '그분은 어떤 분이었나(직위)', '그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이름)', '이곳이 그분의 자리다(신위)' 순서다. 이 공식만 알면 응용이 가능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부모님 지방을 예로 들어보자. 아버지는 보통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라고 쓴다.

첫 글자 '현(顯)'은 '존경하는, 나타나신'이라는 뜻으로 제사를 모시는 주체(제주)가 고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거의 모든 지방의 첫머리에 붙는다.

그다음 '고(考)'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뜻한다. 만약 어머니라면 '비(妣)'를 쓴다. 할아버지라면 '조고(祖考)', 할머니라면 '조비(祖妣)'가 된다. 여기까지가 '관계'다.

세 번째 '학생(學生)'은 직위다. 옛날에는 벼슬을 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 남자를 통틀어 '학생'이라고 불렀다. 벼슬길에 오르지 못했으니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라는 겸손의 의미도 담겨 있다. 만약 고인이 생전에 장관이나 판사 등 높은 벼슬을 했다면 '학생' 대신 그 직함을 썼다. 여성의 경우 '학생'에 해당하는 말이 '유인(孺人)'이다.

네 번째는 이름이다. 남자는 보통 이름을 따로 쓰지 않고 그냥 '부군(府君)'이라고 쓴다.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나 남자 조상'을 높여 부르는 대명사다. 반면 여성은 다르다. 어머니의 경우 '부군' 대신 어머니가 결혼 전에 쓰시던 성씨의 뿌리, 즉 본관과 성씨를 쓴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김해 김씨라면 '김해김씨(金海金氏)'라고 적는다.

마지막 '신위(神位)'는 공통이다. '이곳이 조상님의 영혼이 깃든 자리입니다'라는 뜻이다.

부모님 지방, 실전 연습
설 차례상 (AI로 제작됨)

공식을 대입해 보자.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실 때는 '현(존경하는) + 고(아버지) + 학생(특별한 벼슬이 없으셨음) + 부군(아버지의 이름 대신) + 신위(자리)'가 합쳐져 '현고학생부군신위'가 된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모실 때는, 어머니 본관이 '안동 권씨'라고 가정하면 '현(존경하는) + 비(어머니) + 유인(여성의 기본 직위) + 안동권씨(어머니의 성씨 정보) + 신위(자리)'가 되어 '현비유인안동권씨신위'가 된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을 때는 어떻게 할까. 종이 하나에 나란히 쓴다. 이때 위치가 중요하다. 제사상을 바라보는 사람 기준으로 왼쪽이 아버지, 오른쪽이 어머니 자리다. 산소에 갔을 때 봉분을 바라보는 위치와 같다.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이라는 옛 원칙을 따른다.

시대가 변했다, 한글로 써도 괜찮다

여기까지 읽었는데도 여전히 한자가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려주겠다. 지방은 꼭 한자로 써야 한다는 법은 없다. 최근 성균관 등 유교 관련 단체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한글 지방을 권장하고 있다.

형식에 얽매여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자 밑에 한글 음을 달아도 되고, 아예 처음부터 한글로만 써도 무방하다.

한글로 쓸 때는 훨씬 직관적이다. '현고학생부군신위'를 어렵게 풀이할 필요 없이, '아버님 신위' 혹은 '어머님 신위'라고만 써도 충분하다. 조금 더 예를 갖추고 싶다면 '현고 학생 부군 신위'처럼 한글로 풀어 써도 된다.

마지막 정리, 정성이 최우선

차례를 다 지낸 후에는 지방을 태운다. 이를 '소지(燒紙)'라고 한다. 조상님을 다시 하늘로 돌려보낸다는 의미다. 이때 깨끗한 그릇에 받쳐서 안전하게 태우는 것이 좋다.

이번 설에는 인터넷에 떠도는 한자 이미지를 무작정 베끼기보다, 그 뜻을 한 번쯤 생각해보며 지방을 준비해보자. 붓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내려쓰는 그 시간 자체가 조상님을 기리는 소중한 의식의 일부다. 한자가 너무 어렵다면 주저 없이 한글로 써라.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서예 실력이 아니라, 차례상 앞에 선 자손들의 공경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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