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이렇게 예쁜데 '무료'라니…130년 역사가 흐르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공세리성당 / 충남관광 홈페이지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의 고즈넉한 언덕 위에 자리한 공세리성당은, 바쁜 일상에서 한 발짝 비켜서고 싶은 이들에게 유독 오래 기억되는 공간이다. 성당으로 들어서는 길목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수백 년 세월을 견뎌온 보호수들이 묵묵히 방문객을 맞이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가 내는 사각거림은 특별한 설명 없이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이곳에서는 말수가 자연스레 줄어든다. 그 대신 숨을 한 번 더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걸으며 스스로의 속도를 되찾게 된다.

공세리성당의 역사는 18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회가 처음 설립된 뒤 1897년에는 사제관이 들어섰고, 1922년에는 현재의 연와조 고딕 양식 성당 건물이 완성됐다. 약 130평 규모의 본당은 붉은 벽돌로 단단하게 쌓아 올린 외관이 인상적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첨탑은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이곳이 지닌 신앙의 시간을 조용히 증언하는 듯하다. 내부에 들어서면 무지개처럼 부드럽게 휘어진 회색 천장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경건한 분위기를 만든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원형을 비교적 잘 보존해 온 가치가 인정돼 충청남도 문화유산 제144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공세리성당 / 충남관광 홈페이지

이곳은 건축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공세리성당은 병인박해 당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32명의 순교자를 모신 성지로도 알려져 있다. 성당 뒤편으로 이어지는 숲길에는 예수의 수난 과정을 묘사한 동상들이 세워진 ‘십자가의 길’이 조성돼 있다. 조용히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지고 생각이 깊어진다. 숲이 주는 포근함과 역사적 기억이 겹쳐지며, 여행이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되새김’에 가까워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덕분에 2005년 한국관광공사는 공세리성당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한 바 있다.

공세리성당의 매력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데에도 있다. 수령이 350년을 훌쩍 넘긴 느티나무들이 성당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사계절 내내 풍경이 완성된다. 봄과 여름에는 짙어진 녹음이 붉은 벽돌과 대비를 이루고, 가을에는 낙엽이 길 위에 포근한 이불처럼 내려앉는다. 특히 겨울, 붉은 벽돌 위로 눈이 소복이 쌓인 설경은 차분한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오래 남는 장면이 된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성당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종종 활용돼 왔다. 성당 경내에는 성지의 유물과 역사를 전시한 성지 박물관도 마련되어 있어, 공간을 더 깊이 이해하며 둘러볼 수 있다.

공세리성당 / 충남관광 홈페이지

방문객은 성당 경내를 상시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 미사가 거행되는 시간에는 본당 내부 촬영을 삼가는 것이 좋다. 성지 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이며, 입장은 오후 4시에 마감된다.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로 운영돼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무엇보다 공세리성당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잠깐 멈춤’이다. 바쁜 하루 사이에 조용한 언덕을 오르고, 오래된 나무 아래에서 숨을 고르며, 마음속 소음을 가라앉히는 시간. 그 평온함이야말로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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