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년'의 신비, 신라 왕 발길도 멈췄다…국내 최초로 개방된 '지하 궁전' 정체

계절의 변화가 무색할 만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동굴은 사계절 내내 여행객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경북 울진군 근남면에 위치한 성류굴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석회암 동굴로, 약 2억 5000만 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이 빚어낸 자연의 예술품을 간직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는 서늘한 공기는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게 하고,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 빛나는 종유석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울진 성류굴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성류굴이라는 이름에는 깊은 역사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본래 신선들이 한가로이 노닐던 곳이라는 뜻의 '선유굴'이라 불렸으나, 신라 31대 신문왕의 아들 보천태자가 이곳에 머물며 수도했다는 기록에 따라 '성인이 머문다'라는 의미인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곳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관광용으로 개방된 동굴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그 가치가 더욱 특별하다. 그러나 화려한 미관 뒤에는 아픈 역사도 공존한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피해 동굴 안으로 몸을 숨겼던 주민 500여 명이 입구가 막혀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는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동굴의 전체 길이는 870m로 현재 개방된 구간은 270m 정도다. 내부에는 9개의 광장과 수심 4~5m 정도의 맑은 물웅덩이 3개가 자리한다. 동굴 내부에는 석회질 지하수가 억겁의 시간 동안 빚어낸 담홍색과 회백색의 종유석, 석순, 석주들이 기묘한 형상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지하 궁전’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빚어진 생성물은 자연이 오랜 시간 공들여 설계한 건축물처럼 느껴진다.

울진 성류굴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동절기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입장은 운영 종료 30분 전까지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과 명절 연휴에는 휴관하되,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 날 쉰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500원이며, 65세 이상은 1000원이다. 미취학 아동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주차 요금은 1일 2000원이다.

성류굴을 중심으로 한 울진 여행은 동선 구성도 효율적이다. 성류굴 관람을 마친 뒤 인근의 왕피천 케이블카를 타고 망양정으로 이동해 동해의 시원한 풍광을 감상하는 일정이 대표적이다. 이어 죽변 해안 스카이레일이나 국립해양과학관까지 차례로 둘러보면 울진의 자연과 문화를 고루 만끽하는 당일치기 코스가 완성된다. 고요한 동굴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잠시 잊은 뒤 마주하는 푸른 바다는 여행의 마침표로도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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