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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거대한 강을 발아래 두고, 천연 절벽 위에 세워진 1500년 전 고구려 성곽에 서면 남과 북을 가르는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소. 입장료 0원으로 만날 수 있는 역사와 자연의 압도적인 조합, 경기도 연천에 자리한 ‘호로고루’를 소개한다.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임진강변에 위치한 호로고루(사적)는 북동쪽에서 남서 방향으로 흐르는 임진강에 접한 현무암 천연절벽 위에 세워진 강안평지성이다. 강가 언덕 위 평지에 축조된 이 성은 남한 지역에 얼마 남지 않은 고구려 유적 가운데 하나로, 발견 당시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호로고루는 고구려가 남쪽으로 진출하기 위해 육로로 내려오는 최단 경로에 자리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남진의 교두보 역할을 했던 이곳은 임진강을 끼고 있어 방어에 유리한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성이 들어선 지역은 삼국시대 북진과 남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이었고, 실제로 여러 차례 전투 기록이 남아 있다.
성은 전체 둘레 약 401m 규모로 얕은 구릉 위에 삼각형 형태로 축조됐다. 발굴조사에서는 성벽과 목책 유구, 지상 건물터, 지하식 벽체 건물터, 우물터 등이 확인됐다. 출토 유물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특히 고구려 유물이 다수를 차지한다.
다량의 고구려 기와가 발견된 점을 미뤄볼 때, 당시 이곳에는 기와를 사용한 중요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와가 왕궁이나 사찰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설에만 쓰이던 건축 자재였다는 점에서 호로고루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호로고루가 특별한 이유는 축조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임진강 유역에는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높이 10~15m의 수직 절벽이 형성돼 있다. 강가 절벽의 구릉 위에 성을 세우면, 별도의 높은 성벽을 쌓지 않아도 천연 방어선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호로고루는 동쪽 면에만 본격적인 성벽을 축조해 노동력과 시간을 크게 줄였다. 성벽은 지반을 평탄하게 다진 뒤 약 1m 높이로 흙을 다지고 그 위에 현무암 성돌을 약 1.8m 높이로 쌓아 올렸다. 외벽 하단에는 붕괴를 막기 위해 한 겹을 덧대어 쌓는 ‘보축성벽’ 기법도 확인된다.

현재 호로고루는 성곽 일부와 성터가 남아 있으며 동벽에 오르면 임진강과 드넓은 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강 건너 북녘 땅까지 조망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풍경을 만들어낸다. 절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과 광활한 하늘, 그리고 고구려 성터가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오른 듯한 인상을 준다.
최근에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로 또 다른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여름철이면 ‘연천 장남 통일바라기 축제’가 열려 해바라기 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금계국과 백일홍이 성 주변을 물들인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꽃길과 포토존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다. 성 위에서 내려다보는 꽃밭과 임진강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호로고루는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전용 주차장 역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별도의 가파른 등산 코스 없이 완만한 길을 따라 오를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이 적다.
자연이 만든 절벽 위에 세워진 고구려의 요새, 그리고 지금은 평화로운 강변 풍경을 품은 역사 유적. 연천 호로고루는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 땅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은 채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장소다. 입장료 없이 만날 수 있는 1500년의 역사와 임진강 절경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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