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에 3000원... 4년만에 2.5배나 가격이 폭등했다는 한국 식재료
새조개 / 뉴스1

새조개 1kg을 사면 실제 먹는 양은 얼마일까. 수산물 전문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를 운영하는 수산 전문가 김지민이 최근 '1kg에 500g 나온다? 실제 정량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새조개의 수율 정보와 가격 실태를 공개했다. 한입에 3000원짜리인 최고급 식재료를 제대로 알고 먹자는 취지의 영상이다.

겨울과 봄에 맛볼 수 있는 미식의 정점에 새조개가 있다. '조개의 귀족'으로 불리는 이 조개는 매년 1월부터 4월 사이 제철을 맞아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을 충남 홍성 남당항과 전남 여수 등 산지로 불러들인다. 껍질을 열면 드러나는 속살의 끝이 새의 부리처럼 뾰족한 데서 새조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참새 작(雀) 자를 써 '작합(雀蛤)'으로 표기하면서 "껍질이 두껍고 미끄러우며 참새 빛깔에 무늬 또한 참새 털과 비슷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본에서도 새라는 뜻의 '도리가이(とりがい)'라 부르며 초밥 재료로 즐겨 쓴다.

새조개 / 뉴스1

새조개가 미식가들 사이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달보드레하면서도 탄력 있게 씹히는 육질에 특유의 감칠맛이 돌고, 살결이 희고 투명해 살짝 데쳐도 형태가 잘 유지된다. 영양 면에서도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칼슘·철분·타우린이 풍부하면서도 콜레스테롤 함량이 조개류 중 가장 낮고 칼로리와 지방 함량도 적어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예로부터 산지에서는 산후조리 때 새조개 미역국을 끓여 먹을 정도로 보양 식품으로 여겨왔다.

수심 5~30m의 진흙 갯벌에 주로 서식하는 새조개는 국내 최대 산지로 충남 홍성 남당항 일대 천수만과 전남 여수를 꼽는다. 특히 천수만은 방조제 건설 이후 해수 흐름이 바뀌면서 진흙 비율이 높아져 새조개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됐다. 잡히는 족족 일본으로 수출돼 국내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던 새조개가 내수 시장에 본격 공급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산지 환경 변화와 맞닿아 있다.

새조개 / 뉴스1

최근 들어 이 귀한 조개의 가격이 심상치 않다. 김지민은 영상에서 인천종합어시장을 직접 찾아 연도별 가격 변화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에 따르면 2022년 원물 기준 1kg당 약 1만 8000원이던 새조개 가격이 2023년 노량진시장 기준 3만 원, 인천종합어시장 기준 2만 2000원~2만 5000원으로 올랐다. 2024년에는 3만 원에서 3만 5000원으로 또 뛰었다. 그러다 2025년에는 무려 5만 원에서 6만 원대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도 만만치 않다. 영상 촬영일인 지난 4일 기준 인천종합어시장에서 새조개 원물 1kg 가격은 4만 5000원까지 올라 있었다. 김지민은 3.3kg 전량을 구매하면서 가게 주인에게 협의해 kg당 4만 3000원, 총 14만 원을 조금 넘는 금액을 지불했다. 여기에 주꾸미 1kg을 3만 5000원에 추가 구매해 총 17만 원가량이 들었다. 그는 "이쯤이면 진짜 수산물 먹기가 겁난다"고 했다. ‘조개계의 에르메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가 자리한다. 천수만 일대에서는 2022년 이후 새조개 폐사가 지속되며 생산량이 전년 대비 70% 이상 줄었고, 2024년에는 사실상 어획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온 상승과 저층 용존산소 감소, 퇴적물 오염 등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 추진위원회는 이달 들어 가격 정찰제를 기존 순살 1kg 포장 9만 원, 식당 10만 원에서 포장 12만 원, 식당 13만 원으로 조정했다.

새조개 / '입질의추억TV'

온라인 쇼핑몰 상황도 다르지 않다. 김지민이 2월 초 기준으로 주요 쇼핑몰을 조사한 결과, 손질 새조개는 대부분 순살 500g 단위로 판매됐는데 가장 저렴한 곳이 500g당 6만 원대, 비싼 곳은 10만 5000원에 달했다. 두 배 가까운 격차는 품질 차이에서 비롯된다. 업계에서는 통상 껍데기 대비 순살 비율이 높은 것을 A급, 낮거나 파지가 섞인 것을 B급으로 구분해 판매한다. A급의 경우 500g당 8만~9만 원, B급은 6만~7만 원 선이다. 김지민은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좋아할 게 아니라 두툼한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상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대목은 새조개의 수율, 즉 원물 대비 실제 먹을 수 있는 순살의 비율이다. 김지민은 3.3kg 원물에서 순살만 계량한 결과 660g이 나왔다고 밝혔다. 수율로 따지면 약 20%에 해당한다. 그는 "새조개는 껍데기 대비 살이 꽉 차도 25%까지 나온다“라며 ”평균적으로 18~22% 내외가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충남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 측의 안내 문구다. 축제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원물 1kg을 손질하면 순살 500g에서 550g이 나온다"고 고시해왔다. 수율이 50~55%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남당항의 설명대로라면 원물 1kg으로 2인분을 충당하는 셈이 되고, 일반 시장·쇼핑몰에서 순살 500g을 2인분으로 제공하는 기준과 정면으로 엇갈린다. 김지민은 "대부분의 수산시장과 쇼핑몰에서는 순살 500g이면 2인분, 즉 수율은 20% 내외가 상식"이라며 "남당항에서 말하는 1kg 순살이 1인분이라는 기준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남당항 새조개가 다른 지역보다 살이 유독 좋다면 수율이 더 높을 가능성도 있다"며 해당 업계 종사자들에게 직접 의견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김지민은 봄동·냉이·느타리버섯·대파를 곁들인 해산물 육수에 새조개를 10~15초 살짝 데쳐 봄동 잎에 싸 먹는 방법을 소개했다. 신선한 새조개는 껍데기에서 분리한 직후 살짝 두드리면 수축 반응을 보이며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난다. 신선도를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는 "해산물을 육수에 살짝 적셔 올라올 때 자연스러운 단맛과 감칠맛이 살아나는데, 자극적인 입맛에 길든 사람이라도 이 맛만큼은 다르게 느낄 것"이라며 "굳이 소스를 덧칠하거나 복잡한 조리를 거치지 않아도 감동을 주는 식재료가 새조개 샤부샤부"라고 했다.

파인다이닝 코스에서 육류 앞에 해산물을 전면 배치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맛이 섬세한 해산물을 먼저 선보여야 이후 요리들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새조개 샤부샤부는 그 섬세함의 정점에 있다. 남당항에서는 새조개 샤브샤브를 비롯해 새조개회무침, 새조개 살을 올린 초밥, 새조개 삼합구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새조개를 즐길 수 있다.

제철은 길지 않다. 1월부터 4월 사이. 그중에서도 지금 이 시기가 살이 가장 올라 있는 때다. 단, 살아있는 새조개는 민물에 닿으면 삼투압 작용으로 맛 성분과 영양 성분이 빠져나가고 색도 급격히 나빠지므로 세척 시 주의가 필요하다. 찝찝할 경우 수돗물로 살짝 헹구되 가능한 한 짧게 접촉시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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