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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티스 후마니타스 연구원, 김리아 박사의 금언적 통찰과 기도문을 연결한 사순절 묵상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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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추위가 물러가고 땅바닥에서 파릇파릇한 기운이 올라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냉이다. 냉이는 봄철에 먹는 나물 중에서도 향이 가장 짙고 몸에 좋은 성분이 많기로 유명하다. 보통은 멸치 육수에 된장을 풀어 가볍게 끓여 먹지만, 조금 특별한 재료를 더하면 국물의 맛과 깊이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생콩가루'와 '바지락 살'이다.

냉이 된장국에 생콩가루를 넣는 방식은 예전부터 어른들이 즐겨 쓰던 방법이다. 냉이는 채소 중에서 단백질이 매우 많은 편에 속하는데, 여기에 콩가루를 더하면 단백질 보충을 확실히 할 수 있다. 하지만 맛의 측면에서 보면 더 놀라운 효과가 있다.
잘 씻은 냉이에 생콩가루를 골고루 묻혀 국에 넣으면, 콩가루가 냉이 표면을 감싸면서 일종의 막을 형성한다. 이렇게 하면 뜨거운 물속에서도 냉이의 향이 밖으로 덜 빠져나가고 식감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또한 된장의 짠맛을 콩가루의 고소함이 부드럽게 감싸주어 국물 맛이 훨씬 진하고 묵직해진다. 맑은 국물보다 입안에 꽉 차는 듯한 구수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택이다.
콩가루가 국물의 구수함을 책임진다면, 바지락 살이나 건새우는 국물의 시원한 뒷맛을 담당한다. 콩가루만 넣으면 자칫 국물이 너무 텁텁해질 수 있는데, 이때 해산물을 넣으면 맛의 균형이 딱 맞는다.

바지락 살을 넣으면 씹는 재미가 있고 국물에서 깊은 바다의 감칠맛이 난다. 만약 생물 바지락을 구하기 어렵다면 말린 건새우를 한 줌 넣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건새우는 기름 없는 냄비에 살짝 볶아서 사용하면 비린내가 날아가고 고소한 향이 배가된다. 건새우 특유의 달큰하고 짭조름한 맛이 된장과 어우러지면 조미료 없이도 훌륭한 맛이 난다.
냉이 요리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손질이다. 냉이는 흙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뿌리 쪽에 흙이 많이 묻어 있다. 특히 뿌리와 잎이 만나는 경계 지점이 가장 지저분하다.
우선 칼끝으로 뿌리 쪽에 붙은 흙과 잔뿌리를 긁어낸다. 시든 잎은 떼어내고 물에 잠시 담가두어 흙을 불린다. 그 후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궈내야 씹을 때 흙이 씹히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씻은 냉이는 물기를 탈탈 털어 준비하되, 콩가루가 잘 묻을 수 있도록 물기가 아주 살짝 남아 있는 상태가 좋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손질한 냉이 두 줌, 생콩가루 세 숟가락, 된장 두 숟가락, 바지락 살 혹은 건새우 한 줌, 그리고 쌀뜨물이다.
첫째, 쌀뜨물을 냄비에 붓고 끓인다. 맹물보다 쌀뜨물을 쓰면 된장의 텁텁함을 잡아주고 국물이 더 잘 어우러진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된장을 체에 걸러 곱게 푼다. 이때 바지락 살이나 건새우를 함께 넣어 국물 맛을 먼저 우려낸다.
둘째, 준비한 냉이를 비닐봉지에 넣고 생콩가루를 부은 뒤 입구를 막고 흔든다. 이렇게 하면 냉이 하나하나에 콩가루가 아주 얇고 고르게 묻는다. 손으로 묻히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깔끔하다.
셋째, 된장 국물이 팔팔 끓을 때 콩가루 묻은 냉이를 조심스럽게 넣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규칙이 있다. 냉이를 넣은 직후에는 절대로 숟가락으로 젓지 말아야 한다. 넣자마자 저어버리면 냉이에 붙어 있던 콩가루가 다 떨어져 나가 국물이 지저분해지고 맛도 떨어진다. 1분 정도 그대로 두어 콩가루가 냉이에 딱 달라붙어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넷째, 콩가루가 어느 정도 익어 보이면 그때 가볍게 저어주고, 다진 마늘 반 숟가락과 대파를 넣어 마무리한다. 냉이는 너무 오래 끓이면 질겨지고 향이 사라지므로, 숨이 죽을 정도로만 짧게 끓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끓여낸 냉이 된장국은 냄새부터 다르다. 집안 가득 퍼지는 달큰한 냉이 향과 구수한 콩가루 향이 식욕을 돋운다. 국물을 한 입 먹어보면 바지락이나 새우에서 우러난 시원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뒤이어 콩가루의 고소함이 혀끝에 남는다. 콩가루 옷을 입은 냉이는 평소보다 훨씬 보들보들하게 씹힌다.
봄철에는 몸이 나른해지고 입맛이 떨어지기 쉽다. 이때 냉이 껍질에 든 비타민과 해산물의 단백질, 콩의 영양가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이 국 한 그릇은 몸에 큰 힘이 된다. 뻔한 된장국이 지겨워졌다면 오늘 시장에 들러 싱싱한 냉이와 생콩가루를 사보자. 바지락이나 건새우가 주는 시원한 '킥'이 당신의 봄 식탁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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