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밥 먹고 바로 할까? 불렸다 할까?'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느냐, 물에 불려두고 나중에 설거지를 하느냐. 집집마다 다른 이 습관은 단순한 취향 차이처럼 보이지만 위생 측면에서 따져보면 결과가 꽤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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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려두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름기나 양념이 눌어붙은 그릇은 물에 잠시 담가두면 훨씬 수월하게 닦인다. 특히 뚝배기나 찌개 냄비처럼 바닥이 두껍고 찌꺼기가 달라붙는 용기는 물 없이 수세미로 밀면 힘만 든다. 이 경우 물을 붓고 10분 안팎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세척 난이도가 크게 내려간다. 눌어붙은 찌꺼기에는 베이킹소다를 소량 뿌리고 물을 부어 짧게 끓이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문제는 불려두는 온도와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음식물이 묻은 식기를 따뜻한 물에 오래 방치하는 행위가 오히려 세균 번식을 촉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뜻한 물은 세척에는 유리하지만 박테리아가 빠르게 증식하기 좋은 온도 조건이기도 하다.

특히 밤새 방치된 식기는 다음 날 아침 이미 세균 번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면역력이 낮은 노인이나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바로 씻는 쪽은 위생 면에서 명확히 유리하다. 기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굳기 때문에 먹고 나서 빠르게 세척하면 힘을 덜 들이고도 잘 닦인다. 프라이팬에 남은 기름은 굳기 전에 소주를 소량 부어 끓이면 액화시켜 처리하기 수월하다는 팁도 있다.

당장 설거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따뜻한 물 대신 찬물로 음식물 찌꺼기만 먼저 헹궈낸 뒤 공기 중에 두는 것이 훨씬 낫다. 또는 주방세제를 미리 식기에 뿌려두고 헹구지 않은 채 놓아두면 세균 증식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세제 사용량과 헹굼 방식도 따져볼 부분이다. 대한환경공학회지 연구에 따르면 수세미에 세제를 직접 묻혀 설거지한 후 7초 동안 헹굼한 경우, 모든 용기에서 계면활성제가 잔류했다.

수치 상으로는 뚝배기(4.68mg/L), 프라이팬(1.22mg/L), 유리그릇(0.57mg/L), 플라스틱 용기(0.25mg/L)가 그렇다.

반면 15초 이상 헹군 경우, 뚝배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용기에서 잔류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세제를 물에 희석해 사용하면 사용량을 줄이고 잔류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권고다.

수세미 관리도 빠뜨릴 수 없다. 수세미의 복잡한 그물망 구조는 음식물 찌꺼기가 끼기 쉽고 항상 젖어 있어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실험에 따르면 수세미 소독 시 끓는 물 10분 또는 전자레인지 2분을 사용할 경우 세균 제거율이 100%에 달했다. 소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월 1회 교체가 가장 확실한 예방법으로 꼽힌다.

결국 불려두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담가두는 방식이 관건이다. 따뜻한 물에 장시간 방치하는 것은 피하고, 불가피하게 나중에 씻어야 한다면 찬물 헹굼과 건조 후 대기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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