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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푸른 바다와 청초호가 만나는 길목에는 시간이 비껴간 듯한 작고 평온한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웅장하게 솟은 대교의 그림자 아래 낮은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와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특별한 공간이다. 화려함보다는 담벼락마다 새겨진 소박한 벽화와 골목 사이로 배어 나오는 구수한 음식 냄새가 여행객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청호동이지만 사람들에게는 '아바이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나이 지긋한 남성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1951년 1·4 후퇴 당시 남하한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전쟁이 끝나면 곧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품고 모래사장에 임시로 정착하며 마을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척박한 땅에 집을 짓고 식수를 구하기조차 어려웠던 고된 환경 속에서도 실향민들은 같은 고향 사람끼리 모여 살며 서로의 아픔을 달랬다.

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담기 위해서는 속초의 랜드마크인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를 빼놓을 수 없다. 청초호를 가로질러 중앙동과 청호동을 연결하는 이 쌍둥이 교량은 마을의 입체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대교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바이마을은 현대적인 도시 구조물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낮은 집들이 대조를 이루며 독특한 미감을 선사한다. 특히 일몰 시간대에 대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붉게 물드는 바다와 설악산, 그리고 마을의 실루엣이 어우러져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코스다.

아바이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실향민들의 고단했던 삶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과거의 판잣집은 이제 드문드문 남아 있지만, 담벼락을 따라 그려진 벽화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던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초기 피란민 가옥의 형태는 현재 속초시립박물관 내 실향민 문화촌에 복원되어 있어 당시의 주거 문화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갯배 선착장 주변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여행의 백미는 함경도식 향토 음식이다. 마을 곳곳의 식당가에서는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 함흥냉면, 가자미식해 등 실향민들이 고향의 맛을 재현하며 지켜온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넉넉하게 속을 채운 순대와 새콤달콤한 명태회무침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을 전한다.

아바이마을은 분단의 역사를 품은 상징적 공간이다. 속초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를 건너 중앙동의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이어지는 도보 여행 코스는 속초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이다. 대교에서 마을로 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마련되어 있어 접근성도 높다. 인근의 청초호수공원과 연계해 산책을 즐기다 보면, 70여 년 전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들의 간절한 염원이 잔잔한 바닷바람을 타고 전해져 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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