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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배경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일본의 유명 관광지 가마쿠라가 또 한 번 관광객들의 발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에는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 촬영지를 찾아오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미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겪어온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한계"라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가마쿠라가 겪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과잉 관광 문제를 보도했다. 신문은 “가마쿠라는 이미 넘쳐나는 관광객과 싸우고 있는 곳이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 때문에 또 하나의 과밀 관광 명소를 떠안게 됐다”고 전했다.
가마쿠라에 새로운 관광 바람을 몰고 온 주인공은 지난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다. 이 드라마는 여러 나라의 말을 옮겨주는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과 세계적인 스타 차무희(고윤정 분)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 속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는 드라마의 주요 배경으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고쿠라쿠지역과 고료신사 등 가마쿠라의 고즈넉한 장소들이 촬영지로 쓰였다. 드라마가 공개된 직후부터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팬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처음 만난 장소로 알려진 철도 건널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매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 새롭게 명소가 된 곳이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일반 주택가라는 점이다. 드라마 속 장면을 따라 하려는 관광객들이 좁은 골목길과 철길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주민들의 일상은 무너졌다.
과거에는 주민들만 아는 한적하고 조용한 장소였으나, 지금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관광객들의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신문은 “주택가 바로 옆 철도 건널목에 해외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사유지에 무단으로 들어가거나, 길을 막고 서서 주민들의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마쿠라 주민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낯설지 않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오프닝에 등장한 가마쿠라코코마에역 앞 철길은 전 세계 팬들이 꼭 방문해야 하는 성지로 자리 잡았다. 이곳 역시 오랫동안 과잉 관광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를 겪어왔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다. 달리는 전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관광객들이 도로로 뛰어들거나 철길 가까이 다가가는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또한 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주변에 공중화장실이 부족해 노상에서 배뇨하는 등 위생 문제도 심각하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무단 촬영, 소음 문제는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된 지 오래다.
이러한 전례가 있다 보니 가마쿠라시 당국은 한국 드라마 촬영지 주변에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러 나라 언어로 된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관광객들에게 에티켓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인파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일본 현지에서는 ‘오버 투어리즘’이라는 말보다 더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칸코 코가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관광객 공해’라는 뜻이다. 관광객이 지역 사회에 이익을 가져다주기보다 오히려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환경을 망치는 오염 물질과 같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가마쿠라의 상황을 전하며 일부 관광객들의 무질서한 행동이 일본 사회 내에서 큰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집 앞에서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고, 매일같이 낯선 사람들의 카메라 렌즈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지쳐가고 있다.
가마쿠라시는 2017년부터 본격적인 관광 대책을 세워 시행해왔다. 2023년부터는 주택가 주변에서의 촬영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을 더 크게 늘리고, 현장에 경비 인력을 배치해 질서 유리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새로운 명소가 계속해서 생겨나면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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