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km 내내 '호수뷰'가 쏟아지는 곳…환상적인 '국내 드라이브 명소'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전북 진안의 산세 사이로 드넓게 펼쳐진 용담호는 맑고 깊은 빛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금강 상류의 물줄기를 막아 조성한 이곳은 거대한 인공호수이지만, 인위적인 시설물을 최소화해 자연 그대로의 고요함을 비교적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호수를 에워싼 산자락이 수면에 비치는 모습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용담호 드라이브 코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용담호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차창을 열고 호반을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에 올라보는 것이 좋다. 총길이 64km에 이르는 용담호 일주도로는 전국에서도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특히 정천면에서 용담면을 거쳐 본댐으로 이어지는 구간과 상전면에서 안천면을 지나 본댐에 이르는 노선은 굽이굽이 이어지는 물길과 산세가 어우러져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광을 보여준다. 주요 거점을 제외하면 도로 주변에 상업시설이 많지 않아 시야가 탁 트여 있고, 사계절 내내 다른 색으로 물드는 산과 호수의 조화는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더한다. 방문객들 사이에서 이곳은 “복잡한 생각 없이 달리기만 해도 마음이 정리되는 길”이라는 호평을 꾸준히 받고 있다.

용담댐 / ⓒ한국관광콘텐츠랩

이 거대한 호수는 용담댐 건설과 함께 조성돼 전주를 비롯한 전북권 지역에 하루 135만 톤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1년 완공된 용담댐은 1읍 5개 면에 걸친 광범위한 지역을 수몰시키며 조성됐다.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는 정든 고향을 물 아래 묻어야 했던 수몰민들의 기억과 아픔도 함께 남아 있다. 이런 사연을 기리기 위해 호수 곳곳에는 망향의 동산이 조성돼 있다. 그중 용담대교 북단에 자리한 용담 망향의 동산은 호수 중앙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탁 트인 시야 덕분에 많은 이들이 잠시 차를 세우고 풍경을 바라보는 장소이기도 하다.

용담댐 / ⓒ한국관광콘텐츠랩

망향의 동산 한쪽에는 조선 시대 건축미를 엿볼 수 있는 태고정이 자리하고 있다. 1752년에 처음 세워진 이 목조 정자는 원래 수몰 지역에 있었으나, 1998년 현재 위치로 옮겨 복원됐다. 정교한 짜임새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태고정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면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듯한 감흥을 느끼게 된다. 인위적인 장식보다는 세월의 흔적이 밴 목재의 질감이 주변의 푸른 물빛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용담호의 수려한 경관은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안개 낀 호숫가 풍경은 애절한 로맨스나 긴장감 있는 서사의 장면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호수 주변의 한적한 분위기는 카메라를 통해 더욱 인상적으로 담겼고,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방문객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인공적인 세트장보다 자연이 주는 묵직한 분위기가 화면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점도 이곳이 자주 배경으로 선택되는 이유로 꼽힌다.

용담댐 조각공원 / ⓒ한국관광콘텐츠랩

진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지역의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향토음식이다. 진안은 고원지대 특성상 일교차가 커 농특산물의 품질이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진안 흑돼지는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해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꼽힌다. 고소한 풍미가 살아 있는 흑돼지구이는 용담호를 찾은 이들이 함께 즐기기 좋은 메뉴다. 또한 용담호와 금강 상류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푹 고아 만든 어죽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비린내가 적고 칼칼하면서도 진한 국물 맛이 특징이며, 함께 곁들이는 수제비나 국수는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여기에 진안의 특산물인 인삼과 홍삼을 활용한 음식도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호수 인근 식당가에서는 인삼튀김이나 홍삼 추출물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제철 산나물과 함께 차려지는 시골 밥상 역시 진안의 넉넉한 인심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용담호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용담호 주변에는 연계해 둘러볼 만한 명소도 많다. 말의 귀를 닮은 독특한 형상의 마이산은 진안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용담호에서 차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수천 개의 돌탑이 쌓인 탑사와 신비로운 타포니 지형은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또한 기암괴석과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진 운일암반일암 계곡은 여름철 물놀이 명소이자 가을철 단풍 명소로도 꼽힌다. 계곡의 웅장한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산책길은 용담호와는 또 다른 매력의 자연을 보여준다.

용담호는 그저 넓고 아름다운 호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드라이브 코스의 여유, 수몰의 기억을 품은 망향의 동산, 태고정의 고즈넉한 분위기, 그리고 진안의 향토음식과 주변 명소가 함께 어우러지며 여행의 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봄빛이 번지는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달리다 보면, 용담호가 왜 많은 이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장소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한 풍경 속에 머물고 싶다면, 진안 용담호는 충분히 들러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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