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층 아파트 농장서 휴대폰 찍듯 생산... ''돼지'가 야채보다 싸져서 난리 난 나라

중국의 한 양돈 기업이 26층짜리 초고층 빌딩에서 돼지를 키우는 장면이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6층까지 올라가는 돼지들, 지하 1층부터 꼭대기까지 이어진 자동 사료 공급 시스템, 3만여 개의 제어 포인트로 통제되는 스마트 농장. 중국이 돼지 한 마리를 아이폰 만들듯 찍어내는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 첨단 생산력의 역설은 혹독했다. 돼지가 너무 많아진 것이다.

돼지 / 픽사베이

후베이(湖北)성 어저우(鄂州)시 비스두전(碧石渡镇)에 들어선 26층짜리 양돈 빌딩은 중신카이웨이(中鑫开维) 현대식 양돈 기업이 2020년 착공해 2022년 10월 1일 정식 가동에 들어간 세계 최대 단일 면적 양돈 시설이다. 건축 면적만 80만㎡에 달하고 총 투자액은 40억 위안(약 7,600억 원)에 이른다. 두 동으로 구성된 이 빌딩의 연간 출하 두수는 최대 120만 마리, 돼지고기 생산량으로 환산하면 약 10만8000톤에 달한다. 영국 런던의 빅벤과 높이가 비슷한 이 건물은 외관만 보면 중국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아파트 단지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이 빌딩은 24개 층이 실제 생산에 활용되며, 각 층은 돼지의 생애 주기에 따라 독립된 농장처럼 구성돼 있다. 임신 모돈 구역, 분만 구역, 포유 구역, 비육 구역이 층별로 나뉘어 있고, 수정부터 출하까지 모든 과정이 한 건물 안에서 이뤄진다. 이 빌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돼지는 개체 이력 카드를 부여받는다. 출신 정보, 임신 기록, 분만 기록이 모두 전산으로 관리된다.

사료는 300m 거리의 사료 공장에서 거대한 벨트 통로를 통해 빌딩 꼭대기의 대형 곡물 창고로 올라간 뒤 3만여 개의 제어 포인트를 거쳐 각 층의 먹이통으로 자동 공급된다. 매일 약 50만㎏의 사료가 돼지의 성장 단계, 체중, 건강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배분된다. 돼지 전용 엘리베이터는 면적 18㎡로 한 번에 70마리를 실어나를 수 있으며 1층에서 26층까지 이동하는 데 15분이 걸린다.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사람이 돼지를 모는 소리를 모방한 음향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버튼을 누르면 돼지들이 스스로 걸어 나오도록 설계됐다.

온도와 습도, 유해 가스 농도는 NASA 지휘센터를 연상케 하는 중앙통제실에서 실시간으로 관리된다. 방호복을 입은 기술자들이 고화질 카메라로 돼지들의 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한다. 겨울에는 인근 시멘트 공장의 폐열을 재활용해 돼지가 온수를 마시고 온수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바닥에는 온수 파이프를 깔아 바닥 난방 효과를 냈다. 이 방식은 별도의 사료 추가 없이도 돼지를 더 빠르게 성장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여름에는 옥상의 분무 장치가 가동돼 냉방 기능을 한다. 돼지의 분변은 무게를 달아 수거한 뒤 고온 혐기 발효조로 보내지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바이오가스는 발전에 활용되고 슬러리는 비료로 전환된다. 사료의 약 4분의 1이 분변으로 배출되는데 이를 전량 재활용하는 구조다. 외부인이 시설에 들어가려면 샤워와 소독을 마친 뒤 전신 방호복을 착용해야 한다. 26개 층 전체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최대 312명으로, 연간 60만 마리 출하를 소수 인원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중신카이웨이의 모기업은 후베이 스지신펑 레이산 시멘트(湖北世纪新峰雷山水泥)다. 주거원다(诸葛文达) 대표는 건설·시멘트 업계의 고성장 시대가 저물자 현대식 양돈으로 사업 전환을 택했다. 그는 "우리 중국 양돈 업계의 전체적인 사육 수준은 세계 선진국과 비교해 수십 년의 격차가 있다"며 "이 격차가 바로 규모화·공업화 사육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시멘트 공장의 폐열 에너지를 축산 시설에 재투입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으며, 모돈 산방·자돈 보육·비육 등 전 과정을 수직 계열화한 일체형 스마트 팜을 구현했다. 회사는 양돈 시설에 40억 위안을 투자한 데 더해 인근에 육류 가공 공장을 짓는 데 60억 위안을 추가 투자하고 있다. 중신카이웨이는 향후 총 5개 동을 완공해 연간 출하 두수를 300만 마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시설을 설계한 위스서지위안(余氏设计院)의 위핑(余平) 상무이사는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정표적 의미를 가진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시설을 두고 "이름은 양돈장이지만 실제로는 양돈을 위해 지어진 폭스콘 공장에 가깝다"며 "운영의 정밀도가 아이폰 생산라인에 맞먹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초대형 스마트 양돈 시설이 상징하는 생산력 혁신은 중국 양돈업 전체에 심각한 공급 과잉을 불러왔다. 이 같은 대형 양돈장 건설 붐은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양돈 산업을 강타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일부 추산에 따르면 생돈 사육 두수가 40%나 줄었고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정부는 대형 양돈장 건설에 재정 보조금을 지원하고 고층 사육 시설을 허용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대규모 시설 투자가 전국적으로 쏟아졌다. 공급 부족이던 시장은 이내 공급 과잉으로 돌아섰다.

2026년 현재 중국 양돈 업계의 규모화 비율은 73.2%에 달하며, 모돈 1마리당 연간 이유 자돈 수(PSY: 어미 돼지 1마리가 1년 동안 이유시키는 새끼 돼지의 수를 나타내는 양돈 생산성 핵심 지표)는 2018년 18마리에서 2025년 24마리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는 모돈 사육 두수가 동일하더라도 실제 출하량이 30% 이상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2026년 4월 초 기준 생돈 출하 평균 가격은 ㎏당 10위안(약 2166원) 이하로 떨어져 10여 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부 할인 제품의 경우 피망, 생강, 마늘 등 야채보다 저렴한 수준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한다.

업계에서는 2026년을 최근 몇 차례 돼지 사이클 중 가장 힘든 해로 꼽고 있다. 20년 이상 양돈 경력의 산둥성 농가는 돼지 한 마리를 출하할 때마다 약 500위안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번자양 방식의 두당 평균 손실은 318위안(약 6만8800원), 외부 자돈 구매 육성 방식의 손실은 227위안(약 4만 9170원)에 달하며 업계 선두 기업들조차 적자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돼지. AI 툴로 제작한 사진.

공급 과잉의 배경에는 소비 구조의 변화도 깔려 있다. 돼지고기가 육류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62.1%에서 2025년 57.9%로 6년간 4.2%포인트 하락했다. 쇠고기, 닭고기, 수입 양고기 등 대체 육류 소비가 늘면서 돼지고기 수요의 구조적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 농가의 피해는 더 직접적이다. 소규모 농가는 대형 양돈장이 사료와 백신 가격을 끌어올리는 탓에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중앙 비축 냉동 돼지고기 수매에 나서며 시장 가격 안정에 개입하고 있다. 양돈 기업에 연간 생산 신고제를 도입해 산업 과잉 생산을 강제 조정하는 수준으로 정책 강도를 높였다.

26층 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돼지들의 모습은 첨단 기술로 무장한 중국 농업의 현재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생산력이 너무 빠르게 팽창한 결과, 돼지는 넘쳐나고 양돈 농가는 한 마리를 팔 때마다 손실을 보는 역설 속에 놓였다. 스마트 팜이 만들어낸 풍요가 오히려 업계 전체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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