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 '사찰' 보신 적 있나요?…섬진강·지리산 한눈에 담는 '무료' 명승지

이른 새벽안개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낮게 깔리면 산등성이는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풍경을 만든다.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사람들은 흔히 시야가 탁 트인 곳을 찾게 마련이다. 전라남도 구례의 오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그 품에 안긴 풍경은 절대 가볍지 않은 인상을 남긴다. 이곳 정상 부근에는 바위틈에 위태로운 듯하면서도 견고하게 자리 잡은 독특한 사찰이 있다.

구례 오산 사성암 / 한국관광공사(촬영 : 배근한)

해발 531m의 오산 정상에 자리한 사성암은 그 역사가 백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성왕 22년인 544년에 연기조사가 처음 세운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본래 오산암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후 통일신라시대의 의상대사와 원효대사, 고려시대의 도선국사와 진각선사 등 네 명의 고승이 이곳에서 수도에 정진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면서 사성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고승들의 수행처였던 만큼 이곳에는 오랜 세월 쌓인 고요함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구례 오산 사성암 / 한국관광공사(촬영 : 박용운)

사성암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높이 20m에 달하는 거대한 암벽 사이에 박힌 듯한 형상의 약사전이다. 유리광전이라고도 불리는 이 전각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닿을 수 있는데, 암벽의 굴곡을 그대로 살린 건축 방식이 인상적이다. 전각 내부로 들어서면 암벽에 새겨진 마애여래입상을 마주하게 된다. 전설에 따르면 원효대사가 수행 도중 손톱으로 바위에 직접 새겼다고 전해지는데,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부처의 미소는 방문객들에게 고요한 인상을 남긴다. 바위의 질감과 부드러운 조각의 선이 어우러진 모습은 인위적인 장식과는 다른 깊이를 전한다. 암벽과 전각이 맞닿은 자리에서 올려다보면 사성암 특유의 입체적인 풍경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사성암 전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배근한)

약사전 아래로 펼쳐지는 풍광은 사성암이 왜 명승 제111호로 지정됐는지를 보여준다. 발 아래로는 구례 평야를 가로질러 굽이치는 섬진강이 흐르고, 그 너머로 지리산 능선이 겹겹이 이어진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지리산의 색채와 강물의 흐름은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시야가 한층 또렷하게 열리며, 강과 들판, 멀리 이어지는 산줄기의 윤곽이 더욱 선명하게 들어온다. 특히 해 질 녘 노을이 강물을 붉게 물들일 때의 풍경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는다. 산 정상부의 기암괴석과 전각이 어우러진 모습은 사성암만의 인상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사성암에서 내려다본 전망 / ⓒ한국관광콘텐츠랩

사성암은 산 정상부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 시 주의가 필요하다. 사찰 입구까지 도로가 연결돼 있기는 하지만 주차 공간이 협소해 일반 승용차의 통행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방문객은 산 아래에 위치한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마을버스 매표소는 문척면 죽마리에 있으며, 이용 요금은 성인 기준 왕복 3400원, 13세 이하 어린이는 2800원이다. 버스는 수시로 운행돼 큰 불편 없이 산 정상부까지 이동할 수 있다. 도보로 오를 수도 있지만 경사가 다소 가파르기 때문에 체력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성암은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구례를 방문했다면 사성암의 절경과 함께 지역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지역답게 재첩을 활용한 음식이 유명하다. 맑게 끓여낸 재첩국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며, 부추를 곁들인 재첩회무침도 입맛을 돋운다. 특히 봄철이면 섬진강에서 잡히는 은어 소금구이나 튀김도 별미로 꼽힌다. 또한 구례는 산수유의 고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3월이면 온 마을을 노랗게 물들이는 산수유꽃은 구례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이곳에서 수확한 산수유로 만든 차나 정과는 기념품으로 인기가 높다.

사성암에서 바라본 풍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사성암 근처에는 또 다른 천년고찰인 화엄사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국보와 보물을 다수 보유한 화엄사는 사성암과는 또 다른 건축미를 보여준다. 특히 4월이면 붉게 피어나는 화엄사의 홍매화는 많은 이들이 찾는 볼거리다. 구례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나물로 차려 낸 산채비빔밥과 대나무 통에 밥을 지은 대통밥 역시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먹거리다.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섬진강의 물줄기, 그리고 천년의 역사가 깃든 암자가 어우러진 구례는 잠시 쉬어 가기에 좋은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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