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 100선'의 자부심…밤이면 빛나는 1.7km, 역사가 깃든 '야경 명소'

굽이쳐 흐르는 남강의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진주성의 석성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이 성벽은 진주의 역사와 일상이 함께 머무는 공간이다. 한때 치열한 전쟁의 현장이었던 이곳은 이제 남강을 곁에 둔 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한국관광 100선'에 여러 차례 선정된 사적 '진주성'은 오늘날 진주를 대표하는 명소로 꼽힌다.

진주성 야경 / 경상남도 진주시-공공누리

진주성은 진주의 역사와 정체성이 집약된 상징적인 공간이다. 본래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으나 고려 우왕 5년인 1379년,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돌로 쌓은 석성으로 개축했다. 성벽의 둘레는 1760m에 달하며, 높이는 5m에서 8m 정도로 견고하게 지어졌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이곳은 호남으로 향하는 왜군을 막아내는 핵심 관문 역할을 했다.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이 일어난 현장으로, 1592년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이 3800명의 군사로 2만여 명의 왜군을 물리치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1593년 2차 전투에서는 7만여 명의 민관군이 왜군 10만여 명을 상대로 끝까지 항전하다가 순국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진주성 야경 / 경상남도 진주시-공공누리

성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영남의 명루로 손꼽히는 촉석루다. 벼랑 위에 세워진 이 누각은 전시에는 지휘소로, 평시에는 선비들의 풍류 공간으로 활용됐다. 누각에 올라 남강을 내려다보면 강물의 푸른빛과 성곽의 선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촉석루 바로 아래 강가에는 논개의 충절이 깃든 의암이 자리하고 있다.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성이 함락되자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다고 전해지는 바위다. 성안에는 논개의 영정을 모신 의기사도 함께 있어 방문객들이 그 뜻을 기리며 발길을 멈춘다.

촉석루 / 경상남도 진주시-공공누리

진주성을 가로지르며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국립진주박물관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이 건물은 성곽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곳은 임진왜란 전문 역사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과 자료를 전시한다. 이 외에도 성내에는 김시민 장군의 전공을 기록한 전성각적비, 임진왜란 때 순국한 이들의 위패를 모신 창렬사, 성곽의 지휘소였던 서장대와 북장대 등 발길이 닿는 곳마다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한 장소 안에 전쟁의 기억과 추모의 공간,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이 함께 놓여 있다는 점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진주성은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조명이 켜진 성벽과 촉석루는 밤하늘 아래 은은한 빛으로 물들며 색다른 풍경을 만든다. 남강 위에 비친 성곽의 반영은 이곳이 왜 야경 명소로 사랑받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매년 가을 열리는 진주 남강 유등축제 기간에는 수많은 등불이 강물을 수놓으며 성 일대가 화려한 빛의 풍경으로 바뀐다.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밤의 정취를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는데,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는 저녁 산책은 번잡한 일상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차분하다.

진주 남강유등축제 / 한국관광공사(촬영 : 장재윤)

진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는 향토 음식이다. 진주성의 역사만큼이나 깊은 맛을 자랑하는 진주비빔밥은 ‘칠보화반’이라는 별칭답게 화려한 색감을 갖고 있다. 신선한 육회와 각종 나물이 어우러진 맛은 담백하면서도 깊다. 또한 남강의 물길과 가까운 지역답게 장어구이도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꼽힌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장어 살에 매콤한 양념을 곁들여 먹는 맛은 많은 이들의 입맛을 끈다. 여름철에는 소고기 육전을 고명으로 올린 진주냉면이 인기다. 해물로 우려낸 감칠맛 나는 육수와 메밀면의 조화는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맛을 전한다.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인근 명소로는 진주성 바로 맞은편의 망경동 대나무숲과 진주중앙시장이 있다. 중앙시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곳으로, 비빔밥 외에도 꿀빵이나 수복빵집의 찐빵 같은 소소한 먹거리를 즐기기에 좋다. 진주의 특산물인 딸기와 단감 등 신선한 식재료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진주 실크는 품질을 인정받는 지역 특산품으로, 성내 기념품점 등에서 다양한 소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진주성 / 경상남도 진주시-공공누리

진주성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봄에는 성곽 주변의 벚꽃이 흩날리고, 여름에는 남강의 바람이 성곽을 따라 흐른다. 가을에는 단풍과 유등의 풍경이 어우러지고, 겨울에는 눈 덮인 성벽이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편안한 휴식과 역사적 깊이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심 속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며, 성곽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는 데에는 대략 1시간에서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3월~10월)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이며, 동절기(11월~2월)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개인 기준 성인 2000원, 청소년 및 군인 1000원, 어린이 600원이며, 진주시민은 신분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성곽 안의 국립진주박물관은 별도의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