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8m, 아파트 6층 높이 '국내 최대' 석불…국보를 품은 고려시대 '무료' 사찰

충청남도 논산시 반야산 기슭에 자리한 관촉사는 고요한 사찰의 분위기와 거대한 석불의 존재감이 공존하는 장소다. 들판이 넓게 펼쳐진 논산의 지형 덕분에 사찰로 향하는 길목에서도 멀리 산자락에 선 석불의 형체가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장식이나 도심의 소음 대신 낮게 스치는 바람 소리와 산사의 종소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은 논산 8경 중 제1경으로 꼽힐 만큼 경관이 뛰어나며, 오랜 세월 지역 주민들에게 마음을 가다듬는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 / 국가유산청-공공누리

관촉사는 고려 광종 19년인 968년에 승려 혜명이 창건했다. 사찰 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단연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석조미륵보살입상이다. 국보 제323호인 이 불상은 높이가 18m에 달하며,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미륵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거대한 몸체에 비해 얼굴과 관이 유난히 강조된 독특한 조형미는 고려 초기 충청도 지방에서 유행했던 불교 미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불상의 인자하면서도 위엄 있는 표정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차분한 인상을 남긴다. 거대한 돌을 쌓아 올린 투박한 공법에도 얼굴에 서린 온화한 표정이 보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점도 특징이다.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 / 국가유산청-공공누리

석불 앞마당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등과 석탑이 배치돼 조화를 이룬다. 석등의 정교한 조각과 단단한 질감은 고려시대 석공들의 기술력을 짐작하게 한다. 사찰 입구 쪽에 위치한 석문은 충청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는데, 일반적인 사찰의 일주문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어 건축사적으로도 눈길을 끈다. 좁은 바윗길을 지나 사찰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석문은 속세와 성역을 가르는 경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석조비로자나불입상과 같은 유형문화유산도 사찰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역사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불경을 넣어두는 윤장대를 돌리며 소망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도 관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관촉사 석탑 / 한국관광공사(촬영 : 노희완)

법당 앞마당에서 내려다보는 논산평야의 전경은 관촉사가 가진 큰 매력 중 하나다. 가로막는 건물 없이 펼쳐진 들녘은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입는다. 모내기를 마친 봄의 연둣빛이나 수확을 앞둔 가을의 황금빛은 보는 이의 마음에 여유를 더한다. 실제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석불의 크기 못지않게 그 뒤로 펼쳐진 탁 트인 조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사찰로 이어지는 관촉로 주변은 봄이면 벚꽃이 만개해 꽃길을 이룬다. 벚꽃이 흩날리는 시기에 맞춰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으며,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가벼운 산책로로 인기가 높다.

관촉사를 둘러본 뒤에는 인근의 다른 명소를 연계해 방문하기에도 좋다. 근대 역사를 배경으로 한 테마파크인 논산 선샤인랜드는 다양한 전시와 체험 공간을 갖추고 있어 전 세대가 찾는다. 또 탑정호 출렁다리는 호수 위를 걸으며 탁 트인 수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 관촉사와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특히 저녁이 되면 탑정호 주변에 조명이 켜져 야간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관촉사와 탑정호를 잇는 동선은 논산의 자연과 역사를 함께 살펴보기 좋은 코스다.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 / 한국관광공사(촬영 : 노희완)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도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논산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딸기 생산지로, 제철인 겨울부터 봄 사이에는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한 딸기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육질이 단단하고 과즙이 풍부한 논산 딸기는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연산 지역의 대추 역시 품질이 좋아 선물용으로 선호도가 높으며, 대추를 넣은 따뜻한 차 한 잔은 산사 방문 후 몸을 녹이기에도 좋다. 강경읍으로 이동하면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강경 젓갈을 만날 수 있다. 짭조름한 젓갈과 갓 지은 논산 쌀밥이 어우러진 식사는 논산의 풍요로운 맛을 느끼게 한다. 젓갈 정식은 논산을 찾는 이들이 많이 찾는 음식 가운데 하나로, 한상 가득 차려지는 상차림도 여행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관촉사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방문객들은 시간에 맞춰 사찰의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현재 관람료는 전면 무료로, 누구나 부담 없이 고려시대 불교 예술과 논산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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