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아니었다...외국인 몰린 뜻밖의 ‘서울 이 지역’, 최대 22% 폭등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동선이 달라지고 있다. 한동안 방한 관광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명동, 성수, 홍대 같은 쇼핑·먹거리 중심 코스를 넘어 이제는 도심 속 산으로 향하는 발길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서울 지하철역에서 내려 곧바로 산행에 나설 수 있는 ‘도시 등산’이 새로운 여행 코스로 자리 잡으면서,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K-등산’이 하나의 체험형 콘텐츠로 확산하고 있다. 쇼핑백 대신 등산 스틱을 들고, 백화점 대신 정상 풍경을 찍는 여행 방식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외국인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걷고 있다 / 뉴스1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도봉산역, 수락산역, 아차산역, 경복궁역, 양재역, 서울대입구역 등 등산 거점 역할을 하는 6개 지하철역의 주말 하루 이용객은 27만 62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11.5%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아차산역은 2만 7566명에서 3만 3600명으로 21.9% 급증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도봉산역은 16.6%, 경복궁역은 12.8%, 수락산역은 12.7% 증가했다. 단순한 유동 인구 변화가 아니라, 서울 산행이 실제 관광 코스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체험 방식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유명 관광지와 맛집, 쇼핑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현지인의 일상을 직접 경험해 보는 여행 수요가 더 강해지고 있다. 서울 시민들에게 익숙한 등산이 외국인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한국 문화 체험으로 읽히는 것이다. 정상에서 서울 도심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하산 후 김밥이나 라면, 막걸리를 즐기는 코스가 하나의 ‘서울식 여행법’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린다.

외국인 몰린 곳, 명동이 아니라 ‘서울의 산’이었다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서울 여행 코스 중 하나는 이른바 ‘K-등산’이다. 서울은 도시 한복판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산을 오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도심과 산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외국인 입장에서는 짧은 일정 안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아차산, 도봉산, 관악산, 북한산 같은 산들은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서울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관광 만족도가 높다. 아차산역 이용객이 20% 넘게 늘어난 것은 이 같은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예전 같으면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곳으로 명동이나 홍대, 성수를 먼저 떠올렸겠지만, 최근엔 ‘지하철 타고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서울의 산’이 의외의 인기 지역으로 떠오른 셈이다.

왜 외국인들이 빠졌나...쇼핑 대신 체험형 관광이 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최근 관광 트렌드 재편과 연결해 본다. 과거 방한 관광이 쇼핑과 음식 중심의 ‘소비형 관광’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현지의 일상과 문화를 몸으로 경험하는 ‘체험형 관광’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등산은 바로 그 흐름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콘텐츠다. 현지인이 실제로 즐기는 여가를 따라 해볼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으며, 짧은 시간 안에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소셜미디어 확산도 큰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에는 ‘#seoulhiking’, ‘#koreahiking’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꾸준히 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정상에서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기거나, 산행 후 김밥과 막걸리를 즐기는 장면을 공유하면서 ‘서울에 가면 한 번쯤 등산해 봐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최근 한국의 도심 하이킹 문화를 조명하며, 한국 여행의 할 일 목록이 길거리 음식과 쇼핑에서 정상 라면과 하산 후 막걸리로 확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가도 반응했다...등산이 관광 소비로 이어지는 이유

등산 열풍은 단순한 이동량 증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비 패턴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스포츠·아웃도어 카테고리의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120%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등산을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받아들이면서 관련 장비, 의류, 액세서리 구매까지 늘어난 것이다. 등산이 더 이상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여행 중 소비를 동반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등산관광센터의 역할도 적지 않다. 북한산, 관악산 등 주요 산 초입에 위치한 센터에서는 다국어 안내와 함께 등산화, 등산복, 스틱 등을 대여해 준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큰 준비 없이도 산행에 나설 수 있어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다. 해외 일부 국가처럼 차량 이동이 필수이거나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하는 산행과 달리, 서울은 반나절 일정만으로도 충분히 등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크다.

서울 북한산 국립공원 / 뉴스1

외국인만의 유행 아니다...젊은 세대도 함께 오르고 있다

등산 열풍은 외국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엔 20~30대를 중심으로 등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중장년층의 취미로 여겨졌던 산행이 이제는 ‘건강하고 힙한 라이프스타일’로 소비되는 분위기다. 관악산에 젊은 층이 몰리며 이른바 ‘관악산 오픈런’ 현상까지 화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2026 등산 경험 및 등산 문화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등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6.9%에 달했다. 응답자의 58.8%는 최근 등산 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했고, 과거보다 산을 찾는 젊은 층이 많아진 것 같다는 답변도 51.2%였다. 20대와 30대 응답자 가운데 등산 인기 이유로 소셜미디어 확산을 꼽은 비율은 각각 40.5%, 39.0%로 나타났다. 풍경을 즐기고 사진을 찍으며, 운동과 휴식, 소셜 활동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등산을 새로운 여가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열풍일수록 기본이 중요...등산 안전 수칙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외국인도 반한 서울 북한산. 자료 사진 / 뉴스1

등산 인기가 커질수록 안전 수칙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나 초보 등산객의 경우 서울 산이 도심과 가깝다고 해서 쉽게 보면 안 된다. 산행 전에는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고, 일몰 전 하산이 가능하도록 시간을 미리 계산하는 것이 기본이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물과 간단한 간식, 얇은 겉옷,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정도는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다.

또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지 말고, 비나 안개가 심한 날에는 무리해서 산행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혼자 오를 경우에는 출발 전 가족이나 지인에게 코스를 알려두는 편이 좋고,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즉시 하산해야 한다. 정상 인증 사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사히 돌아오는 일이다.

서울의 산이 외국인에게는 새로운 여행지가,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취미가 되고 있지만, 그 열풍이 오래 이어지기 위해선 안전한 산행 문화가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 결국 지금 외국인들이 몰리는 뜻밖의 서울 명소는 쇼핑거리가 아니라 산이고, 그 인기는 숫자로도 증명되고 있다. 다만 진짜 좋은 여행은 많이 보는 것보다 안전하게 즐기는 데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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