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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녹음이 우거진 산자락, 인간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은밀한 숲의 심부에서 설산의 정령을 연상케 하는 순백의 생명체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전설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신비로운 자태로 영물이라 불리던 흰담비가 단독 생활을 하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암수 한 쌍이 터를 잡고 대를 이어가고 있다는 경이로운 사실이 확인돼 생태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튜브 채널 ‘새덕후 Korean Birder’는 포유류 전문가이자 자칭 ‘담비 파파라치’인 이상규 씨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기록한 무인 센서 카메라의 생생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영상의 백미는 지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흰담비의 정체를 더욱 깊이 있게 파헤치고, 그들이 영위하는 삶의 궤적을 1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추적해냈다는 점이다.
정밀한 관찰 결과, 이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흰담비는 한 마리가 아닌 각기 다른 성별을 가진 두 마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영상 속에서 당당한 풍채를 자랑했던 개체는 신체적 특징이 뚜렷한 수컷이었으며 이번에 새롭게 포착된 개체는 암컷으로 확인됐다. 특히 암컷 흰담비는 지난봄 세 마리의 새끼를 품에 안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성애를 보여줘 보는 이들에게 벅찬 감동을 안겼다.
다만 어미의 눈부신 백색 털과는 대조적으로, 새끼들은 모두 담비 본연의 갈색빛 털을 입고 태어났다. 이는 흰색 털이라는 희귀한 형질이 유전적으로 반드시 대물림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생태적 실증이다.


암컷 흰담비의 일상은 한순간도 쉴 틈 없이 긴박하게 흘러갔다. 주변을 경계하며 미어캣처럼 몸을 세워 살피는 ‘망보기’ 자세는 새끼들을 지키기 위한 어미의 처절한 본능이었다. 새끼들이 장난을 치며 성장해 독립의 길을 떠난 뒤에도, 어미는 곧바로 다음 세대를 잇기 위해 다시 임신을 준비하는 등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했다. 한편, 영역을 공유하던 수컷 흰담비는 최근 들어 해당 지역에서 포착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이들의 관계와 영역 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전문가 이상규 씨는 무인 카메라의 렌즈를 칫솔로 닦아내며 묵묵히 이들의 삶을 기록하는 숭고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우리가 무심코 바라보는 산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수많은 생명체가 구르고 넘어지며 삶을 일구는 치열한 터전"이라며 기록의 가치를 강조했다. 현재 ‘새덕후’ 채널은 정체가 확인된 암수 흰담비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시청자들의 지혜를 모으는 이름 공모를 진행 중이며, 이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써 내려갈 다음 장을 고대하고 있다.
한반도의 깊은 산림 속에서 호랑이와 표범의 빈자리를 대신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동물이 바로 담비다. 노란 목 부분이 특징인 ‘노란목도리담비’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받는 귀한 존재다. 이들은 몸집은 작지만 영리하고 대담해, 자기보다 훨씬 큰 고라니나 멧돼지를 무리 지어 사냥하며 숲의 질서를 유지한다.
이런 담비 무리 중에서도 온몸이 눈처럼 하얀 ‘흰담비’의 등장은 그 자체로 생태계의 기적이라 불릴 만하다. 흔히 알비노라 불리는 백색증은 유전적으로 열성 형질에 해당한다. 만약 흰색 털을 만드는 유전자가 우성이었다면 온 산이 흰담비로 가득 찼겠지만 자연은 종의 균형을 위해 변이를 소수로 유지한다. 특히 영상에서 확인됐듯 흰색 어미에게서 갈색 새끼가 태어난 것은 부계(수컷)로부터 일반적인 털색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흰담비라는 형질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쉽게 전이되지 않는, 문자 그대로 ‘0.01%의 우연’이 겹쳐야만 탄생하는 존재임을 증명한다.
특히 이번 영상이 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이유는 흰담비의 유전적 특성을 생생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흰색 어미가 낳은 새끼들이 모두 일반적인 털색을 띠고 태어난 장면은 백색증 형질이 유전적으로 얼마나 희귀하고 복잡하게 작용하는지를 증명한다. 숲의 청소부이자 조절자인 담비, 그중에서도 선택받은 소수만이 입는다는 흰색 옷의 비밀은 여전히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흰담비의 자태는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는 야생의 혹독한 생존 게임이 숨어 있다. 보통의 노란목도리담비가 녹색 잎이나 갈색 흙 사이에서 몸을 숨기기 좋은 보호색을 가진 것과 달리 흰담비는 숲 어디서든 눈에 띄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태어난다. 포식자에게는 표적이 되기 쉽고, 사냥감에게는 자신의 접근을 미리 알리는 꼴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흰담비가 성체로 자라나 새끼까지 길러냈다는 것은 일반적인 담비보다 훨씬 뛰어난 사냥 기술과 위기감지 능력을 갖췄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유전적 결함을 개체 특유의 민첩함과 영리함으로 극복해낸 야생의 승리다.

암컷 흰담비의 행동 패턴 역시 일반 개체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돈다. 새끼들이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칠 때 어미는 쉬지 않고 몸을 곧추세워 주변을 살피는 ‘경계 모드’를 유지한다. 이는 자신의 눈에 띄는 색깔이 새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흰담비가 무리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수컷과 영역을 공유하거나 새끼를 독립시킨 후 곧바로 다음 번식을 준비하는 활발한 생체 주기를 보이는 것에 주목한다. 이는 변이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서식지의 먹이 사슬 상층부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담비는 숲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종’이다. 넓은 활동 범위를 가진 담비가 특정 지역에 정착해 흰색 변이 개체까지 안정적으로 대를 잇고 있다는 사실은, 해당 산림이 충분한 먹이 자원과 은신처를 갖춘 건강한 생태적 요람임을 뜻한다.
담비는 말벌과 같은 유해 곤충을 잡아먹고 고라니의 개체수를 조절하며 씨앗을 퍼뜨리는 정원사 역할까지 수행하며 숲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태어난 흰담비는 단순한 돌연변이가 아니라 우리 생태계가 가진 유전적 다양성과 회복력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상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비로운 생명의 기록 뒤에는 인간의 배려가 필수적이다. 담비는 서식지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들개나 인위적인 산림 훼손은 이들의 생존을 단숨에 위협할 수 있다. 흰담비가 보여준 순백의 경이로움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들이 사람의 눈을 피하지 않고도 마음껏 산하를 누빌 수 있는 온전한 야생의 공간이 보존돼야 한다. 무인 카메라에 찍힌 흰담비의 모습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가 이 경이로운 생명체들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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