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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집 정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5060세대가 있다. 물건은 넘치는데 삶은 오히려 더 무겁고, 집은 있는데 쉬어지지 않는다. 그 출발점은 대부분 같은 곳에 있다. 버려야 할 것을 아직도 붙들고 있다는 것이다.

약 13년째 공간 정리 컨설팅을 해온 이은영 대표는 "주거 공간은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다. 물건을 보관하는 곳은 창고다"라고 강조한다. 60대가 되기 전, 이제는 그 창고 같은 집을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을 짚어보자.
나이가 들면 피부 톤이 바뀐다. 20~30대에 어울리던 선명한 레드 립스틱이 50대 이후에는 오히려 얼굴을 더 칙칙해 보이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화장품은 버리기 가장 어려운 물건 중 하나다. '언젠가 쓰겠지', '아직 많이 남았는데'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는다. 실제로 집 정리할 때 흔히 마주치는 장면이 바로 5년 이상 된 립스틱, 샘플로 받아 한 번도 뜯지 않은 크림, 유행이 지난 아이섀도 팔레트이다.
화장품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개봉 후 사용 기한을 넘긴 제품은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 색조 화장품의 경우 개봉 후 12~24개월이 권장 사용 기한이고, 마스카라는 3개월이면 교체해야 한다는 게 피부과 전문의들의 일반적인 권고다. 그런데 5년 전 산 립스틱을 아직도 화장대 서랍에 넣어둔다면, 그건 보관이 아니라 방치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쓰는가'의 문제다. 5060세대는 색조 화장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시기다. 외출 빈도나 목적이 달라지고, 피부 관리의 방향 자체가 달라진다. 화려한 컬러 제품보다 보습과 자외선 차단에 집중하는 것이 이 시기 피부 건강에 훨씬 합리적이다. 지금 나에게 맞지 않는 화장품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실제로 매일 쓰는 기초 제품 중심으로 화장대를 재편하는 것이 시작이다. 화장대가 단출해지면, 아침 루틴도 빨라지고 하루의 에너지 낭비도 줄어든다.

하이힐 등 지금은 신지 못하면서 버리지 못하고 신발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특히 하이힐은 발뿐 아니라 무릎과 허리에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 50대 이후 근골격계가 조금씩 변화하는 시기에, 굽이 높은 신발은 낙상 위험까지 높인다. 신지 않는 하이힐을 보관하는 것은 추억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쌓아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신발장은 구조상 공간 효율이 낮다. 칸마다 신발이 빽빽이 들어차 있으면, 매일 신는 신발을 꺼내는 것조차 번거로워진다. 그 번거로움이 쌓이면 동선이 꼬이고, 외출 준비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이 대표는 현관과 가장 가까운 공간에는 매일 들고나가는 물건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산꽂이 옆 공간 등 주변을 활용해 마스크, 일회용 물휴지, 손소독제처럼 외출 시 매일 필요한 소품을 넣어두면, 나가는 순간의 동선이 단번에 정리된다.
지금 신발장을 열어보자. 1년 동안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신발이 몇 켤레나 있는가. 그것이 버려야 할 숫자다.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젊은 세대에게 나눔하거나,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것은 공간 정리인 동시에 좋은 쓰임을 이어주는 일이다.

자녀가 독립하면서 "버리지 마, 나중에 가져갈게"라고 한 말을 믿고 몇 년째 방 한 칸을 창고처럼 내어주고 있는 부모가 많다. 그 방은 자녀의 대학 시절 교재,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옷, 오래된 게임기, 여러 이사를 거치며 따라온 잡동사니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 방은 결코 다시 깨끗해지지 않는다. 자녀는 바쁘다는 이유로, 멀다는 이유로, 짐이 많다는 이유로 가져가지 않는다.
단호한 입장으로 자녀들에게 가져가지 않으면 버리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사실 자녀도 방치한 물건이라면 그 짐은 필요 없는 물건이다.
빈 방이 생기면, 그 공간을 부부 각자의 취미와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재편할 수 있다. 은퇴 후 배우자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각자의 공간이 있고 없고는 부부 관계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함께 쓰는 거실은 공유하되, 각자가 쉬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갖는 것이 이 시기 부부에게 훨씬 건강한 구조다.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가 자녀의 짐을 돌려보내는 것이 될 수 있겠다.

결혼할 때 부모님이 직접 골라 해준 이불, 30년 된 그릇 세트, 선물 받은 뒤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커피잔. 이런 물건들은 버리기 가장 감정적으로 어려운 종류에 속한다. 부모님의 마음이 담긴 물건이라는 생각, 혹은 비싸게 주고 산 것이라는 미련이 손을 잡아당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제시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What, Who, When. 어떤 물건인지, 누가 쓰는지, 언제 쓰는지" 이 세 가지 기준이다. 이를 두고 생각했을 때 구체적인 장면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건 필요 없는 물건이다. 아무리 비싸게 주고 샀어도,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 준 선물이어도,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물건은 집 안의 에너지를 잡아먹는 짐이다.
대신 물건이 아니라 기억을 남기는 방법이 있다. 사진이다.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옷, 돌아가신 아버지의 양복, 아이들이 어릴 때 입던 신발. 이것들이 사진에 남아 있다면 물건 자체를 붙들 필요는 없다. 무겁고 큰 앨범은 한 손에 잡히는 미니 앨범으로 정리하면 언제든 쉽게 꺼내볼 수 있고, 그것으로 충분히 그 시절의 감정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리를 '버리는 행위'로 이해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결국 실패로 끝나기 쉽다. 버리고 나면 또 사 오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간다. 진짜 정리는 '남길 것을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언제, 어떻게 쓸 것인지가 선명하게 그려지는 물건만 남기면, 나머지는 저절로 자리를 잃는다.
물건이 제자리를 찾으면 동선이 단순해진다. 동선이 단순해지면 하루에 세 시간 걸리던 일이 한 시간이면 끝날 정도로 효율성을 찾는다.
버릴 것을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남길 것을 선택하는 것. 그 작은 관점의 전환이 집을 창고에서 삶의 공간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겠다.

집을 정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정리정돈과 건강의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직접적이다.
우리 뇌는 눈에 보이는 어수선함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치우지 못한 물건 더미, 찾지 못한 리모컨 등 이것들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로 인식하고 에너지를 계속 소모한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수백 개 열려 있으면 처리 속도가 느려지듯, 정리되지 않은 공간에서는 뇌도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그 결과가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이유 없는 짜증이다. 집에서 쉬었는데 피곤한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정리된 공간은 삶의 활력을 만든다. 집에 들어왔을 때 깨끗하고 정돈된 공간이 반긴다면, 그 자체로 기분이 달라진다.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느끼는 그 안도감과 편안함. 그게 쌓이면 집이 진짜 쉬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노년기를 앞두고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먼저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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