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지 주는 한강 잠 퍼자기 대회...이렇게 몰아자도 괜찮을까?

봄볕이 내리쬐는 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수백 명의 시민이 돗자리와 베개를 지참한 채 나란히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든 것이다.

서울시가 주최한 제1회 한강 잠 퍼자기 대회가 열린 이곳은 일상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휴식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잠은 곧 생산성의 적이라는 편견에 맞서, 오히려 잘 자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는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대회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편안한 옷차림으로 지정된 구역에 자리를 잡았다. 대회 규칙은 간단하면서도 엄격했다. 정해진 시간 동안 가장 안정적인 수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심박수 측정기를 착용한 참가자들은 수면 중 심박동의 변화가 가장 적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단순히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뇌와 몸이 깊은 휴식 단계에 진입했는지를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대회 도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행위, 혹은 코를 너무 크게 골아 주변의 수면을 방해하는 행위는 감점 대상이 되었다.

이번 대회에는 20대 대학생부터 은퇴한 노년층, 평소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 한 참가자는 평소 업무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려왔는데, 탁 트인 한강에서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잠을 잘 수 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승자에게는 소정의 상금과 함께 수면 건강 기능성 제품들이 부상으로 수여되었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등수보다는 도심 속에서 허락된 합법적인 낮잠 시간 그 자체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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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잠 퍼자기 대회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이벤트를 넘어 현대인의 수면 부족 실태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많은 이들이 평일의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주말에 몰아 자는 방식을 택하곤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면 습관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사 후반부에서는 주말에 잠을 몰아 자는 이른바 보충 수면이 건강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잠을 몰아 자는 행위는 의학계에서 사회적 시차증이라는 용어로 설명되기도 한다. 평일과 주말의 수면 패턴 차이가 마치 시차가 있는 외국을 여행할 때 느끼는 피로감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주말에 평소보다 3~4시간 이상 더 자는 습관은 단기적으로는 피로가 해소되는 기분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뒤흔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은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한 생체 시계다. 우리 몸은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깨는 리듬을 통해 호르몬 분비와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주말에 잠을 몰아 자게 되면 일요일 밤에 제시간에 잠들기 어려워지고, 이는 월요일 아침의 극심한 피로감인 월요병으로 이어진다. 악순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불규칙한 수면 패턴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몸이 깨어 있어야 할 시간에 자고 있고, 자야 할 시간에 깨어 있게 되면서 혈당 조절 메커니즘이 고장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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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불규칙한 수면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깨뜨려 심박수와 혈압의 변동성을 키운다. 보충 수면이 심장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는 일부 연구도 있으나, 이는 평소 수면 부족이 심각한 이들에게 해당하는 일시적 효과일 뿐이다. 매주 반복되는 몰아 자기 습관은 혈관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고혈압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야에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야식을 섭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비만과 고지혈증으로 이어져 혈관 건강을 더욱 악화시킨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잠을 몰아 자고 일어난 뒤 느껴지는 멍한 상태를 수면 관성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긴 수면은 뇌를 완전히 깨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만들며, 이는 집중력 저하와 인지 능력 감소를 유발한다. 또한 생체 리듬의 불일치는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 부위의 활성도를 떨어뜨려 우울감이나 불안 증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주말 수면 편차가 큰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낮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통계적 근거가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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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평일의 부족한 잠을 어떻게 보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전문가들은 주말에도 평소 기상 시간에서 1~2시간 이상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부족한 잠은 늦잠보다는 낮잠으로 보충하는 것이 생체 리듬을 깨뜨리지 않는 방법이다. 오후 2시 이전, 20~30분 내외의 짧은 낮잠은 뇌에 활력을 불어넣고 피로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만약 주말에 반드시 더 자야 한다면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이 신체 리듬 유지에 훨씬 유리하다.

한강에서 열린 잠 퍼자기 대회는 우리에게 잠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소중한 기회였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특정 날에 몰아서 자는 이벤트성 수면이 아니라, 매일 규칙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수면의 일상화다. 잠은 저축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매일 소모되고 충전되어야 하는 생명 활동의 핵심이다. 오늘 한강 둔치에 누워 평온한 표정을 짓던 시민들의 모습이 일시적인 풍경에 그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 전반에 수면의 질을 보장하려는 문화적,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잘 자는 것이 곧 잘 사는 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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