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앵커가 성공한 사람들에게 '절대 배우고 싶지 않다고' 밝힌 1가지

대한민국 대표 앵커로 20년 넘게 활동해온 김주하 앵커가 구독자 약 103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책과삶'에 출연해 뜻밖의 고백을 했다. 현장에서 수많은 성공한 사람을 만나온 그는 이들에게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를 배운 한 가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주하 앵커 자료사진. / 뉴스1

새벽 2시에 시작된 하루, 20년을 버텨온 앵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앵커 자리를 지켜온 얼굴 중 하나인 김주하 앵커가 지난 2월 유튜브 채널 '책과삶'에 출연해 20년 방송 인생을 돌아봤다. 그는 스스로를 "최고가 아닌, 그저 원하는 걸 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아침 뉴스를 맡던 시절, 그의 하루는 새벽 2시에 시작됐다. 6시 생방송을 맞추려면 분장 시간을 역산해야 했다. 새벽 2시 기상, 2시 반 집 출발, 3시 분장 시작, 4시 출근. 그렇게 주 6일 근무였고, 아침 방송을 마쳐도 퇴근은 한참 뒤였다. 사실상 전날 출근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상이 수년간 이어졌다.

생방송 현장은 언제든 변수가 튀어나오는 공간이었다. 준비된 멘트만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그는 "앵커는 언제든지 새로운 소식을 반영할 수 있게끔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항상 긴장이 필요하다"라고 회상했다. 김 앵커는 그런 긴장을 20년 넘게 유지했다. 방송 중 급체가 와도 대체 앵커가 구해질 때까지 카메라 앞을 지켰다. 몸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것은 책임감이었다.

카메라 밖의 삶은 더 혹독했다. 경력 내내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탓에 실수할 때마다 여성 전체를 대표해서 실수하는 느낌을 혼자 감당했다. 이에 대해 김 앵커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닌데. 그 짐을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 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앵커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 위해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갑니다'라는 책을 펴냈다고 전했다.

김주하 앵커가 지난 2월 유튜브 '책과삶'에 출연했다. / 유튜브 '책과삶'

"말은 유창한데, 핵심은 끝내 답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과 인터뷰했던 김주하 앵커는 이들에게서 결코 닮고 싶지 않은 한 가지를 꼽기도 했다. 그가 지목한 반면교사는 다름 아닌 정치인들이었다. 앵커로서 현장 인터뷰를 오래 해온 그는 수많은 권력자들을 마주했고, 그 경험에서 얻은 결론은 하나였다. 진실성 없이 답을 회피하는 것만큼은 배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김 앵커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너무 답답한 거다. 나 같으면 저렇게 얘기 안 할 텐데. 왜 저렇게 미꾸라지처럼"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핵심은 말의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말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말을 잘한다. 그런데 정말로 묻고 싶은 내용엔 답을 안 하는 거다"라고 회상했다. 회피의 방식이 어떠냐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피해 간다는 점은 같다는 것이다. 그렇게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하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앵커는 "솔직한 게 제일 낫다고 다들 인정하는데,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그 순간을 빠져나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채널 진행자 김재원 아나운서는 이에 대해 "이건 일상 대화에서도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면서 "오히려 솔직함으로 승부하는 게 상대의 마음을 사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라고 정리했다.

솔직함과 진실성이 삶에 필요한 이유

김주하 앵커가 지적한 '회피'의 문제는 비단 정치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직장에서, 관계에서, 일상의 대화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순간마다 같은 선택 앞에 선다. 불편한 진실을 꺼낼 것인가, 아니면 그 순간을 무사히 넘길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회피가 편하다.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불리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이 반복될수록 신뢰는 조금씩 닳는다. 말은 유창한데 핵심을 끝내 답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결국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된다. 소통의 통로가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닫혀 있는 상태다.

반대로 솔직함은 단기적으로 불편하다. 인정하기 싫은 사실을 꺼내야 하고, 상대의 반응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한 번 통과하고 나면 관계의 밀도가 달라진다. 상대는 이 사람이 나에게 진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신뢰가 쌓이면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가 가능해진다.

사람은 완벽한 상대보다 실수를 인정하는 상대에게 더 큰 신뢰를 느낀다.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행동이 오히려 상대에게 인간적인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반면 방어적인 태도나 교묘한 말 돌리기는 상대로 하여금 경계심을 높인다. 당장 그 자리를 모면하더라도, 다음번 대화에서 상대는 이미 한발 물러선 채로 시작한다.

직장 내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수를 했을 때 변명으로 덮으려는 사람과 잘못을 인정하고 어떻게 수습할지를 먼저 말하는 사람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시간이 갈수록 극명하게 갈린다. 단기적으로는 변명이 상황을 모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패턴이 쌓이면 결국 그 사람의 말 자체가 신뢰를 잃는다. 반면 불편하더라도 사실을 먼저 꺼내는 사람은 틀렸을 때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회피는 기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그 사람의 인상이 된다. 정치인들이 답을 피하는 요령을 갈고닦는 동안, 대중은 그들의 말을 처음부터 걸러 듣기 시작한다. 신뢰를 잃은 언어는 아무리 유창해도 힘을 갖지 못한다. 김 앵커가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한 그 한 가지가 단순한 직업적 교훈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로 생성된 자료사진. / 위키트리

솔직함은 용기의 문제다

솔직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실천이 어려운 건, 솔직함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정면을 택하는 것, 궁지에 몰렸을 때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대신 그 자리에서 진실을 꺼내는 것. 그것이 당장은 손해처럼 보여도 긴 시간 위에서는 가장 단단한 선택이 된다.

용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연습으로 만들어진다. 작은 순간부터 시작하면 된다.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 실수했을 때 변명 대신 사실을 먼저 꺼내는 것, 불편한 피드백을 돌려 말하지 않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직접 전하는 것. 이런 선택들이 쌓일 때 솔직함은 성격이 아닌 습관이 된다. 그리고 습관이 된 솔직함은 더 이상 용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의 방식이 된다.

물론 솔직함이 모든 것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 타이밍, 표현 방식, 상대에 대한 배려는 솔직함을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그 고민이 핵심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과 말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소통을 더 낫게 만들지만, 후자는 소통 자체를 무력화한다.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말을 끝까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 드문 자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솔직함이다. 신뢰가 쌓인 말만이 오래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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