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0원인데 알차다... 서울서 90분, 1300년 역사 품은 '홍천' 사찰

강원도 홍천의 깊은 골짜기 끝에는 소음조차 범접하지 못하는 정적의 공간이 숨겨져 있다. 맑은 계곡물이 기암괴석을 적시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며 방문객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곳은 어디일까?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초여름의 싱그러움이 극치에 달하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한다.

홍천 수타사 산소길.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천년 세월을 지켜온 역사

홍천 수타사.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홍천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인 서기 708년,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창건 당시의 이름은 우적산 일월사였으나, 조선 세조 3년에 현재의 위치로 자리를 옮겨 지으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수타(壽陀)'라는 명칭은 무량수불의 무한한 수명을 상징하며, 중생의 안녕과 장수를 기원하는 깊은 불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전란의 화마로 사찰의 모든 건물이 소실됐으나, 인조 14년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중건 작업을 통해 지금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대웅전과 범종각 등이 차례로 완공되면서 영서 지방을 대표하는 명찰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수타사의 독특한 건축적 가치

수타사 대웅전은 화려한 단청과 견고한 구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강원도 유형문화재다. 내부에는 숙종 때 조성된 소조삼존불상이 안치돼 있어 조선 후기 불교 조각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지붕의 곡선미와 기둥의 배치다.

산세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민흘림기둥은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낸다. 민흘림기둥은 기둥의 머리 부분(윗부분) 지름보다 뿌리 부분(아랫부분)의 지름을 더 굵게 만드는 방식이다. 즉,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아주 미세하게 가늘어지는 사다리꼴 형태를 띠게 된다.

이로써 지붕의 무게감을 덜어주고, 건물이 전체적으로 아래쪽으로 묵직하게 가라앉아 보여 시각적 안정감을 선사한다. 만약 기둥을 완벽한 수직 원통형으로 만들면 위쪽이 더 넓어 보이는 착시가 발생해 건물이 불안해 보일 수 있다.

수타사의 역사적 가치는 보물 제745호로 지정된 월인석보에 있다. 월인석보는 세종대왕이 수양대군에게 명해 먼저 세상을 떠난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간행한 불교 서적으로 알려졌다. 훈민정음 창제 초기의 국어학적 가치가 매우 높아 역사학계에서도 높게 평가 받는다.

초여름의 생명력이 넘치는 수타사

수타사 계곡.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6월의 수타사는 초록의 채도가 가장 선명하게 올라오는 시기다. 사찰 입구에 조성된 연못인 수타사 산소길 주변에는 연꽃들이 본격적인 개화를 준비하며 장관을 이룬다. 특히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킬 만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사를 병풍처럼 둘러싼 공작산은 공작이 날개를 펼친 형상을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초여름 햇살이 비추면 숲길 전체가 연둣빛 터널로 변신한다. 또 이맘때면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곳곳에 만개해 산책의 즐거움을 더한다.

수타사 산소길 '산책 코스'

산소길은 사찰을 감싸고 흐르는 덕치천을 따라 조성됐다. 평탄한 흙길과 나무 데크가 적절히 섞여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산소길의 총 길이는 약 3.8km이며, 한 바퀴를 도는 데 보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길 중간중간 마련된 벤치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또 산책길을 걷다 보면 귕소를 마주할 수 있다. 궝소는 수천 년 동안 흐르는 물이 암반을 깎아 만든 천연 항아리 모양의 소(沼)다. 통나무를 파서 만든 여물통을 닮았다 해 이름 붙여졌다.

수타사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에 위치한 수타사는 접근성이 좋아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자차로 방문할 경우, 서울 동부권을 기준으로 약 1시간 30분~2시간 소요된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출발해 동홍천 IC로 진출하면 수타사 방향으로 약 15분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수타사 주차장' 또는 '수타사 생태숲'을 검색한 뒤 출발하면 된다. 사찰 입구에 넓은 공영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 고속터미널(경부)에서 홍천 터미널까지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홍천에는 기차역이 없으므로 인근 춘천역이나 남춘천역에서 내려 홍천행 시외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자연의 신비가 깃든 연계 명소: 공작산 생태숲

공작산 생태숲. / 홍천군 공식 블로그, AI

공작산 생태숲은 수타사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자생식물원과 습지 생태원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돼 강원도의 풍성한 식생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어 아이 동반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이곳은 숲 해설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어 나무와 꽃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다. 특히 초여름에는 울창한 소나무 군락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 함량이 극대화된다.

홍천의 정신을 담은 휴식처: 무궁화 수목원

무궁화 수목원. / 홍천군 공식 블로그, AI

사찰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무궁화 수목원은 홍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꼽힌다. 이곳은 독립운동가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 보급 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됐다. 국내외 수많은 품종의 무궁화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여름이 시작되면서 피어나는 무궁화의 단아한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목원 내부에는 쾌적한 산책로와 전망대, 온실 등 볼거리가 풍부하게 마련돼 있다. 계절마다 각기 다른 꽃들이 정원을 가득 메우지만, 초여름의 무궁화 수목원은 짙은 녹음과 꽃의 조화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평가받는다.

수목원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산사의 여운을 잇는 홍천의 맛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수타사 산소길 트레킹 뒤에 즐기는 현지 음식은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수타사 인근과 홍천 읍내에는 건강한 식재료로 정갈한 상을 차려내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가장 먼저 산채비빔밥과 더덕구이를 추천한다. 수타사 입구에 위치한 식당가에서는 공작산에서 채취한 신선한 산나물을 주재료로 한 건강식을 선보인다. 고사리, 취나물, 도라지 등 각양각색의 나물에 고소한 들기름을 쳐서 비벼 먹는 비빔밥은 입안 가득 숲의 향기를 전한다. 특히 매콤달콤한 양념을 발라 석쇠에 구워낸 더덕구이는 아삭한 식감과 쌉싸름한 향이 일품이다.

홍천의 대표 별미인 메밀 막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강원도는 예로부터 메밀의 본고장으로 유명한데, 홍천의 막국수는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메밀 함량이 높아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 시원한 동치미 육수를 붓고, 설탕과 식초, 겨자를 취향껏 곁들여 먹는다.

여기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부쳐낸 메밀전병이나 감자전을 곁들이면 최고의 조합을 이룬다. 감자전은 강원도산 감자를 즉석에서 갈아 부쳐내 쫀득한 식감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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