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안타깝다…5060이 가족들에게 차마 하기 힘든 말 1위

살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하기 어려운 말이 있다. 평생을 함께했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한마디가 목 끝에서 맴돌다 사라진다. 50대와 60대에게도 그런 말이 있다. 한 기업의 조사 결과 그 말은 바로 "나 요즘 힘들어"였다.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직장인 10명 중 7명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행복한 가정"

최근 유진그룹이 가정의 달을 맞아 유진기업, 유진투자증권, 동양, 유진홈센터, 유진한일합섬, 유진로지스틱스, 티엑스알로보틱스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 1038명을 대상으로 가족관계 인식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까움을 자아내 주목된다.

조사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5%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을 꼽았다. 10명 중 약 7명인 셈이다. '경제적 성공과 부'(16.7%), '나의 만족과 자아실현'(11.7%)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차이다. 돈, 성공, 자아실현도 결국 가정 앞에선 뒷자리였다.

가족에게 애정을 느끼는 순간을 묻는 항목(복수 응답)에서는 '함께 웃고 대화할 때'(63.5%)와 '힘든 순간 곁에 있어 줄 때'(62.3%)가 나란히 상위를 차지했다. 특별한 이벤트나 값비싼 선물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순간에서 가족 간의 정이 쌓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역설이 있다. 가정을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정작 그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는 유독 서툴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97.6%가 '가족에게 더 잘 표현하고 싶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절반가량은 '마음은 있지만 표현이 쉽지 않다'고 했다.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이 막힌 이유로는 '쑥스럽고 어색해서'(50.8%),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생각해서'(31.1%) 등이 꼽혔다.

[인포그래픽] 유진그룹 가정의 달 설문조사 결과. / 유진그룹

세대마다 다른 '하기 힘든 말'…2040은 "사랑해", 5060은 "나 힘들어"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세대별로 '가족에게 가장 하기 힘든 말'이 뚜렷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20대(57.1%), 30대(46.5%), 40대(38.1%)는 '사랑해'를 가족에게 가장 하기 어려운 말로 꼽았다. 연령이 낮을수록 이 표현을 더 어려워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비교적 젊은 세대에게는 애정 표현 자체가 낯설고 어색한 영역인 셈이다.

반면 50대(41.5%)와 60대 이상(44.4%)의 답은 달랐다. 이들이 가장 꺼내기 힘든 말로 고른 것은 '나 요즘 힘들어'였다.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는 말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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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는 그 말, 왜 이렇게 어려울까?

5060 세대의 삶의 맥락을 들여다보면 이 결과는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이들은 대개 가족 안에서 오랫동안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부모에게는 효도해야 할 자녀였고, 자녀에게는 든든해야 할 부모였으며, 직장에서는 책임져야 할 중간 세대였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힘들다"는 말은 자연스럽게 삼키는 것이 몸에 밴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역할의 무게는 더 커진다.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를 맞이한 상황에서 경제적 불안감을 느끼고, 건강에 대한 걱정이 늘고, 사회적 관계망이 좁아지는 경험을 한다. 자녀는 이미 독립했거나 독립을 준비 중이고, 배우자와 단둘이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 시기에 겪는 외로움이나 무력감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정작 가족에게 "힘들다"고 말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자녀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다는 마음, 배우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감정, 혹은 말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체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쌓인 감정은 표현되지 못한 채 내면에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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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지 못하는 마음,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가족에게 하기 힘든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거창한 해결책은 없다. 오히려 작은 것들이 중요하다.

우선, 가족 안에서 '솔직한 말을 해도 괜찮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족과의 애정이 형성되는 순간으로 '함께 웃고 대화할 때'가 많이 꼽힌 것처럼, 일상적인 대화가 쌓여야 어려운 말도 꺼낼 수 있는 토양이 된다. 평소에 아무 말도 나누지 않다가 갑자기 "나 힘들어"를 꺼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말의 시작을 낮추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나 요즘 많이 힘들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 "요즘 좀 피곤한 것 같아",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네"처럼 가벼운 문을 먼저 열어두는 방식도 있다. 5060 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은 아닐 수 있지만, 작은 표현이 쌓이면 더 무거운 감정도 흘려보낼 통로가 생긴다.

듣는 쪽의 태도도 중요하다. 가족 중 누군가 조심스럽게 어려움을 내비쳤을 때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그 정도 가지고"라는 반응이 돌아오면 그다음부터는 입을 닫게 된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처럼 먼저 들어주는 반응이 이어질 때 사람은 다시 말할 용기를 낸다.

5060 세대에게 특히 필요한 것은 '힘들다는 말이 약함의 표시가 아니다'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수십 년간 강해야 한다는 역할 압박 속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솔직한 감정 표현은 때로 자존심의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에게 힘듦을 말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더 깊게 만들 수 있는 용기다. 말하지 않으면 가족도 모른다. 알아야 도울 수 있고, 도움이 이어질 때 가족은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

STEP 01

솔직해도 괜찮은 우리 집 분위기

평소 함께 웃고 나누는 일상 대화가 중요합니다. 대화의 토양이 있어야 어려운 말도 꺼낼 수 있습니다.

옆으로 밀어보기(좌우 방향키) ❯
STEP 02

말의 문턱을 조금만 낮춰보세요

"나 힘들어"가 어렵다면 "요즘 좀 피곤하네" 같은 가벼운 말부터 시작하세요. 작은 표현이 큰 통로가 됩니다.

옆으로 밀어보기 ❯
STEP 03

힘들다는 말은 약함이 아닌 '용기'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듣는 이는 공감으로, 말하는 이는 솔직함으로 다가갈 때 가족은 서로의 의지가 됩니다.

표현이 어려울 때 참고해보세요. / 위키트리 카드뉴스

가정의 달, 일상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이번 조사에서는 가정의 달 기념일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로 어버이날(74.9%)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어린이날(21.3%), 부부의 날(3.2%)이 그 뒤를 이었다. 가정의 달 활동으로는 응답자의 63.2%가 외식과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었으며, 가족·친지 모임(25.5%), 집에서 함께하는 시간(19.5%), 국내외 여행(14.5%) 등이 뒤를 이었다.

지출 측면에서는 응답자의 60.5%가 부모님 및 자녀 용돈을 가장 큰 항목으로 꼽았다. 그 뒤로는 나들이 비용(18.3%), 기념일 선물(10.2%) 순이다. 가정의 달 예상 지출은 평균 85만 3000원으로, 전년(80만 9000원) 대비 5.4%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할 것은 애정이 쌓이는 순간으로 응답자들이 꼽은 건 특별한 행사보다 함께 웃고 대화하는 일상이었다는 것이다.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 아래 레스토랑 예약을 하고 선물을 고르는 것도 물론 의미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밥상 앞에 마주 앉아 나누는 평범한 이야기들인지도 모른다.

'나 요즘 힘들어.' 여섯 글자의 이 문장이 어쩌면 주변 누군가에게는 평생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일 수 있다. 이번 5월, 가족과 마주 앉을 기회가 있다면 먼저 물어봐도 좋겠다. "요즘 어때?" 그 한마디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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