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다… 4500년 세월 품은 ‘국내 1호 습지’ 탐방 재개

강원도 인제군과 양구군 경계에 위치한 대암산 정상 부근에는 4500년의 세월을 간직한 거대한 천연 습지가 존재한다. 해발 1280m 고지에 형성돼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고층습원으로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은 이곳은 어디일까?

강원 인제군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로. / 뉴스1

람사르 협약 국내 1호 습지이자 국내 유일의 고층 습원인 인제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이 지난 15일부터 재개됐다.

인제군은 이번에 재개된 용늪 생태 탐방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대암산 자락 해발 1280m 지점에 자리 잡은 ‘용늪’은 4000~4500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대표 고층습원이다.

대암산 용늪은 이름 그대로 '승천하는 용이 쉬어가는 늪'이라는 전설을 품고 있다. 용늪은 약 4500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한반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자연 박물관과 다름없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이탄층(泥炭層)이다. 식물이 죽은 뒤 추운 기후와 낮은 습도 때문에 완전히 썩지 않고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유기물 층을 말한다. 용늪의 이탄층은 매년 겨우 1mm 정도씩 쌓이는데, 현재 가장 깊은 곳은 1.8m에 이른다.

람사르 협약이 선택한 대한민국 1호 습지

강원 인제군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로. / 뉴스1

용늪은 1997년 대한민국이 람사르 협약에 가입하면서 가장 먼저 등록한 제1호 습지다. 람사르 협약은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조약으로, 용늪의 가입은 이곳이 전 세계적으로 보호해야 할 유산임을 공식화한 사건이었다. 이보다 앞선 1973년에는 이미 천연기념물 제246호로 지정돼 국가 차원의 관리가 시작됐다.

고산지대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용늪은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한다. 연중 안개가 자욱하고 기온이 낮아 일반적인 평지 습지와는 전혀 다른 식물들이 자생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기생꽃, 조름나물, 비로용담 등 희귀 식물들이 이곳의 주인이다. 또 산양, 삵 등 멸종위기 동물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겸하고 있어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불린다.

구름 위를 걷는 탐방로와 원시의 풍경

강원 인제군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로. / 뉴스1

용늪 탐방은 일반적인 등산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군사 보호구역이자 천연보호구역인 탓에 철저한 사전 예약과 가이드 동행이 필수적이다.

탐방코스는 서흥리길과 가아리길 두 코스로 나뉜다. 가아리 길은 인제읍 가아리 산1번지에 자리 잡은 탐방안내소에서 용늪 입구까지 14㎞를 차량으로 이동한 후 도보로 이동하는 코스다.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되는 단기 코스로, 하루 1회 30명으로 탐방객 수를 제한한다.

서흥리길은 대암산 용늪 탐방자지원센터에 집결해 5㎞에 달하는 구간을 도보로 이동하는 코스다. 왕복 5시간가량 소요되는 이 코스는 하루 120명까지 탐방할 수 있다.

용늪 탐방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며, 희망일 열흘 전까지 인제군 대암산 용늪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찾아가는 길

대암산 용늪은 생태계 보존을 위해 하루 탐방 인원을 제한하며, 인제군과 양구군을 통한 사전 예약 시스템을 운영한다. 인제군 쪽에서는 서화면 서흥리와 기린면 현리 방향에서 진입할 수 있으며, 양구군 쪽에서는 해안면을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

자차를 이용한다면 '인제군 서화면 용늪 정보화마을'이나 '양구 생태식물원'을 목적지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인제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양구 터미널에서 하차한 뒤 마을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탐방 거점까지 이동해야 한다. 탐방로 입구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경사가 가파르고 좁아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6·25의 전흔이 빚어낸 평화의 성지, 양구 펀치볼 둘레길

양구 펀치볼 마을 전경. / 연합뉴스

대암산 용늪의 신비로운 생태를 만끽했다면 그 발치에 넓게 펼쳐진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펀치볼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펀치볼 둘레길은 과거 6·25 전쟁 당시 가칠봉 전투, 도솔산 전투 등 피비린내 나는 격전이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다. 수만 명의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이 땅은 휴전 후 수십 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태고의 자연을 보존하게 됐다.

총 73.2km에 달하는 둘레길은 평화의 숲길, 오유밭길, 만대벌판길, 먼멧재길 등 4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각 코스마다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벙커와 철조망, 그리고 이를 덮으며 자라난 야생화들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곳 역시 용늪과 마찬가지로 군사 작전 지역 및 산림 유전자원 보호 구역을 통과하므로 반드시 숲길 등산 지도사의 안내를 받아 탐방해야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 중 하나인 평화의 숲길을 걷다 보면 와우산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전망대에서는 펀치볼 분지의 전체 형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격자무늬로 잘 정돈된 농경지와 이를 감싸 안은 웅장한 산맥의 조화가 감탄을 자아낸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북한 땅의 금강산 자락까지 시야에 들어와 분단 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길목 곳곳에서 만나는 자작나무 숲과 잣나무 숲은 탐방객들에게 고요한 휴식을 선사한다. 특히 가을철에는 분지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내려앉은 분지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양구 펀치볼 둘레길은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상시 개방돼 있어 언제든지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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