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다음은 '이곳'이다…요새 MZ들은 물론 외국인도 몰려간다는 성지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북촌 한옥마을로 이어지는 길목이 달라지고 있다.

한옥마을. / Stock Photos 2000-shutterstock.com

아디다스, 뉴발란스, MLB, 말본이 한옥 사이로 들어왔고, 다음 달엔 팝마트가 문을 연다. 설화수와 이솝은 이미 자리를 잡았고, 아로마티카도 지난달 플래그십을 냈다. 공실률은 1년 새 4.4%에서 1.9%로 떨어졌다. 북촌이 성수동을 잇는 다음 상권으로 올라서고 있다.

한옥 사이로 들어온 브랜드들

패션 브랜드들이 먼저 움직였다. 2024년 8월 아디다스가 북촌에 헤리티지 매장을 내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후 뉴발란스, 베리시가 플래그십을 열었고 올해 들어서만 MLB, 세터, 말본이 특화 매장을 추가로 냈다. 닥터마틴, 살로몬, 앤더슨벨, 쿠에렌의 단독 매장도 인근에 들어서 있다. 패션비즈가 '넥스트 상권'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업계 안에서 북촌은 이미 다음 타깃으로 굳어진 상태다.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도 합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부터 '설화수의 집'을 운영 중이고, 지난달 아로마티카가 아로마테라피를 테마로 한 플래그십을 추가했다. 이솝, 논픽션, 탬버린즈, 헤트라스, 킨포크 등의 컨셉형 매장이 한옥 골목 사이를 채우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쪽에서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작년 7월 체험형 쇼룸을 냈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입점 브랜드들이 팝업을 열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된다. 현재 앳홈의 가전 브랜드 미닉스가 음식물처리기, 무선 청소기, 미니 건조기를 모은 '집안일 해결소' 팝업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문을 여는 팝마트는 이 흐름의 또 다른 결이다. 중국 기반 글로벌 토이 브랜드인 팝마트는 자체 제작 캐릭터 라부부를 앞세워 중국 최대 완구업체에 올라섰다.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팔린 라부부 인형은 1억 개가 넘는다. 한옥마을 초입에 팝마트가 들어선다는 건, 북촌이 이제 단순한 로컬 감성 상권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의 전략적 거점이 됐다는 의미다.

왜 성수동이 아닌 북촌인가

성수동과 북촌은 서울 리테일 시장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성수는 팝업과 바이럴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교체된다. 반면 북촌은 속도가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수가 숏폼이라면 북촌은 롱폼"이라고 표현했다. 느린 호흡으로 브랜드 철학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경복궁·삼청동·인사동과 맞닿아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MZ세대와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아우르는 유동인구 구성도 북촌이 갖는 장점이다.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 새로 오픈한 스칼프·스킨 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의 플래그십 스토어 '아로마티카 북촌'에서 직원이 방문객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국인 유입 구조도 다른 상권과 차별화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북촌의 외국인 매출 상위 국적은 미국·일본·중국 순이다. 아시아권 관광객 비중이 높은 성수나 명동과 달리, 북촌에는 서양권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다. 브랜드 철학을 담은 체험형 공간이 서양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매장이 아니라 세계관을 파는 공간

북촌에 들어선 매장들의 공통점은 판매보다 체험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건물 외관부터 기와지붕과 원목 기둥으로 한옥마을 감성을 담고, 매장 앞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체류 시간을 늘린다. 목적형 소비보다는 머물다 사게 되는 체류형 소비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를 의도적으로 설계한다. 매장 안에서도 '북촌 익스클루시브' 구성이 이 공간의 정체성을 만든다. 아디다스 북촌 헤리티지는 서울을 상징하는 프린팅이 담긴 티셔츠와 비즈·레이스·패치로 신발이나 옷을 직접 꾸미는 커스텀 존을 운영한다. MLB 북촌 스타디움은 한글 자수 레터링 볼캡과 전통 무드 그래픽 티셔츠를 팔고, 노리개와 전통 매듭으로 모자와 신발을 취향껏 꾸밀 수 있는 공간을 뒀다. 말본은 전통 갓을 모티브로 한 골프공 파우치와 한복 인형 키링을 선보였다.

커뮤니티를 품은 매장도 있다. 뉴발란스 '북촌 런 허브'는 러닝화와 러닝복을 빌려주고 인근 러닝 코스까지 안내한다. 단순 구매를 넘어 브랜드 생태계 안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아로마티카 북촌점에선 두피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아로마테라피 제품을 직접 만드는 클래스도 운영한다. 2026년 상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많이 내는 전략'이 아니라 '더 크고, 더 잘 만들고, 더 브랜드다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상권 다변화의 신호

북촌의 부상은 서울 상권 전체가 다변화되는 흐름의 일부다. 성수·한남·북촌처럼 명확한 캐릭터와 소비 목적을 가진 상권은 강해지고, 정체성이 흐릿한 상권은 조정을 맞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한국섬유신문이 인용한 업계 관계자는 "상권의 흥망은 임대료보다는 콘텐츠, 트래픽, 그 상권이 제공하는 경험의 차별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취향의 개인화·세분화 추세가 강해지면서 어느 한 상권이 뜨면 다른 상권이 지는 제로섬 구도보다는, 각 지역 고유의 분위기에 따라 취향 소비가 가능하도록 상권이 쪼개지는 흐름이 뚜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가 트렌드보다 마이크로 트렌드가 대세가 됐다"고 표현했다. 북촌이 지금 그 마이크로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