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부터 싹 바뀌었다…'이거' 모르면 계란 살 때마다 돈 버리는 겁니다

마트에서 계란을 고를 때 '왕란'과 '특란' 중 어떤 게 더 큰지 헷갈렸던 적이 있다면, 이제 그 고민은 끝났다. 지난 21일부터 계란 포장지에 표시되는 중량 규격 명칭이 전면 바뀌었다.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왕·특·대·중·소' 체계가 사라지고, 옷 사이즈처럼 익숙한 '2XL·XL·L·M·S' 방식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마트의 계란. / 뉴스1

왕란이 더 크냐, 특란이 더 크냐…소비자 혼란 수십 년

국내에서 계란 중량 규격은 오랫동안 왕란·특란·대란·중란·소란 다섯 단계로 구분돼 왔다. 문제는 이 명칭 체계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데 있었다. '왕(王)'이 가장 크다는 건 한자를 알면 유추할 수 있지만, '특(特)'이 왕 다음인지 아니면 왕보다 위인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동하기 쉬웠다. 실제로 마트 계란 코너에서 "왕란이랑 특란이 뭐가 달라요?"라고 묻는 소비자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2월과 4월 소비자 20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의견수렴에서 이 문제가 수치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상당수 소비자가 기존 명칭만으로는 계란 크기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새 표기 체계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2.0%에 달했다. 사실상 소비자 10명 중 7명 이상이 개편을 원했던 셈이다.

'왕·특·대·중·소'는 왜 생겼나…50년 전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헷갈리는 명칭이 왜 수십 년이나 유지됐는지 이해하려면 한국 양계 산업의 역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에 계란 중량 규격 제도가 처음 도입된 건 1974년 대한양계협회 기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영문 표기인 XL·L·M·S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대신 농수산물 시장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던 대(大)·중(中)·소(小) 구분법이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생선도 대·중·소, 과일도 대·중·소로 나누던 시대였으니, 계란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쌓여있는 계란. / 뉴스1

처음에는 대란·중란·소란 세 등급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양계 기술이 발전하고 사육 환경이 개선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닭은 나이가 들수록 몸집이 커지고 더 큰 알을 낳는데, 기존의 최대 등급인 '대란' 기준을 초과하는 대형 계란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대란'이라는 명칭과 기준이 안착해 있었기 때문에 기준 전체를 뒤엎는 대신, 더 큰 계란을 위한 등급을 위에 얹는 방식을 택했다.

대란보다 특별히 더 크다는 뜻에서 '특란(特卵)'이 추가됐고, 시간이 지나 그보다도 더 큰 계란들이 시장에 유통되자 이번엔 임금 왕(王) 자를 붙인 '왕란(王卵)'이 그 위에 또 올라갔다.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설계된 명칭이 아니라, 계란 크기의 진화에 맞춰 등급이 위로 계속 덧붙여지다 보니 탄생한 한국 특유의 분류법이었다. 50년 가까이 이어진 이 누더기 체계가 소비자 혼란의 근본 원인이었던 셈이다.

2XL은 68g 이상, S는 44g 미만…새 기준 한눈에 정리

농식품부는 지난 21일 '축산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새로운 계란 중량 규격은 다음과 같다.

68g 이상은 '2XL(왕란)', 60g 이상~68g 미만은 'XL(특란)', 52g 이상~60g 미만은 'L(대란)', 44g 이상~52g 미만은 'M(중란)', 44g 미만은 'S(소란)'이다.

기존 명칭이 병기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새 체계로의 전환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XL이 가장 크고 S가 가장 작다는 건, 스마트폰이나 의류 쇼핑에서 이미 익숙하게 접해온 방식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계란, 이제 사이즈 구분 쉽게 하자!'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당장 계란 포장이 바뀌지 않는 이유

정부가 새 명칭을 시행하더라도 당분간 마트에서 '특란', '왕란' 표기가 사라지진 않는다. 포장재 교체와 업계 적응 기간, 소비자 혼선을 고려해 기존 명칭과 새 명칭을 6개월간 병행 표기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즉 올해 11월 21일까지는 '왕란'과 '2XL(왕란)'이 함께 표시된 포장재가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

계란 생산자나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기존 포장재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따른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 이후에는 새 명칭 단독 표기로의 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크기가 다르면 맛도 다를까…계란 고르는 실용 기준

소비자들이 실제로 궁금해할 부분은 명칭 변경 자체보다, 크기에 따라 계란을 어떻게 골라야 하느냐는 실용적인 문제다.

계란 크기는 산란계의 나이, 품종, 사료, 사육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산란 초기의 닭은 작은 알을 낳고, 나이가 들수록 크기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크기가 크다고 해서 영양 성분이 비례해 늘어나는 건 아니다.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주요 영양소의 절대량은 크기가 클수록 다소 많지만, 단위 중량당 영양가는 크기와 무관하게 유사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요리 용도에 따라 크기를 선택하는 방식이 실용적이다. 베이킹처럼 계란 중량이 레시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우엔 크기가 균일한 제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반면 달걀프라이나 삶은 달걀처럼 개수 단위로 소비하는 경우엔 크기보다 신선도와 가격을 우선 기준으로 삼아도 무방하다. 새 규격 체계가 도입되면 레시피에서 'L 사이즈 계란 2개' 식의 표기도 국제 기준과 일치하게 돼, 해외 요리책이나 외국 유튜브 레시피를 참고할 때 생기던 혼선도 줄어든다.

마트 계란 코너. / 뉴스1

가격은 크기에 비례할까

마트에서 계란을 살 때 특란이 대란보다 비싼 건 크기 때문이다. 중량이 클수록 원가가 높아지고, 그 차이가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된다. 새 규격 명칭이 바뀌더라도 이 가격 구조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가 크기를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면, 용도에 맞는 크기를 선택해 불필요하게 큰 계란을 구입하는 소비 패턴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국제 기준과 맞추는 흐름, 다른 축산물도 이어질까

이번 개편의 또 다른 배경에는 국제 정합성이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계란 수출입국에서는 이미 크기를 알파벳 약자로 구분하는 방식이 정착돼 있다. 국내 표기 체계가 국제 기준과 달랐던 만큼, 수입 계란 가공품이나 해외 식품과의 비교 과정에서도 혼선이 생길 여지가 있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해소된다.

농식품부 전익성 축산유통팀장은 "소비자들이 계란 크기를 한눈에 이해하고 보다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개선한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축산물 품질 정보 제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란 규격 개편이 소비자 중심의 축산물 품질 정보 표기 개선의 일환임을 농식품부는 강조했으며, 향후 다른 축산물 품질 표시 기준에도 유사한 방식의 개편이 검토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계란 코너. / 뉴스1

은근히 틀리는 '깨알' 계란 상식

계란을 냉장고 문 쪽 칸에 보관하는 가정이 많지만, 문 쪽은 여닫을 때마다 온도 변화가 커 신선도가 빨리 떨어진다. 안쪽 선반에 뾰족한 쪽을 아래로 향하게 세워 보관하는 게 맞다. 노른자가 중앙에 위치해 신선도 유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씻어서 보관하는 것도 금물이다. 계란 껍데기 표면에는 큐티클층이라 불리는 얇은 보호막이 있어 세균 침투를 막아주는데, 물로 씻으면 이 막이 제거돼 오히려 세균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구매 후 씻지 않은 상태로 냉장 보관하고, 조리 직전에 세척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노른자 색이 진할수록 영양가가 높다는 것도 흔한 오해다. 노른자 색은 닭의 사료에 포함된 색소 성분에 따라 달라질 뿐, 단백질이나 비타민 함량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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