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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패키지여행 도중 숙소에서 낙상 사고를 당해 응급 수술까지 받은 소비자가 여행사를 상대로 소비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해외 패키지여행 안전 관리와 여행사의 현장 대응 책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사고 당시 미성년 자녀가 사실상 보호자 역할까지 떠맡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1월 17세 딸과 함께 롯데관광개발의 스페인·포르투갈 9일 패키지여행 상품에 참여했다.
사고는 여행 첫날 새벽 스페인 세비야의 한 복층 숙소에서 발생했다. A씨는 숙소 내부 대리석 계단에서 넘어진 뒤 화장실에서도 다시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비명을 들은 딸은 어머니를 발견한 뒤 인솔자에게 연락했고, 인솔자가 도착하기 전까지 직접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뇌출혈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다. A씨 측은 이송 과정에서 머리와 목 등을 충분히 고정하지 않은 채 이동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부적절한 초동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분쟁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의료 지원과 미성년 동행자 보호 문제다. A씨 측은 인솔자가 스페인어 의사소통에 능숙하지 않았고 전문 통역 인력도 배치되지 않아 10대 딸이 번역기를 이용해 의료진 설명을 듣고 병원 행정 절차 상당 부분을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 측은 수술 중 인솔자가 딸에게 여행 중단 및 면책 관련 서류 서명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인솔자가 남은 패키지 일정 진행을 위해 현장을 떠나면서 딸이 약 일주일간 숙소 예약과 병원비 결제, 병원 내 의사소통 등을 직접 처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귀국 과정에서도 공항 이동과 항공권 변경, 체크인 절차 등을 대부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 측은 “당시 딸은 미성년자였고 해외 경험도 많지 않았다”며 “심리적으로 극심한 불안 상태에서 사실상 보호자 역할까지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숙소 안전 문제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A씨 측은 일부 동행객들로부터 “대리석 바닥이 미끄럽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낙상 위험에 대한 충분한 경고나 안전 조치가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현지 치료비와 항공권 변경 비용, 숙박비, 국내 치료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요구하며 한국소비자원에 소비자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반면 롯데관광개발 측은 사고 직후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인솔자가 즉시 객실로 이동해 상황을 확인했고, 현지 가이드와 호텔 측 협조를 통해 곧바로 구급차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스페인·포르투갈 지역 호텔 욕실과 대리석 바닥의 미끄럼 위험성에 대해 사전 안내문을 배포했고 구두 안내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현지 호텔 보험사 역시 시설 결함이 아닌 우발적 낙상사고라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전했다.
여행사 측은 사고 이후에도 현지 인솔자와 가이드, 현지 사무소 직원들이 치료와 귀국 지원을 계속했고, 보호자의 현지 방문 지원과 미사용 일정 환불 예정 금액 등에 대해서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 측은 사고 발생 한 달여 뒤 이메일을 통해 A씨 측에 “객실에서 음주 이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내용을 전달하며, 항공권 변경과 통역 비용 등으로 이미 약 660만원 상당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만큼 추가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 측은 “당시 술을 구매한 것은 맞지만 실제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며 “현지 의료 기록 어디에도 음주 관련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설령 음주 여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미성년 자녀 보호와 초동 대응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해외 패키지여행 중 발생하는 응급 상황에서 여행사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패키지여행 상품은 항공권과 숙박, 현지 이동, 가이드 서비스 등이 포함돼 있어 소비자들이 일정 수준의 안전 관리와 지원 체계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 전문 인력이나 전문 통역 인력이 상시 동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유럽 지역처럼 여러 국가를 이동하는 장거리 패키지 상품의 경우 현지 의료 시스템과 언어 장벽 문제로 대응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미성년 동행자가 있는 상황에서 보다 체계적인 보호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피해자가 의식을 잃거나 중증 상태일 경우 남겨진 미성년자가 극심한 심리적 충격과 행정 부담을 동시에 떠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여행업계에서는 해외여행 중 낙상이나 교통사고, 급성질환 같은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이드와 인솔자의 역할 범위, 통역 지원 체계, 보호자 연락 절차 등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 지역 숙소는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형태가 많아 계단 폭이 좁거나 대리석 바닥처럼 미끄러운 구조가 적지 않다. 욕실 역시 한국과 달리 배수 구조가 단순한 경우가 많아 물기가 쉽게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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