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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찬거리가 떠오르지 않을 때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음식 중 하나가 김치찌개나 김치찜이다.

그중에서도 돼지 등갈비를 도톰하게 넣고 푹 끓여낸 등갈비 김치찜은 집안 잔치나 손님상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무게감 있는 요리다. 하지만 집에서 직접 등갈비 요리를 하려고 하면 고기 특유의 찌린내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거나, 고기가 질겨서 뼈에서 잘 떨어지지 않을까 봐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보통 장아찌나 조림을 할 때처럼 몇 시간 동안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야 부드러워진다고 믿기 때문인데, 신선한 생고기를 고르고 삶는 순서만 알맞게 지키면 그런 번거로운 단계 없이도 살코기가 부드럽게 발라지는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요리 초보자도 실패 없이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등갈비 김치찜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집어본다.
한국인들의 삶에서 돼지고기와 김치의 조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이다. 하지만 우리가 요즘 먹는 것처럼 등갈비라는 부위를 따로 떼어내 김치와 함께 푹 쪄내 먹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도축 기술이 지금처럼 세분되지 않았고,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를 훨씬 귀하게 여겼기 때문에 갈비라고 하면 으레 소갈비를 뜻했다. 돼지고기는 주로 살코기 위주로 삶아 먹거나 삶은 고기를 누르는 방식으로 소비됐고, 뼈에 붙은 잔살들은 크게 대접받지 못했다.
이후 서민들의 삶이 조금씩 나아지고 고기 소비량이 늘어난 시기는 1970년대와 1980년대다. 이때부터 고기를 부위별로 꼼꼼하게 나누어 파는 정육 방식이 자리를 잡았고, 삼겹살과 목살 외에도 뼈 주변의 쫄깃한 살코기가 맛이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등갈비는 돼지의 등심 쪽에 붙은 갈비뼈 부위로, 운동량이 적당해 살이 퍽퍽하지 않고 지방이 골고루 섞여 있어 고소한 맛이 강하다.
김치찜은 본래 겨울철에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오래 묵어 신맛이 강해진 김치를 들기름에 달달 볶거나 물을 부어 푹 무르게 만들어 먹던 서민들의 생존 음식에서 유래했다. 이 신김치의 강한 산 성분이 고기의 단단한 결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 조상들이 고기와 김치를 함께 넣고 조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세월이 흘러 현대의 도축 기술과 만나면서 오늘날 우리가 좋아하는 등갈비 김치찜이라는 별미로 자리를 잡게 됐다.
맛있는 요리의 절반은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에서 결정된다. 등갈비 김치찜에서 고기 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면 마트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부터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가장 가장 중요한 것은 냉동 고기가 아닌 얼리지 않은 생 등갈비를 고르는 일이다. 냉동 고기는 얼고 녹는 단계에서 고기 세포가 파괴되어 즙이 밖으로 흘러나오기 때문에 조리했을 때 살이 뻣뻣해지고 누린내가 나기 쉽다. 반면 신선한 생고기는 선홍빛을 띠며 만졌을 때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다. 뼈 가장자리에 살코기가 도톰하게 붙어 있고, 지방이 너무 많지 않으면서 백색을 띠는 것이 좋은 고기다. 만약 고기 표면이 거뭇거뭇하거나 핏물이 과도하게 흘러나와 고여 있다면 신선도가 떨어진 상태이므로 피해야 한다.
김치의 상태 역시 맛을 좌우하는 큰 요소다. 등갈비 김치찜에는 담근 지 얼마 되지 않은 겉절이나 적당히 익은 김치보다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푹 익은 신김치나 묵은지를 사용해야 제맛이 난다. 잘 익은 김치 속의 시큼한 양념과 유기산은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고,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바꾸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김치를 고를 때는 배추의 속대까지 양념이 완전히 배어들어 숨이 폭 죽은 것을 고르는 게 좋다. 만약 묵은지가 너무 시어서 군내가 날 정도라면 양념을 찬물에 살짝 씻어내고 물기를 짠 뒤에 사용하면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갈비 요리를 할 때 큰 양동이에 물을 가득 받아두고 서너 시간 동안 고기를 담가둔다. 고기 안의 핏물을 완전히 빼내야만 잡내가 안 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계는 고기의 맛있는 성분까지 물로 전부 빠져나가게 만들어 오히려 살코기를 퍽퍽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얼리지 않은 신선한 생갈비는 굳이 오랜 시간 물에 담가둘 소용이 없다. 대신 끓는 물에 향신 채소와 함께 고기를 넣고 겉면만 빠르게 익혀내는 '초벌 삶기' 단계를 거치면 누린내를 완벽하게 잡을 수 있다. 끓는 물에 고기가 들어가면 겉면의 단단한 막이 생기면서 맛있는 육즙은 안으로 가두어지고, 뼈 표면에 묻어 있던 불순물과 냄새를 유발하는 핏물 찌꺼기만 밖으로 굳어져 나온다. 이 상태에서 고기를 건져내어 찬물에 한 번 씻어주기만 하면, 오랜 시간 핏물을 빼는 수고를 덜면서도 맑고 진한 국물 맛을 얻을 수 있다. 요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면서도 살코기를 연하게 유지하는 영리한 조리법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등갈비 김치찜을 만드는 방법을 단계별로 상세히 기술한다. 계량 기준은 종이컵과 일반 밥숟가락을 기준으로 해 누구나 가정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준비할 재료]

기본 재료: 생 돼지 등갈비 1kg, 푹 익은 묵은지 또는 신김치 반 포기, 김칫국물 한 컵, 물 2리터 (초벌용 물 2리터 별도)
초벌 삶기 재료: 대파 한 대, 양파 반 개, 통후추 반 숟갈, 소주 반 컵, 편 썬 생강 세 쪽
양념장 재료: 고춧가루 세 숟갈, 진간장 두 숟갈, 국간장 한 숟갈, 다진 마늘 두 숟갈, 설탕 한 숟갈, 들기름 두 숟갈, 된장 반 숟갈
구매한 등갈비는 뼈와 뼈 사이를 칼로 잘라 한 대씩 분리한다. 분리한 고기는 찬물에 가볍게 한 번 헹궈 뼈를 자를 때 묻은 뼛가루를 씻어낸다.
큰 냄비에 고기가 잠길 만큼의 물 2리터를 붓고 불을 켠다. 물이 끓기 전 대파 한 대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양파 반 개와 통후추 반 숟갈, 편 썬 생강 세 쪽을 함께 넣는다. 물이 힘차게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손질해 둔 등갈비를 냄비에 넣는다. 고기를 넣은 직후 소주 반 컵을 부어주면 알코올이 날아가면서 고기의 잡내를 함께 붙잡고 증발한다. 이 상태로 뚜껑을 열어둔 채 10분 동안 팔팔 삶는다. 10분이 지나면 불을 끄고 고기만 체로 건져낸다. 건져낸 등갈비는 흐르는 찬물에 대고 뼈 단면에서 흘러나와 굳은 검은색 불순물들을 손으로 꼼꼼하게 씻어낸다. 삶을 때 썼던 대파와 양파, 생강은 모두 음식물 쓰레기로 버린다.
바닥이 넓고 깊은 냄비를 준비한다. 냄비 맨 밑바닥에 들기름 두 숟갈을 고르게 두른다. 들기름은 김치가 바닥에 눌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신김치의 거친 맛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그 위에 준비한 묵은지 반 포기 중 절반을 길게 찢거나 통째로 깔아준다. 깔아둔 김치 위에 찬물에 깨끗이 씻은 등갈비를 차곡차곡 정렬해 올린다. 이때 구수한 맛을 내고 고기 냄새를 2차로 차단하기 위해 된장 반 숟갈을 등갈비 표면에 얇게 발라주면 좋다. 고기 위에 남은 묵은지를 이불을 덮듯이 마저 덮어준다.
작은 그릇에 고춧가루 세 숟갈, 진간장 두 숟갈, 국간장 한 숟갈, 다진 마늘 두 숟갈, 설탕 한 숟갈을 넣고 잘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설탕은 신김치의 과도한 신맛을 중화하고 전체적인 간을 부드럽게 묶어주는 역할을 하므로 꼭 넣어야 한다. 완성된 양념장을 냄비 속 김치 위에 골고루 얹어준다. 마지막으로 시원한 감칠맛을 더해줄 김칫국물 한 컵과 물 2리터를 냄비 가장자리에 살며시 부어준다.
이제 냄비 뚜껑을 닫고 가장 센 불로 불을 켠다. 국물이 바글바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그 상태로 10분 동안 센 불을 유지한다. 10분이 지나면 불을 중약불로 줄인다. 등갈비 김치찜의 핵심은 높은 온도로 빠르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오래 고아내듯 찌는 것이다.
불을 줄인 상태로 뚜껑을 닫고 최소 50분에서 1시간 동안 가만히 끓여낸다. 조리 중간에 뚜껑을 너무 자주 열면 냄비 안의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 고기가 질겨질 수 있으므로, 20분에 한 번 정도만 열어 바닥이 눌어붙지 않았는지 국물 양을 확인하며 숟가락으로 국물을 위로 끼얹어준다. 1시간 정도 지나면 배추김치가 투명하게 변하며 손만 대도 찢어질 정도로 무르고, 등갈비의 살코기가 뒤로 수축하면서 뼈끝이 하얗게 드러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물이 자작하게 줄어들고 걸쭉해졌다면 불을 끄고 마무리를 한다.
만약 사용하는 김치가 지나치게 시어서 혀가 얼얼할 정도라면 양념장을 만들 때 설탕의 양을 반 숟갈 정도 더 늘려야 한다. 반대로 김치가 생각보다 덜 익어서 원하는 시큼한 맛이 나지 않는다면 양념장에 식초를 한 숟갈 가량 섞어주면 신기하게도 오래 묵은 김치로 끓인 것 같은 풍미를 흉내 낼 수 있다.
조리할 때 국물이 너무 빨리 졸아들어 고기가 익기도 전에 바닥이 탈 것 같다면, 당황하지 말고 끓는 물을 한 컵씩 보충해가며 시간을 채워야 한다. 찬물을 그냥 부으면 냄비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고기가 순간적으로 수축해 질겨지므로 반드시 따뜻한 물을 넣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상에 내기 직전에 어슷하게 썬 대파나 청양고추를 고명으로 올려주면 칼칼한 향이 돌면서 시각적으로도 훨씬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완성된다.
잘 익은 등갈비 김치찜은 집게로 고기를 살짝 쥐고 밀어내기만 해도 뼈가 쏙 빠질 정도로 연한 식감을 자랑한다. 푹 익어 흐물거리는 김치 가닥을 길게 찢어 부드러운 등갈비 살코기에 돌돌 말아 흰 쌀밥과 함께 먹으면, 다른 반찬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조화를 선사한다. 다가오는 주말, 번거로운 중간 단계들을 과감히 생략한 이 간결한 조리법으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든든하고 따뜻한 시골 풍경 같은 한 끼를 즐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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