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내일]“학생 뒤따라오더니 문 닫히자 돌변”… 엘리베이터 납치 대처법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자료 사진 / 위키트리

아파트 현관과 엘리베이터는 외부인이 따라 들어오거나 단둘이 밀폐된 공간에 놓이면 순식간에 위급한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2022년 7월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을 따라간 남성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학생을 붙잡고 위협한 사건이 있다.

사건은 저녁 7시 10분쯤 경기도의 한 아파트 1층 현관에서 시작됐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이 한 남성이 뒤따라왔다. CCTV 화면에는 남성이 어딘가 불안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장면이 담겼다. 학생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 하자 남성은 갑자기 학생을 붙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남성은 학생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듯 실랑이를 벌였다. 손에는 흉기가 들려 있었다. 학생이 내리지 못하도록 위협하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엘리베이터라는 좁고 닫힌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 피해 학생이 느낀 공포는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 마주치자 도주한 남성

위급한 순간은 다른 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달라졌다. 남성은 다른 입주민과 마주치자 범행을 멈추고 도주했다. 18층 계단을 단숨에 뛰어 내려와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범행 시도 약 2시간 만에 아파트 주차장에 숨어 있던 42살 A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 씨에게 미성년자 약취 미수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성폭행 등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으며, 휴대전화 분석 등을 통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피해 학생의 침착한 대응이다. 학생은 끌고 가려는 남성의 손길을 거부했고, 휴대전화도 빼앗기지 않았다. 이후 안전한 경비실로 이동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피해 학생의 대응을 두고 흔한 사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흉기를 든 상대에게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몸이 굳거나 판단이 멈추는 경우가 많다. 피해 학생은 위협 속에서도 휴대전화를 지키고, 사람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신고까지 이어진 행동이 추가 피해를 막는 데 큰 힘이 됐다.

다만 이런 대응이 모든 피해자에게 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흉기 위협, 공간 구조, 주변 사람 유무, 가해자의 움직임에 따라 안전한 선택은 달라진다.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했다고 해서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가해자의 범행이다. 대응법은 위험을 낮추기 위한 참고 정보이지 피해자에게 의무처럼 요구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담당자는 가해자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반격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몸을 움직여보고, 움츠리기보다 대응해보고, 소리를 내거나 적극적으로 의사를 드러내는 경험이 위급한 순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동시에 상황과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피해자가 전략적으로 선택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엘리베이터 타기 전 주변 확인이 먼저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엘리베이터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타기 전부터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중요하다. 아파트 현관, 지하 주차장, 무인 출입구, 늦은 밤 공동 현관처럼 시야가 좁거나 사람이 적은 곳에서는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상한 사람이 가까이 붙어 있거나 같은 방향으로 계속 따라오는 느낌이 든다면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편이 낫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고 바로 들어가기보다 잠시 물러서거나, 주변에 다른 주민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불편한 느낌이 들면 다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선택도 안전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간 뒤에는 위치도 중요하다. 내부 전체가 보이도록 숫자 버튼을 누르는 곳 앞쪽에 서는 편이 좋다. 벽을 등지고 서면 뒤쪽에서 접근하는 움직임을 줄일 수 있고, 문과 버튼을 동시에 확인하기 쉽다. 위급할 때 가까운 층 버튼이나 비상 버튼을 누르기도 수월하다.

모르는 사람과 단둘이 탔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 가장 가까운 층 버튼을 눌러 내리는 것이 좋다.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보다 지금 바로 사람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판단이 먼저다. 가까운 층에 내려 경비실, 관리사무소, 편의점, 사람이 있는 로비로 향하는 방식이 더 안전할 수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엘리베이터 안에서 상대가 거리를 좁히거나 말을 걸며 압박할 때는 큰 소리로 의사를 밝혀야 한다. “내리지 않겠다”, “가까이 오지 말라”, “도와달라”처럼 주변이 들을 수 있는 말이 도움이 된다. 소리는 주변 사람에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폐쇄된 공간에서는 작은 소리보다 분명한 외침이 더 빠르게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위급할 땐 비상버튼부터 눌러야 한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 나를 위협하려 한다면 곧바로 비상버튼을 눌러야 한다. 비상버튼은 관리실이나 경비실, 관제센터와 연결되는 통로다. 버튼을 누른 뒤에는 “도와달라”, “위협받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위치와 상황을 짧게 알리는 것이 핵심이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면 112 신고도 병행할 수 있다. 통화가 어렵다면 화면을 켜고 긴급신고 기능을 실행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들릴 만큼 크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상대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한다면 무리하게 붙잡고 버티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문이 열리는 층, 비상버튼, 외침, 사람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선택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위협하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일 때만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친숙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강압적 행동을 하거나 내리지 못하게 막거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한다면 곧바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아는 사이라는 이유로 위험 신호를 넘기면 신고가 늦어질 수 있다.

어린 학생과 보호자 사이에서는 평소 짧은 행동 규칙을 정해두는 편이 좋다.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같이 타지 않기, 이상한 느낌이 들면 가까운 층에서 내리기, 비상버튼을 누르고 크게 말하기, 경비실이나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기 같은 문장으로 반복해 알려두면 실제 상황에서 떠올리기 쉽다.

엘리베이터 범죄는 몇 초 사이에 벌어질 수 있다. 모든 위험을 개인이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공동현관 출입 관리, CCTV 확인, 경비 인력 대응, 입주민 신고 의식이 함께 갖춰지면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낯선 사람이 학생이나 어린이를 따라 들어오는 장면을 봤다면 무심히 넘기지 않고 한 번 더 살피는 태도도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피해 학생은 위협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다른 입주민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 나타난 것도 범행 중단으로 이어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작은 외부 개입이 피해를 막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키트리는 실종아동찾기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의 안전은 가정과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파트, 골목, 편의점, 지하주차장처럼 일상 공간에서 주변 어른과 이웃의 관심이 이어질 때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길도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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